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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토 다큐 줌인] 불황 속 블루오션… 주목받는 ‘키덜트(kid+adult) 문화’

[포토 다큐 줌인] 불황 속 블루오션… 주목받는 ‘키덜트(kid+adult) 문화’

입력 2013-11-04 00:00
업데이트 2013-11-04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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몸은 어른 마음은 영원한 동심

아이 같은 감성과 취향을 가진 어른을 뜻하는 ‘키덜트’(kid와 adult의 합성어) 문화가 주목받고 있다. 어르신들이 보면 다 큰 성인이 무슨 장난감이냐며 혀를 끌끌 차겠지만 건담이나 피규어 등 성인용 장난감을 전혀 거리낌없이 구입하는 어른들을 주변에서 어렵지 않게 만날 수 있다.

건담 마니아인 김창완씨가 아끼는 건담들 사이에 파묻혀 흐뭇한 표정을 짓고 있다. 앞줄 가운데 은색의 네 점이 순은으로 만든 건담들이다.
건담 마니아인 김창완씨가 아끼는 건담들 사이에 파묻혀 흐뭇한 표정을 짓고 있다. 앞줄 가운데 은색의 네 점이 순은으로 만든 건담들이다.
경제적으로 여유가 있는 20~40대 키덜트들은 수십만원에서 수백만원에 이르는 키덜트 장난감을 사기 위해 기꺼이 지갑을 연다. 이들의 구매력에 힘입어 키덜트 산업은 매해 급성장하고 있다. 업계에 따르면 키덜트 관련 제품 시장 규모는 현재 5000억원에 이른다. 불황 속 블루오션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시장성을 눈여겨본 갤러리아백화점은 서울 강남의 압구정 명품관에 키덜트 장난감 매장 두 곳을 입점시켰다.

오리지널 키덜트 장난감인 건담과 피규어 마니아에 최근 인기인 무선조종용품 마니아를 더하면 키덜트 문화를 즐기는 사람들은 수십만명에 이를 것으로 추산된다. 특이한 취향을 가진 소수의 비주류 문화로 취급받던 때와는 비교할 수도 없다. 당당하게 대중문화의 한 축으로 자리 잡으면서 자신만의 방법으로 키덜트 문화를 즐기는 이들도 늘고 있다.

베어브릭 마니아인 가수 팻두가 자신의 방 한쪽 벽면을 가득 채운 베어브릭과 피규어 앞에서 익살스런 표정을 짓고 있다.
베어브릭 마니아인 가수 팻두가 자신의 방 한쪽 벽면을 가득 채운 베어브릭과 피규어 앞에서 익살스런 표정을 짓고 있다.
8년차 건담 마니아인 김창완(32)씨. 귀금속 세공사라는 직업을 살려 순은으로 건담을 직접 만들었다. 5년 전 일본 완구업체인 반다이사에서 2억 5000만원짜리 백금 건담을 만들었다는 소식을 접한 뒤 순도 92.5%의 순은으로 퍼스트 건담인 RX-78 모델을 제작했다. 프라모델을 이용해 본을 뜬 뒤 은을 부어 표면을 연마해 완성하기까지 꼬박 한 달이 걸렸다. 재료비로만 100만원이 들어갔다. 이후 반년마다 하나씩, 세 점의 은 건담을 더 만들었다. 김씨는 “제작에 오랜 시간이 걸리고 재료비로만 수백만원이 들어갔지만 다른 이들에게 없는 나만의 건담을 갖고 있어 뿌듯하다”며 자랑스러워했다. 수백점을 소장한 이들이 수두룩한 건담 마니아들 사이에서 100점이 채 되지 않는 김씨의 건담 컬렉션이 특별한 이유다.

피규어에 대한 애정을 노래에 담은 이도 있다. 스토리텔링음악을 하는 인디 가수 팻두(FATDOO·이두환·31)는 음악만큼이나 피규어에 대한 사랑이 각별한 마니아이다. 곰인형 모양의 일본산 아트토이 베어브릭(BearBrick)이 그의 주요 수집품이다. “피규어 수집 취미가 다양한 주제의 이야기를 담은 스토리텔링 음악을 하는 데 큰 도움이 된다”고 밝힌 팻두는 실제로 자신이 좋아하는 베어브릭에 관한 음반을 발표한 바 있다. 2011년 베어브릭을 소재로 7곡의 노래가 담긴 ‘베어브릭 인 러브’라는 음반을 만들었다. 베어브릭을 좋아하는 이들과 사연을 나누고 싶어 자비를 들여 음반 3000장을 찍은 뒤 이 가운데 2500장을 한 아트토이 판매점을 통해 베어브릭 애호가들에게 무료로 배포했다.

아트토이 작가 쿨레인이 서울 마포구 성산동 쿨레인스튜디오에서 자신의 오리지널 아트토이인 덩키즈를 만들고 있다.
아트토이 작가 쿨레인이 서울 마포구 성산동 쿨레인스튜디오에서 자신의 오리지널 아트토이인 덩키즈를 만들고 있다.


서울 강남구 압구정동 갤러리아백화점 명품관 서관에 나란히 입점해 있는 키덜트 장난감 판매점인 레프리카(왼쪽)와 아트토이 브랜드 킨키로봇 매장.
서울 강남구 압구정동 갤러리아백화점 명품관 서관에 나란히 입점해 있는 키덜트 장난감 판매점인 레프리카(왼쪽)와 아트토이 브랜드 킨키로봇 매장.


갤러리아백화점 명품관 레프리카 매장에서 550만원에 판매 중인 한정판 트랜스포머 로봇.
갤러리아백화점 명품관 레프리카 매장에서 550만원에 판매 중인 한정판 트랜스포머 로봇.


외국제품이 대다수인 피규어 분야에서 자신이 디자인하고 제작한 피규어로 국내외 마니아들의 눈길을 잡아끈 이도 있다. 피규어 마니아들 사이에서 모르는 이가 없을 정도로 유명인사가 된 아트토이 작가 쿨레인(COOLRAIN·이찬우·42)이다. 그가 만든 다이나믹 듀오 10주년 기념 피규어와 NBA 컬렉터 시리즈는 피규어 마니아들 사이에서 인기가 높다. 그도 처음에는 피규어를 사모으던 피규어 마니아 중 한 명이었다. 2004년 초 외국 자료를 보며 독학으로 피규어 제작법을 배워 국내에서는 생소했던 아트토이를 처음 만들기 시작했다.

유명 영화 속 등장인물을 본뜬 피규어 제작가인 원형사는 적지 않지만, 쿨레인처럼 자신만의 독창적인 디자인으로 피규어를 만드는 아트토이 작가는 전 세계적으로도 10명이 채 되지 않는다. 필리핀과 홍콩 등 해외에서 수차례 초청전시를 연 그는 내년 미국에서 전시를 계획 중이다. 쿨레인은 “용인 송담대에 토이캐릭터창작과가 생길 만큼 피규어 시장이 산업적으로 주목받고 있다”며 피규어 관련 산업의 성장 잠재력을 높이 평가했다.

글 사진 손형준 기자 boltagoo@seoul.co.kr

2013-11-04 20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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