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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토 다큐 줌인] 국제장애인기능올림픽 국가대표 합숙훈련장 가다

[포토 다큐 줌인] 국제장애인기능올림픽 국가대표 합숙훈련장 가다

입력 2011-08-17 00:00
업데이트 2011-08-17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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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망은 없다… 보다 빛나는 79인의 땀방울

지구촌 축제인 대구 세계육상선수권 대회 개막을 1주일 여 앞둔 가운데 조용히 그리고 묵묵히 또 하나의 국제대회를 준비 중인 이들이 있다. 9월 25일부터 30일까지 엿새 동안 서울에서 열리는 제8회 국제장애인기능올림픽에 출전하는 국가대표팀 선수들이 그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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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성국(자전거 수리 종목) 선수가 두 아이의 사진을 벽에 붙여 놓고 연습을 하고 있다. 조 선수는 힘들 때마다 이 사진을 보고 마음을 다잡는다고 한다. 손형준기자 boltagoo@seoul.co.kr
조성국(자전거 수리 종목) 선수가 두 아이의 사진을 벽에 붙여 놓고 연습을 하고 있다. 조 선수는 힘들 때마다 이 사진을 보고 마음을 다잡는다고 한다.
손형준기자 boltagoo@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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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청기와 마우스는 박영진(전자출판 종목) 선수가 세상과 소통할 수 있게 해 준 소중한 도구다. 손형준기자 boltagoo@seoul.co.kr
보청기와 마우스는 박영진(전자출판 종목) 선수가 세상과 소통할 수 있게 해 준 소중한 도구다.
손형준기자 boltagoo@seoul.co.kr
대회를 한 달가량 앞두고 준비위원회가 있는 경기 성남시 분당 한국장애인고용공단을 찾았다. 이곳에서 합숙훈련 중인 선수들은 장애의 종류도 정도도 다르지만 공통의 목표인 메달 획득을 위해 이른 아침부터 늦은 밤까지 훈련에 한창이었다.

실내 사진 종목에 출전하는 임성노(46·지체장애 1급) 선수는 전동휠체어에 앉아 하루의 대부분을 훈련으로 보낸다. 임 선수는 한때 동네에서 사진 잘 찍기로 소문난 사진관을 운영했다. 10여년 전 온몸의 근육에서 힘이 빠지는 희귀병에 걸리면서 사진관을 닫고 한동안 실의와 절망감에 빠져 지냈다. 우연히 국제장애인기능올림픽 소식을 접하고 여러 국내 대회를 거쳐 국가대표가 된 뒤로 장애로 잃었던 삶의 희망을 다시금 품게 됐다. 그는 “메달을 따서 상금과 연금을 받아 고생한 아내에게 보답하고 싶고, 동네에 조그마한 사진관도 열고 싶다.”며 마음속에 감춰둔 꿈을 조심스레 들려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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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인용 데이터베이스 종목에 출전하는 이수정(35·뇌병변장애 2급) 선수가 양손으로 힘겹게 한 글자 한 글자 키보드를 누르며 훈련하고 있다. 손형준기자 boltagoo@seoul.co.kr
개인용 데이터베이스 종목에 출전하는 이수정(35·뇌병변장애 2급) 선수가 양손으로 힘겹게 한 글자 한 글자 키보드를 누르며 훈련하고 있다.
손형준기자 boltagoo@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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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성노(실내 사진 종목) 선수가 카메라의 LCD창을 통해 촬영한 사진을 확인하고 있다. 손형준기자 boltagoo@seoul.co.kr
임성노(실내 사진 종목) 선수가 카메라의 LCD창을 통해 촬영한 사진을 확인하고 있다.
손형준기자 boltagoo@seoul.co.kr
전자출판 종목의 박영진(34·청각장애 2급) 선수는 현직 출판편집 디자이너로 회사의 전폭적인 지지를 받으며 대회를 준비하고 있다. 청각장애 때문에 디자이너의 꿈을 포기하고 제빵사로 6년간 일했던 박 선수는 지방대회 수상 후 지금 다니는 회사에 디자이너로 취업하며 꿈을 이뤘고, 전국대회 1위 후 회사에서 능력을 인정받고 있다. 청각장애인 디자인동호회 ‘한국데프디자인클럽’ 회장과 한국농아청년회 부회장을 맡아 청각장애인을 위한 외부 활동에도 열심인 그녀는 금메달을 따겠다는 일념이다. 박 선수는 “청각장애인 후배들에게 열심히 하면 사회에서 인정받을 수 있다는 희망을 심어 주고 싶다.”며 포부를 밝혔다.

웹마스터 종목의 곽민정(31·청각장애 2급) 선수는 국제장애인기능올림픽과 남다른 인연이 있다. 4년 전 일본 시즈오카 대회 웹마스터 종목에서 은메달을 딴 이제명 씨가 곽 선수의 남편. 이씨는 틈틈이 부인의 연습 내용을 확인하며 남편이자 메달리스트 선배로서 쓴소리를 마다하지 않는다. 곽 선수는 “남편의 관심과 기대가 부담스럽긴 해도 큰 힘이 된다.”며 “열심히 해서 남편이 못다한 금메달의 꿈을 꼭 이루고 싶다.”고 결의를 내보였다.

자전거수리 종목의 조성국(34·지체장애 6급) 선수는 익산의 한 제지회사에서 기계를 다루는 기술자다. 정식으로 자전거 수리를 배운 적은 없지만 전국 대회에서 수상하며 올림픽 출전의 기회를 거머쥐었다. 조 선수는 “못 쓰는 자전거를 고쳐서 어려운 사람들에게 나눠 주고, 장애인들에게 수리 기술을 가르치는 봉사활동을 하고 싶다.”며 금메달보다 더 값진 꿈을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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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둠이 짙게 깔린 밤 늦은 시간까지 선수들이 훈련장에서 연습을 하고 있다. 위에서 왼쪽부터 시계방향으로 한의순(53·지체장애 6급·양장), 문승진(50·신장장애 2급·양장), 김태균(42·청각장애 2급·실크페인팅), 전종석(57·지체장애 5급·양복), 박종호(53·지체장애 4급·양복) 선수.  손형준기자 boltagoo@seoul.co.kr
어둠이 짙게 깔린 밤 늦은 시간까지 선수들이 훈련장에서 연습을 하고 있다. 위에서 왼쪽부터 시계방향으로 한의순(53·지체장애 6급·양장), 문승진(50·신장장애 2급·양장), 김태균(42·청각장애 2급·실크페인팅), 전종석(57·지체장애 5급·양복), 박종호(53·지체장애 4급·양복) 선수.
손형준기자 boltagoo@seoul.co.kr
이들을 포함해 보조기기 제작, 건축CAD 등 40개 종목에 참가하는 79명의 대표선수들이 대회 5연패를 노리며 경기도 분당, 일산, 대전, 대구, 부산 등 5곳의 훈련장에서 무더위와 휴일을 잊은 채 훈련에 흠뻑 빠져 있다. 하지만 아쉬움도 있다. 대회 조직위 사무국의 안희 과장은 “세계 50개국, 1500명이 참여하는 큰 규모의 국제대회인데도 사람들이 관심을 두지 않아 대회를 알리는 데 어려움이 많다.”고 털어놨다.

사회의 무관심 속에서도 메달의 꿈을 향해 쉼 없이 노력하는 자랑스러운 우리의 국가대표 선수들에게 응원의 박수를 보낸다.

글 사진 손형준기자 boltagoo@seoul.co.kr

2011-08-17 16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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