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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거노인 사랑잇기] <2부>노인이 행복한 사회 (10) 건강보험심사평가원 ‘말벗’ 봉사

[독거노인 사랑잇기] <2부>노인이 행복한 사회 (10) 건강보험심사평가원 ‘말벗’ 봉사

입력 2011-08-08 00:00
업데이트 2011-08-08 00: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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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통 어르신들 “안심콜 받으면 외로움 싹 사라져”

“안녕하세요. 할머니.” “아이고, 그래. 그쪽도 잘 지내셨지요?” “밤새 잘 주무셨어요?” “잘 잤지, 방금 운동 갔다가 와서 누웠어. 근데 어지러워. 왜 그럴까.” “오늘 드실 약 잘 드셨어요?” “약은 먹었는데, 어지럽네.” “날씨가 더워서 그런 것 같아요. 오늘은 쉬시고 오후까지 어지러우면 근처 병원에 한번 다녀오세요. 참, 막내딸네는 다녀오셨어요?” “그럼, 갔다 왔지. 어제 저녁 늦게 왔어.” “할머니 잘 쉬시고, 주말 잘 보내세요. 제게 재밌는 말씀도 많이 해주시고요.” “그래요. 항상 염려해줘서 고마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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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강보험심사평가원은 지역 독거노인들의 정서적 안정을 위해 안심콜서비스와 생필품 방문 전달 행사를 정기적으로 갖는 등 다양한 사회공헌 활동을 펴고 있다. 사진은 직원들이 지난 6월 말 창립기념일을 앞두고 지역 노인을 방문해 생필품을 전달하는 모습.  건강보험심사평가원 제공
건강보험심사평가원은 지역 독거노인들의 정서적 안정을 위해 안심콜서비스와 생필품 방문 전달 행사를 정기적으로 갖는 등 다양한 사회공헌 활동을 펴고 있다. 사진은 직원들이 지난 6월 말 창립기념일을 앞두고 지역 노인을 방문해 생필품을 전달하는 모습.
건강보험심사평가원 제공




누군가 두 사람의 대화를 듣는다면 손녀와 할머니의 대화로 착각할 수도 있다. 이 대화는 건강보험심사평가원 상담사와 독거노인이 주고받는 안부 통화 내용이다. 자신이 맡은 업무를 하면서 독거노인의 건강을 가족처럼 챙기는 일이 생각처럼 쉽지만은 않다. 하지만 심평원 상담사들은 자발적으로 이들 독거노인과 가족의 연을 맺고 아름다운 나눔을 실천하고 있다.

●상담사들 자발적 실천… 봉사분야 다양

심평원 콜센터 상담사는 50명. 각 직원들이 돌아가면서 서울 서초구에 거주하는 54명의 독거노인에게 안심콜서비스 전화를 한다. 일주일에 두 번이지만 노인들의 반응은 뜨겁다. 정완순 심평원 고객센터 차장은 “서초구에 사는 노인이라고 해서 모든 노인이 부유한 것은 아니다.”라면서 “복지단체의 추천을 받아 거동이 불편한 노인에게 지속적으로 안부전화를 해 외로움을 느끼지 않도록 도와드리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들 노인은 모두 75세 이상의 고령인 데다 일부 노인은 지병이 있어 집 밖을 나서는 것조차 어렵다고 호소한다. 집 안에서만 주로 지내는 노인들에게 가장 필요한 것은 정서적인 위로다. 가끔씩 노인들이 금품을 노린 사기전화로 오해해 냉대하는 사례도 있지만 상담사들은 웃음을 잃지 않고 누구보다 따뜻한 마음으로 노인들을 대하고 있다. 정 차장은 ”외로우니까 누군가 연락해주는 것을 너무나 반기는 어르신이 많지만 어떨 때는 사기전화로 의심해서 냉대를 받을 때도 있다.”면서 “하지만 꾸준히 연락하면 마음을 열고 전화를 기다리게 된다.”고 말했다. 노인들이 마음을 열고 시시콜콜 여러 얘기를 늘어놓으면 지루할 수도 있지만 오히려 상담사들은 노인들의 대화를 더 기다린다고 했다. 특히 건강보험 심사를 담당하는 심평원은 의료분야에 대한 전문성이 있기 때문에 노인 건강에 도움이 되는 정보를 실시간으로 전해주는 역할도 담당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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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6월 27일에는 창립기념일을 앞두고 독거노인 가정에 쌀 10㎏과 라면 1박스씩을 전달하는 행사를 가졌다. 서초구는 물론 인천과 경기 성남, 고양까지 직접 찾아가 44가구에 식료품을 전달했다. 본래 인근 지역 노인들을 초청해 본원 지하식당에서 잔치를 가질 계획이었지만 많은 노인들이 거동이 불편하다는 점을 감안한 행사였다. 노인이 집을 비운 곳도 찾아가 이웃을 통해 식료품을 전달하도록 조치했다. 당시 쌀을 받은 김모(76) 할머니는 “우리네가 뭘 해준 것도 없는데 이렇게 고생스럽게 찾아다니면서 도와주니 감격스러울 따름”이라면서 “누군가 나를 돕는다는 생각을 하면 외로움이 훨훨 날아가 사라지는 느낌이 든다.”고 말했다. 심평원은 독거노인 방문과 별도로 다양한 노인 돕기 행사를 펼치며 이웃 사랑을 실천하고 있다. 올 1월에는 설 명절을 앞두고 서울지역 쪽방촌 노인 300여명에게 내복과 쌀을 전달했고, 최근에는 서울노인복지센터에 신입사원이 방문해 2000여명의 노인에게 구두닦이와 배식, 안경세척 등의 봉사활동을 펼치기도 했다. 또 인턴직원들은 노인들을 위해 7000개의 만두를 빚어 대접하는 행사를 가졌다. 노인들이 어려워하는 손발톱깎기 봉사활동도 진행했다. 모두 보건복지부에서 집중적으로 추진하고 있는 독거노인 사랑잇기 사업과 맞물려 지역 주민들의 큰 호응을 이끌어낸 사업이다.

지난해 겨울에는 강남구 구룡마을을 방문해 연탄 2000장과 쌀·라면 등의 생필품을 전달했다. 당시 행사에는 여느 봉사행사와 마찬가지로 강윤구 심평원장이 직접 참여해 쌀과 라면을 함께 나르며 땀을 흘렸다. 일부 직원들은 일회성 행사로 끝낼 것이 아니라 지속적으로 진행할 것을 청하기도 했다. 공공기관으로 평소에도 대민 서비스에 노력을 기울여왔지만 특히 봉사활동에 대한 직원들의 반응이 좋았다. 당시 봉사단에 참여한 김옥봉 심평원 기획예산부 차장은 “봉사활동이 일회성으로 끝나지 않고 지속적으로 이뤄지기를 바라고, 기회가 있을 때마다 더 열심히 봉사활동에 참여하고 싶다.”고 말했다.

●“의료 강점 살려 봉사분야 확대할 것”

심평원은 방문행사와 함께 향후 1~2년 내에 두배로 확장하는 콜센터를 활용해 안심콜서비스 사업을 더욱 확대할 방침이다. 상담사들을 늘려 업무부담을 줄이고, 일부는 노인 봉사에 집중하도록 돕는다는 계획도 세웠다. 김충렬 심평원 고객지원실장은 “독거노인은 생활의 문제도 있지만 더 큰 문제는 대화할 상대가 마땅치 않다는 것”이라면서 “특히 심평원에는 간호사 등 전문인력이 많기 때문에 단순히 ‘병원에 가보시라’는 말 이상의 도움도 드릴 수 있다.”고 소개했다.

심평원의 사회공헌활동은 독거노인 돕기에서 그치지 않는다. 또 다른 중점 사업은 희귀난치병 어린이 돕기. 희귀난치병 어린이에게 치료비와 격려금을 지원함으로써 공공기관의 사회적 책임을 다한다는 것이다. 심평봉사단은 한 해 1000명이 넘는 직원이 5000시간 가까이 봉사활동을 펼쳐 대표적인 사내 봉사단체로 남았다.

정현용기자 junghy77@seoul.co.kr
2011-08-08 12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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