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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일 100년 대기획] (11) 고노 요헤이 일본 중의원 前의장 특별인터뷰

[한·일 100년 대기획] (11) 고노 요헤이 일본 중의원 前의장 특별인터뷰

입력 2010-03-10 00:00
업데이트 2010-03-10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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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안부 日정부 부인했지만 日국민은 다 아는 진실”

“장기간에, 광범한 지역에 걸쳐 위안소가 설치됐고, 수많은 위안부가 존재했다는 사실이 인정됐다. 위안소의 설치·관리 및 위안부의 이송은 옛 일본군이 직접 혹은 간접적으로 관여했다. 모집은 군의 요청을 받은 업자가 주로 맡았으나 감언과 강압을 쓰는 등 본인들의 의사에 반한 사례가 많았다. 더욱이 관헌 등이 직접 가담했다는 것이 명확하다. 위안소의 생활은 강제적인 상태 아래 참혹했다. 위안부는 일본을 빼면 한반도의 비중이 컸다. 결국 군의 관여 아래 다수 여성의 명예와 존엄에 깊은 상처를 줬다. 정부는 종군위안부로서 큰 고통을 당하고, 몸과 마음에 씻을 수 없는 상처를 입은 모든 분들께 사과와 반성의 마음을 드린다. 역사의 사실을 피하지 않고, 오히려 역사의 교훈으로서 직시하겠다. 같은 잘못을 결코 반복하지 않겠다.”



고노 요헤이 담화 요지 1993년 8월 4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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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노 요헤이 전 일본 중의원 의장이 최근 도쿄 도라노몽에 위치한 자신의 사무실에서 가진 서울신문과의 특별인터뷰에서 일본군 위안부 문제를 포함해 미래지향적 한·일관계, 북·일 관계 등에 대해 말하고 있다.
고노 요헤이 전 일본 중의원 의장이 최근 도쿄 도라노몽에 위치한 자신의 사무실에서 가진 서울신문과의 특별인터뷰에서 일본군 위안부 문제를 포함해 미래지향적 한·일관계, 북·일 관계 등에 대해 말하고 있다.
│도쿄 박홍기특파원│지난 1993년 8월4일 ‘고노 담화’는 2년 뒤인 95년 8월15일 ‘무라야마 담화’로 이어졌다. 고노 담화는 인권을 짓밟고 유린한 일본군 위안부 문제를 처음 정부차원에서 공식적으로 인정, 반성한 ‘사건’으로 한·일 양국의 과거사 청산을 위한 단초를 제공하는 등 적잖은 영향을 미쳤다. 담화를 발표한 장본인인 고노 요헤이 전 중의원 의장은 지난달 18일 도쿄 토라노몽에 위치한 사무실에서 가진 서울신문과의 특별인터뷰에서 위안부 문제에 대해 “상처받은 많은 분들이 무거운 짐을 지고 생활하는 것에 대해 대단히 죄송하게 생각한다.”며 거듭 담화의 취지를 밝혔다. 고노 전 의장은 지난해 7월 중의원 해산과 동시에 정계를 은퇴한 뒤 처음 외신과의 인터뷰에 응했다.

→1993년의 고노 담화는 한국에서 큰 반향을 불러일으켰다.

-담화 발표 과정에서 가장 힘들었던 점은 구체적인 자료가 없다는 것이었다. 위안부 피해자인 당사자들을 찾아 경험을 듣고 사실을 확인하는 방법밖에 없었다. 당사자들은 과거를 말하고 싶지 않아했다. 그러나 서로 시간을 가진 끝에 신뢰감이 쌓여 갔다. 오랜 시간이 지나버린 시점에서조차 당사자들이 입을 다물고 세상을 떠난다면 영원히 묻혀버리고 만다는 사실을 인식하기에 이르렀다. 때문에 대화가 가능했다. 귀중한 경험담을 들었다. 명쾌한 자료는 발견할 수 없었으나 당사자들의 경험담을 토대로 한 자료가 진실성이 높다고 판단, 발표하기로 결론을 내렸다. 정부 차원에서는 1965년 한·일조약이 체결됨으로써 공식적인 것들은 이미 끝났다. 하지만 위안부 문제는 분명한 사실이다. 당사자들이 엄청난 고통을 겪었다는 점에서 일본은 어떻게든 할 수 있는 일은 하고자 했다.

→고노 담화는 자민당 내에서도 많은 논란이 있었다. 2007년 당시 아베 신조 총리는 위안부의 강제성을 부인했는데.

-아베 전 총리는 항상 부인하는 입장을 견지했다. 그다지 놀랄 일이 아니었다. 물론 이상하다고는 생각했다. 그러나 내가 굳이 밝히지 않아도 대부분의 국민은 이미 잘 알고 있는 진실이다.

→한국의 위안부 피해자들은 아직 일본 정부의 사과와 보상을 요구하고 있다.

-피해자들 중에도 여러 입장이 있다. 명예를 중히 여겨 사죄를 요구하시는 분, 과거의 사실을 나름대로 인정받아 전에 비해 한이 좀 풀렸다는 분 등등. 한 가지의 형태로 묶어 대응하기는 쉽지 않다. 한국의 대통령이나 외교장관과 대화를 나눴을 때 일본이 사실을 사실로 시인하면 그 이후는 한국 정부의 일로서 받아들이겠다고 말한 분들도 있었다. 그렇다고 해도 일본은 사죄하는 기분, 감정을 잘 전달해야 한다. 정부로서는 대응에 한계가 있어 민간단체를 구성, 뜻을 보여주려고 하고 있다. 우리로서는 이 점에 대해 이해 받고 싶다. 거듭 밝히지만 일본의 잘못된 행동 탓에 상처받은 많은 분들이 무거운 부담을 지고 살아가는 데 대단히 죄송하다.

→올해 100년이 된 병탄의 역사적 의미는.

-현역에서 물러나 있으므로 개인적인 의견을 말할 뿐이다. 오카다 외무상이 방한해 밝힌 발언과 내 의견이 다르지 않다.(오카다 가쓰야 외무상은 지난달 11일 방한 때 “한국인들이 나라를 빼앗기고 민족 자긍심이 깊이 상처받은 일이었다. 합병 당한 측의 아픔을 기억하고 피해자의 기분을 결코 잊어서는 안 된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한·일 간에는 ‘독도, 역사교과서, 야스쿠니신사 참배’라는 이른바 ‘3점 세트’가 있다. 해법을 찾는다면.

-현재 상태에서 완전한 해결은 어렵다고 본다. 무엇보다 양국 정치권에 바란다. 해결될 때까지 예민한 부분은 자극하지 말 것을 강조하고 싶다.

→현재의 한·일관계는.

-좋다. 상당히 높게 평가한다. 한국의 대통령도 대단히 노력하고 있다고 이해하고 있다.

→병탄 100년을 맞아 새로운 한·일 관계의 이정표를 만들 방안은.

-양국 사이에 협력의 의지를 명확히 했으면 한다. 그런 의미에서 양국 정상의 합의도 중요하다. 여러 면에서 협력하고 관계를 이뤄 나가야 한다. 민간차원에서는 영화나 음악 등 이미 활발하게 교류되고 있지 않은가. 이런 것들은 더욱 활발하게 이뤄져야 한다. 김대중 전 대통령 때의 일본 문화 개방은 참으로 좋은 일이었다. 정부차원에서 ‘이것은 옳다, 이것은 그르다.’라고 할 수 없는 일이니 양국 상호 간 좋은 것들을 교류, 흡수해 나갔으면 좋겠다. 문화라는 것은 섞였을 때 더 강해진다.

→일본과 북한의 과거 청산, 국교 정상화를 향한 진전이 없다.

-북한과의 국교정상화는 반드시 이루어져야 한다. 그러나 아직 정상화될 상황에 있지 않다. 북한과의 과거청산을 위해서는, 예를 들어 일본의 경제적 보상 및 지원 등 여러 조치가 필요하다. 하지만 일본 국민의 이해를 먼저 얻어야 한다. 납치 문제는 상당한 걸림돌로 작용하고 있다. 이런 상태로는 정부 간의 교섭은 불가능하다. 가능한 한 빨리 납치 문제가 해결돼야 한다. 북한은 일본의 피해자들이 납득할 만한 설명과 행동을 해야 한다.

→동북아시아의 관계는 복잡하다. 중국의 부상에 따른 한국·일본의 역할은.

-국제사회에서는 어느 한 나라도 자국의 힘만으로 할 수 있는 것이 없다. 예를 들어 환경,식량 등 지구적 규모의 문제들은 모든 국가에 영향을 미치고 있다. 즉, 몇 개의 국가 또는 전세계가 협력해 해결에 나서야 한다. 그런 의미에서 한국과 일본, 중국은 긴밀히 협력하고 노력해야만 한다.

→이명박 대통령이 일왕을 한국에 초대하겠다고 밝혔는데.

-조건이 갖춰지면 당연히 좋은 일이다. 이웃 나라로서 더더욱 그렇다. 양국 간에 좋은 조건을 만든 상태에서 이루어져야 한다. 일본에서도 여론이 천황(표현대로)의 방한을 호의적으로 생각하는 쪽으로 형성돼야 하고, 한국에서도 천황의 방한에 대한 의미를 바르게 받아들여진다는 전제 아래 추진돼야 한다. 즉, 조건이라기보다 양국의 분위기가 무르익은 위에 진행돼야 한다는 말이다.

→일본에서 재일한국인의 지방정치참정권 부여에 대한 찬반이 뜨겁다.

-여러가지 의견이 있다. 어떤 것이 옳은지, 어떻게 해야 할지에 대해 일치하지 않고 있다. 민주당 안에서조차 다른 목소리가 나오고 있는 실정이다. 정치권 안에서도 오랫동안 토론하고 있지만 시간이 좀 더 필요하다고 생각한다. 일본 정부도 신중한 결론을 내도록 노력해야 할 것이다. 개인적으로는 기본적으로 찬성한다.

→한·일 양국의 젊은이들에게 하고 싶은 말은.

-단순히 관광의 대상이 아니라 적극적으로 상대 나라를 알고, 진정한 의미의 친구가 되길 바란다. 단지 책을 읽거나, 사람들의 이야기를 통해 일방적으로 추측하거나, 개인적으로 결론을 내리지 말고 같은 시대 사람들끼리 직접 만나서 친구가 되고, 이야기하고, 의견을 나누며, 이해의 폭을 넓히는 것이 중요하다. 깊게 교류하길 바란다.

hkpark@seoul.co.kr
2010-03-10 6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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