서울신문
소년범 - 죄의 기록
취재
이근아 · 김정화 · 진선민 기자
한 소년이 있다. 마음에 안 든다는 이유로 친구를 때린다. 맞고 쓰러진 친구 모습을 찍어서 온라인에 올리고 낄낄댄다. 동네 형들과 밤새 술을 먹고 차를 턴다. 돈을 훔치고, 술에 취한 채 훔친 차를 몰고 다닌다.
또 다른 소년이 있다. 아빠가 엄마의 목을 조르는 걸 울면서 지켜보던 어린 시절을 지나, 이혼 후 매일 술에 취해 들어오는 엄마를 본다. 엄마는 술을 마시면 손에 잡히는 모든 걸로 소년을 때린다. 빗자루, 밀대, 옷장 철봉. 소년에게 집은 안전한 곳이 아니다.
두 소년은 한 사람이다. 사회는 그를 ‘소년범’이라 부른다.
만 19세 미만이 저지른 범죄 혹은 그 범죄를 저지른 사람
범죄를 저질렀다면 그에 합당한 처벌을 받아야 한다. 소년범이라고 다르지 않다. 그러나 형벌의 목적은 ‘응보’ 뿐만 아니라 ‘교화’와 ‘범죄 예방’이기도 하다. 살아온 날보다 살아갈 날이 훨씬 더 많은 아이들을 마냥 손가락질하거나 성인범과 똑같이 처벌하는 것이 해답일까?
서울신문은 이 답을 찾기 위해 지난 6월부터 10월까지 보호처분을 받은 경험이 있는 100여 명의 소년범들을 만났다. 아이들은 가해자이면서 동시에 피해자였다. 순간적인 충동과 유혹이 때로는 심각한 범죄로 번져 돌이킬 수 없는 결과를 낳았지만, 혼자 힘으로 늪을 빠져나오는 건 쉽지 않았다. 누구도 소년을 돕지 않았다.
왜 10대라는 어린 나이에 범죄자라는 딱지가 붙었을까. 책임은 소년들에게만 있을까. 누가 범죄자가 되고, 누가 피해자가 되는가.
범죄의 늪에 빠진 아이들의 이야기를 지금부터 공개한다.
거미줄에 걸린 소년들
유라(14)에게 시작은 담배였다.
아주 사소한 것이었지만 결과적으로는 결정적인 계기가 됐다.
“초등학생 때 엄마가 피우던 담배를 몰래 폈어요. 그랬더니 친구들, 선배들한테 소문이 났어요. 원래 친구가 한 명밖에 없었는데, 담배를 피운 뒤로는 동네에 모든 선배와 친구들을 알게 됐어요.”
소년 범죄는 ‘일진’만 저지르는 게 아니다. 평범한 아이들이 순간의 충동을 이기지 못하고 저지른 일이 발단이다. 사회는 그들을 ‘문제아’로 낙인찍는다.
처음엔 얇디얇은 거미줄 같았던 일탈은 나중에는 쇠사슬처럼 단단해져 벗어날 수 없는 족쇄가 된다. 사소한 비행이 반복되면 자신도 모르게, 비행은 범죄가 된다. 헤어 나와야 한다는 걸 알면서도 소년들은 스스로 사슬을 끊지 못한다.
소년범 재범률은 꾸준히 늘고 있다. 대검찰청 자료를 보면 소년사건 가운데 재범자 비중은 2005년 31%에서 2015년 42.6%로 증가했다. 가장 최근 통계인 2018년도 기준으로는 40.8% 다. 10명 중 4명이 다시 범죄를 저지르는 셈이다.
소년범죄 재범률 추이
재범자
전체 소년범죄
비율로 보기
유라도 그랬다. ‘문제아’라는 손가락질을 받자 더 거친 길로 나아갔다. 진한 화장을 했고, 말투는 험해졌다.
같이 어울리던 선배들은 유라에게 ‘차털이’를 가르쳤다. 운이 가장 좋았을 때, 차에서 600만원을 훔쳤다. 모텔방을 잡고 친구들을 불러 모아 술을 마시고 명품 화장품을 샀다. 기분이 좋으면 훔친 차로 운전을 해 다른 동네 친구들을 만나러 갔다. 열네살 유라에게 특수절도와 무면허 운전이라는 죄목이 붙었다.
남의 차를 뒤져서 안에 있는 물건을 훔치는 것
소년들의 삶은 늪이었다.
또래의 세계에서 강해지는 법
열여섯 희정이의 왼손 약지에는 반지가 끼워져 있다.
제일 친한 언니와 맞춘 ‘우정링’이다.
언니를 만난 곳은 6호 처분을 받고 간 시설. 언니가 소년원에 들어가 휴대전화로도 연락하지 못해 매주 손 편지를 쓴다. 희정이가 지금 가장 의지하는 사람은 언니다. 열아홉살인 희정이 남자친구도 보호관찰을 받고 있다.
6호 처분은 아동복지법에서 정하는 아동복지시설 또는 소년보호시설, 즉 민간운영시설에 6개월간 위탁하는 것
보호처분 4호와 5호에 해당. 담당 보호관찰관이 주기적으로 소년을 출석시켜 면담하며 소년의 생활을 지도하고 감독하는 것
형사재판은 만 14세 이상의 소년들만 받을 수 있다. 다만 소년법에서는 죄를 범한 만 14세 이상의 소년(범죄소년)과 함께 만 10세 이상 만 14세 미만의 소년(촉법소년)도 소년보호재판의 대상으로 정한다.
서울에 사는 열다섯 예슬이는 친한 오빠들을 만나러 대구까지 택시를 타고 갔다. 택시비가 30만원이 넘게 나왔는데, 돈이 없던 예슬이는 택시에서 내리자마자 ‘튀었다’. 오빠들을 만나면 어떻게든 놀 돈이 생겼다. 예슬이는 오빠들과 같이 중고거래 사기를 치거나 ‘몇 번 자주면서’ 거리에서 생활했다.
중고거래 사이트에서 물건을 판매한다고 글을 올린 뒤 돈만 받고 물건을 주지 않는 것
아이들에게 가장 중요한 건 또래 친구다. 자신보다 고작 한두 살 많은 언니 오빠는 인생의 전부였다. 무책임한 보호자와 아이들을 포기해버리는 학교, 믿을 만한 어른이 없는 사회에서 내쳐진 아이들은 비슷한 처지의 또래와 어울렸다.
끈끈한 또래의 세계를 나오는 건 결코 쉽지 않다. 유일하게 생긴 같은 편을 잃을 용기가 없었고, 그 세계에서 나오더라도 갈 곳이 없었다. 오히려 또래들 사이에서 낙오되지 않으려 그들만의 방식으로 더 강해져야 했다.
‘호통판사’ 천종호 부산지방법원 부장판사는 이렇게 말했다.
“비행을 저지르는 청소년 대부분은 성장 과정에서 여러 이유로 낙오된 비주류다. 잠깐의 소년보호처분이 끝나면 다시 그룹으로 돌아간다. 이들의 비행을 멈추려면 그 그룹을 해체시키거나, 빠져나오게 해야 한다.”
소년법에서 반사회성이 있는 소년에 대해 환경의 조정과 품행 교정을 위해 형사처분에 관한 특별조치를 행해 소년이 건전하게 성장하도록 돕는 것을 목적으로 한다. 19세 미만 범죄 소년에 대해 가정법원이나 지방법원의 소년부에서 보호처분을 내린다. 보호자 등에게 감호 위탁하는 1호부터 장기 소년원으로 송치되는 10호까지 있는 보호처분은 한꺼번에 여러 개를 부과할 수도 있다.
중학생 기훈이의 죄목은 특수절도다. 기훈이는 6호 처분시설에 들어가기 전 거의 매일 친구들과 차털이를 했다. 사이드미러가 닫히지 않은 차는 무조건 손잡이를 당겨보고, 잠기지 않은 차를 뒤져 돈을 훔쳤다. 한 번에 900만원이 나온 적도 있다. 심심하면 그 차를 몰고 다른 지역까지 가서 놀았다.
“스릴 있고 재밌었어요. 그냥 죽여줬어요. 저 운전 진짜 잘 해요. 사고 날 거란 생각은 안 해요. 다른 친구들은 사고 내서 재판 넘어갔는데, 전 한 번도 없어요.”
차털이를 함께 한 기훈이의 친구들은 다른 지역 시설에서 보호처분을 받고 있다. 소년원까지 가거나, 소년교도소에 간 친구도 있다. 함께 놀다 보니 말 그대로 두려운 게 없었다.
보호처분 8호(1개월 이내의 소년원 송치), 9호(6개월 이내 단기 소년원 송치), 10호(2년 이내 장기 소년원 송치)에 해당
“부모님이랑 경찰 아저씨랑 말리는 사람 몇 있었는데, 그냥 계속했어요. 잘 안 와닿아서요. 나중에는 추적 안 당하려고 핸드폰 유심도 빼고 돌아다녔어요.”
아이들은 서로 범죄를 가르쳐주고 배웠다. 놀다가 친해진 선배들에게 재미있는 놀이라며 차털이를 소개받고, 편의점이나 코인노래방을 털었다. 온라인 불법도박도 했다. 만원에서 수십만원으로 돈 불리는 데 재미를 붙이다가, 크게 돈을 잃으면 금은방도 털었다.
스포츠토토나 바카라, 사다리타기, 홀짝 등 사행성 게임
대검찰청 통계에 따르면 지난 10년간 소년범죄자(14~18세) 수는 감소 추세다. 2009년 12만 3347명에 달했던 소년범죄 발생 수는 2018년 6만 6142명으로 거의 절반으로 줄었다
주목해야 할 점은 소년범죄가 질적으로 달라지고 있다는 것이다. SNS에서 어른들의 눈을 피해 은밀하게 이루어지거나 2차, 3차 가해로 번지는 일이 흔하다. 서로밖에 없는 아이들의 뒤틀린 관계가 온라인에서 폭발하기도 한다.
열네살 현아는 페이스북에 친구의 나체 사진을 올렸다. 같이 가출하고 모텔에서 놀다가 장난으로 찍어둔 사진이었다. 친구와 사이가 틀어진 뒤 사진은 무기가 됐다.
“그 친구랑 싸우다가 너무 화가 나서 그냥 올렸는데, 다른 친구들이 다 웃더라고요. 처음에는 다른 애들한테 개인 메시지로 보냈는데, 그중 한 애가 그걸 저장해서 게시물로 올린 거예요.”
소년들의 비행 장소는 SNS를 매개로 ‘동네’를 넘어 ‘전국’으로 확대되는 경우도 흔하다. 학교라는 울타리를 넘어 같은 동네, 더 나아가 다른 지역 소년들과도 인맥을 쌓는다. 그렇게 만난 친구들과 어울리다 지역을 넘나들며 범죄에 휩쓸린다.
“우리한테도 인맥이 중요해요. 온라인에서 싸울 때 아는 선배들을 초대하면 내 편이 돼서 싸워주거든요. 페북 보다가 좀 괜찮아 보이면 페메(페이스북 메시지) 보내서 친해져요.”
때로는 SNS에서 나보다 약해 보이는 아이를 상대로 범죄도 저지른다. 현아 역시 그랬다.
“페북 프사(프로필사진) 보고 남자들한테 연락이 진짜 많이 오거든요. 조건 사기 하자는 오빠도 있고, 성매매하자는 오빠도 있어요. 그런 연락을 계속 받으니까 ‘우리도 조건 돌려서 돈 벌어볼까’ 싶은 거에요. 우리처럼 가출한, 더 어린 애 찾아보기도 했고 그랬죠.
성매매를 위해 만났다가 돈만 챙겨 달아나는 일
피해자와 가해자 사이
아이들은 자주 피해자와 가해자의 경계를 넘나들었다.
보호처분을 받은 아이들 중 상당수가 가정폭력이나 학교폭력 등 피해의 경험이 있었다. 피해인 줄도 모르는 경우가 흔했다. 돌봐주는 사람도 고민을 나눌 어른도 없었다. 상처를 극복하지 못한 아이들은 살아남기 위해 가해자의 얼굴을 했다.
고등학생 하은이가 처음 집을 나온 건 엄마와 이혼한 아빠 집에서 살던 초등학교 6학년 때다. 같이 살던 삼촌은 틈만 나면 폭력을 휘둘렀다. 엄마 집으로 도망쳐왔지만, 새아빠와 동생들은 대놓고 하은이를 불편해했다. 답답하고 눈치 보이는 집을 벗어나려고 가출을 시작했다. 그러자 언제부턴가 엄마도 하은이를 찾지 않았다.
집 나와 생활하는 열여섯 소녀를 어른들은 가만두지 않았다. 처음엔 ‘오빠, 동생’ 하며 지내자던 동네 오빠들이 돌변해 하은이를 차에 태워 모텔촌으로 데려갔다. 하은이는 “어차피 너 구해줄 사람도 없지 않느냐”며 웃던 오빠들의 얼굴을 아직도 기억한다. 그들의 손에 붙잡혀 몇달간 억지로 조건만남을 했다. 돈은 한 푼도 못 받았다.
힘겹게 탈출해 엄마 집으로 돌아갔지만, 여전히 집은 낯설었다. 온몸이 망가질 정도로 힘든 생활을 한 소녀를 보듬는 사람은 아무도 없었다. 다시 거리로 나온 하은이는 자발적으로 조건을 시작했다.
소년범 범죄 유형 비율
절도
폭행·상해
무면허·음주운전
사기
성폭력
기타

전체 소년범이 100명이라면, 소년들은 어떤 범죄를 주로 저지르고 있을지를 알아보기 위해 강력범죄와 특별법범죄, 재산범죄 등을 정리한 법무연수원 통계를 바탕으로, 재구성한 그래픽입니다.
“처음엔 원치 않았고, 무서웠어요. 제가 피해자였어요. 그런데 하다 보니 나중엔 사람 상대하는 게 쉬운 거예요. 한 번 참으면 15만원 받으니까. 어른들이 우습기도 했어요. ‘이용하기 참 쉽구나’ 싶어서요.”
하은이는 1년 동안 겪은 일들로 각종 성병을 얻었다. 조금만 더 늦었으면 불임 진단까지 받을 뻔했다.
열여덟 가영이는 중학생 때 왕따를 당했다. 사귀던 남자친구와의 성관계 후 혼란스러운 마음에 친한 친구들에게 고민을 털어놨는데, 그 뒤로 따돌림과 괴롭힘이 시작됐다. 아이들은 페이스북에 가영이 사진을 올리고 ‘걸레’라고 했고, 학교에서는 들으란 듯이 ‘더럽다’고 욕했다.
“친한 친구라고 생각한 사람들에게 배신당했어요. 충격이 컸어요. 한 번도 집에 늦게 들어간 적 없고, 부모님 말 거스른 적도 없었는데 그 이후로 인생이 완전히 뒤집혔어요.”
‘걸레’ 사건 이후 가영이는 학교에 3번 밖에 나가지 못했다. 학교 친구들이 모두 자기를 욕한다고 생각하니 두려웠다. 대신 가출해 친한 오빠들과 만나고 다녔다. ‘이미 망친 몸’이라는 생각 때문이었다.
친한 동생이 학교에서 친구와 다투고 온 날, 가영이는 그 애를 찾아내 뺨을 후려쳤다.
“걔는 직접적인 가해자가 아니었는데… 근데 뭔가 후련했어요. 예전에 내가 다른 애들한테 당한 화풀이를 걔한테 한 거죠. ‘내가 아팠으니까 너도 아파봐’라는 생각으로.”
벼랑 끝 소년에게 손 내미는 사람은 없었다
‘어른들보다 영악한, 겁 없는, 무서운 아이들’. 소년범은 사회가 차라리 잊고 싶은 존재다.
그래서 들여다보지 않은 채 통제할 수 없다고 단정 짓는다. 그렇다면 남은 선택지는 단 하나, 성인범에 준하는 강력한 처벌뿐이다.
각자의 이유로 범죄를 시작한 소년들이 기댈 곳은 어디에도 없었다. 가정은 해체됐고 학교는 이들을 ‘문제아’ 낙인찍고 더 이상 돌보지 않았다. 또래 집단에서도 이들은 비주류였다.
열아홉살 재영이는 6호 처분시설에서 모범적인 생활을 해 2주 조기 퇴소 허가를 받았다. 하지만 재영이가 부모 대신이라 믿었던 보육원 선생님들의 반대로 오히려 시설에서 3주 더 머물렀다.
재영이는 이유도 제대로 듣지 못한 채 원래 살던 곳이 아닌 또 다른 쉼터로 옮겨졌다. 보육원 선생님들이 판사에게 ‘얘는 더 이상 감당이 안 된다’고 했다는 소문만 들었을 뿐이다.
“태어날 때부터 살았으니까 엄마는 아니어도 조금의 정은 있을 줄 알았거든요? 날 싫어하는 것 같아요. 보호처분 받은 애가 있는 곳이란 이미지를 안 만들고 싶은 거겠죠.”
“학교도 똑같았어요. 6호 처분 시설에 있을 때, 전화가 오더라고요. ‘너 자퇴할래, 퇴학 당할래’. 바깥 상황이 어떻게 돌아가는지 물어볼 사람도 없고, 근데 퇴학 당하면 안 될 거 같아서 자퇴했어요.”
원래라면 6호 시설에서 지내는 기간은 학교 출석 일수가 인정이 될 수 있고, 보호처분이 끝난 뒤 원래의 학년으로 자연스레 편입할 수도 있다. 그런데도 학교는 “이미지 망친다”며 재영이를 학교에서 ‘내쫓았다’. 정말 아이들에게만 비행과 범죄의 책임을 오롯이 지울 수 있을까.
시설에서 지내면서 처음으로 잘못을 깨달은 아이들도 많다. 열여섯 주현이는 사회복지사가 꿈이다. 어릴 때부터 보육원에서 자란 주현이는 어른다운 어른을 만나지 못해 겉돌았다. 그러다 들어온 6호 처분시설에서 처음으로 기댈 만한 어른을 만났다. 그러자 주현이에겐 목표가 생겼다. 대학에 가서 좋은 사회복지사가 되고, 자신처럼 어려움을 겪는 아이들에게 좋은 엄마가 되는 것. 자신을 믿어주는 어른이 생기자 아이는 변하기 시작했다.
소년법을 새롭게
하루가 멀다 하고 터져 나오는 10대들의 범죄에, 어른들은 손가락질하기 바쁘다.
흉악한 범죄의 면면에만 관심 가질 뿐, 아이들이 어떻게 범죄의 길로 흘러 들어갔는지, 어떻게 범죄를 예방해 또 다른 피해자가 나오는 것을 막을 수 있을지 깊이 고민하지 않는다. 그렇게 논의는 다시 엄벌주의로만 흘러간다.
2017년 문재인 정부 출범 이후 시작한 청와대 국민청원에서 정부가 답을 내놓은 1호 청원도 소년법 개정 청원이었다. 어리다는 이유로 청소년을 보호만 해서는 안 된다는 취지다. 여론은 강력한 처벌을 원한다. 갈수록 흉포해지는 소년들의 범죄를 법으로 중하게 다스리라는 것이다.
하지만 실제 아이들을 마주하는 현장의 목소리는 다르다. 박종택 수원가정법원장은 “지금 소년범들은 결국 우리 사회가 만든 작품”이라고 말한다. 소년의 범죄를 아이들 탓으로만 돌린다면, 문제 해결은 요원하다는 취지다.
“여론은 엄벌을 말하지만, 엄벌이 정말 효과가 있으려면 교도소에서 나온 후 정상적인 생활이 가능해야 한다. 하지만 우리 사회는 출소자를 제대로 받아주지 못한다. 이런 상황이라면 소년범은 어린 나이부터 사회에서 ‘아웃’ 당하는 셈이다. 아이가 어릴 때부터 어떻게 자라왔는지 살펴보고 소년범을 둘러싼 환경을 전반적으로 바꿔야 한다.”
‘형사미성년자의 연령을 낮출 것인가’, ‘어떻게 소년범에 대한 처벌을 강화할 것인가’, 혹은 ‘소년원 기간을 늘려야 하는 것인가’ 등 소년법 개정에 대한 의견은 여전히 분분하며, 앞으로도 논란은 계속될 것이다. 10대들의 범죄는 지금 이 순간에도 진화하고 있기 때문이다.
다만 한 가지는 확실하다. 강한 처벌을 내린다고 해서, 이미 범죄의 늪에 빠진 아이들이 쉽게 바뀌지는 않을 것이다.
소년들의 범죄가 진화하지 않도록 하는 것은 결국 우리 모두의 몫이다.
지면 기사로 이동
서울신문
취재 이근아 · 김정화 · 진선민 기자
leegeunah@seoul.co.kr · clean@seoul.co.kr · jsm@seoul.co.kr
지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