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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종원 선임기자 카메라 산책] 일본 속 한국문화 유적 답사

[이종원 선임기자 카메라 산책] 일본 속 한국문화 유적 답사

입력 2014-04-07 00:00
업데이트 2014-04-07 11: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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벽화 속 색동 주름치마 그윽한 고구려 여인의 향기

해외여행이 보편화되면서 테마기행이 여행 트렌드 가운데 하나로 부상하고 있다. 관심사가 비슷한 사람들끼리 마치 자유여행을 온 듯한 만족감을 만끽할 수 있기 때문이다. 최근 문화 자산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면서 유적지를 몸소 체험하는 현장답사기행의 인기가 특히 높다. 한국문화재보호재단의 ‘일본 속의 한국 문화 유적 답사’는 고대 한국 문화의 일본 전파 경로를 따라 일본 속에 뿌리내린 한국 문화의 원류를 찾아보는 테마기행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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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문화재보호재단의 해외유적답사기행에 참가한 사람들이 일본 나라(奈良)현 다카이치(高市)군 아스카촌(明日香村) 히라타(平田)에 있는 다카마쓰총고분(高松塚古墳) 벽화 중 ‘여인군상’을 감상하고 있다. 벽화에 색동 주름치마를 입고 등장한 여인들은 고구려 수산리 고분벽화에 등장하는 전형적인 여인상이다. 일본 고분에서 채색의 벽화가 나온 것은 처음이어서 고대 한국의 풍습이 전해진 것으로 보인다.
한국문화재보호재단의 해외유적답사기행에 참가한 사람들이 일본 나라(奈良)현 다카이치(高市)군 아스카촌(明日香村) 히라타(平田)에 있는 다카마쓰총고분(高松塚古墳) 벽화 중 ‘여인군상’을 감상하고 있다. 벽화에 색동 주름치마를 입고 등장한 여인들은 고구려 수산리 고분벽화에 등장하는 전형적인 여인상이다. 일본 고분에서 채색의 벽화가 나온 것은 처음이어서 고대 한국의 풍습이 전해진 것으로 보인다.


지난달 27일 일본 간사이국제공항의 까다로운 입국 심사를 마친 한국문화재보호재단 답사기행 일행은 오사카 히라가타시의 전왕인박사묘(傳王仁博士墓)로 향했다. 백제의 학자 왕인의 묘로 추정되는 곳이다. 답사기행의 해설을 맡은 이종태 국민대 교수는 “응신천황(應神天王) 15년, 아직기(阿直岐)의 추천으로 일본으로 건너간 왕인이 논어와 천자문을 전했다고 일본서기(日本書紀)에 적혀 있다”며 “일본 아스카문화(飛鳥文化)와 나라문화(奈良文化)의 토대를 만들었다”고 설명했다. 일본에 문자와 문물을 전한 백제 학자의 뜻이 시공을 초월해 양국을 이어 주고 있는 것 같았다.

한 농부가 죽순을 캐다 발견했다는 다카마쓰총고분(高松塚古墳)은 1972년 발굴 당시 짙은 채색의 벽화가 나와 주목을 받았다. 당시 일본 언론들은 ‘전후(1945년) 최대의 발굴’이라며 연일 1면 톱을 장식했다. 벽화에 색동 주름치마를 입고 등장한 여인들은 고구려 수산리 고분벽화에 등장하는 전형적인 여인상이다. 특히 고구려의 진파리 1호분, 강서대묘와 중묘의 벽화와 흡사한 사신도가 눈길을 끈다. 이 교수는 “장례의식은 누군가의 강요로 정해지는 것이 아니라 오랜 전통과 관습으로 전해지는 것”이라며 “일본 고분에서 채색의 벽화가 나온 것은 처음이어서 고대 한국의 풍습이 전해진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일본 나라(奈良)현에 있는 세계문화유산인 호류지(法隆寺)는 본당 주변이 회랑(回廊)으로 둘러싸여 전형적인 백제의 사찰양식을 보여 준다.
일본 나라(奈良)현에 있는 세계문화유산인 호류지(法隆寺)는 본당 주변이 회랑(回廊)으로 둘러싸여 전형적인 백제의 사찰양식을 보여 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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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카마쓰총고분은 1972년 발굴 당시 내부에서 극채색 벽화와 사신도·성수도(星宿圖·별자리 그림)등이 발견됐다. 일본에서 채색 고분벽화가 나온 것은 처음이었다.
다카마쓰총고분은 1972년 발굴 당시 내부에서 극채색 벽화와 사신도·성수도(星宿圖·별자리 그림)등이 발견됐다. 일본에서 채색 고분벽화가 나온 것은 처음이었다.


백제의 고승들은 일본으로 건너가 불교에 크게 공헌했다. 백제인의 예술성과 일본인의 불심이 빚은 불교 건축물이 곳곳에 즐비하다. 세계문화유산인 호류지(法隆寺), 도다이지(東大寺) 등 거대 사찰의 가람배치와 축조기법은 백제에서 가져온 것이다. 특히 신성한 본당을 둘러싸고 있는 긴 복도인 회랑(回廊)의 설치는 전형적인 백제 양식이다. 호류지의 금당은 고구려 승려 담징이 그린 ‘비천도’(飛天圖)로 유명하다. 1949년 화재로 사라져 아쉽게도 모사 작품이었지만 하늘로 훌훌 날아가는 천녀, 위엄 서린 관세음보살 그림이 살아 있는 듯 꿈틀대고 있었다. 백제 사람이 만들었다는 구다라(백제)관음상도 빼놓을 수 없다. 2m가 넘는 목조 관음상의 부드러운 얼굴과 눈썹의 선, 입가에 살포시 머금은 ‘백제의 미소’에서 백제 장인의 흔적이 느껴졌다. 일찍이 프랑스의 지성 앙드레 말로가 ‘모나리자’, ‘미로의 비너스’와 더불어 세계 3대 미술품으로 꼽은 작품이다.

단일 목조건물로는 세계 최대 규모인 도다이지(東大寺). 이 교수는 “백제계 행기(行基)와 양변(良弁) 스님이 성무천왕(聖武天王)의 간청으로 불사를 주도했고 그 공로로 지금도 사찰 내에 그들의 흔적(행기당, 개산당)이 남아 있다”고 말했다. 가람의 총책임자는 고구려 출신 고려복신(高麗福神)이고 대불전 전당을 건립할 때 책임자로 신라인 저명부백세(猪名部百世)가 참여했다는 기록도 있다. 높이 16m의 금동불상 ‘비로자나대불’을 보고 한 시인은 “부처의 진리를 크기로 가둘 수 없고 오묘한 깨달음의 장엄한 빛을 감출 수 없다”고 예찬한 바 있다. 일본 불교의 시조인 쇼토쿠(聖德) 태자의 혼이 밴 오사카의 사천왕사(四天王寺)는 백제 부여 군수리 절터와 같은 가람양식으로 세워졌다고 한다. 하지만 독창적인 일본식 사고를 곁들인 고대 건축 유적이어서인지 우리 사찰과는 모양이 크게 달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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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토 ‘고려박물관’은 1925년 일본으로 건너온 재일 교포 정조문씨가 40여년간 일본을 돌아다니며 수집해 온 유물을 전시한 해외에서 유일한 우리 문화재 박물관이다.
교토 ‘고려박물관’은 1925년 일본으로 건너온 재일 교포 정조문씨가 40여년간 일본을 돌아다니며 수집해 온 유물을 전시한 해외에서 유일한 우리 문화재 박물관이다.
일본 불교의 시조인 쇼토쿠(聖德) 태자의 혼이 밴 오사카의 시노우텐지(四天王寺)는 백제 부여 군수리 절터와 같은 가람양식이다. 5층 보탑(寶塔)에 안치돼 있는 사리.
일본 불교의 시조인 쇼토쿠(聖德) 태자의 혼이 밴 오사카의 시노우텐지(四天王寺)는 백제 부여 군수리 절터와 같은 가람양식이다. 5층 보탑(寶塔)에 안치돼 있는 사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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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속의 한국문화 유적 답사 교토 고려미술관 (일본 유일 한국 미술품을 전문적으로 전시)  이종원 선임기자 jongwon@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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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종원 선임기자 jongwon@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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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속의 한국문화 유적 답사 - 왕인박사 묘 (천자문, 논어, 백제 문화를 일본에 전파한 백제 왕인 박사 묘 추정)  이종원 선임기자 jongwon@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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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속의 한국문화 유적 답사 교토 고려미술관 (일본 유일 한국 미술품을 전문적으로 전시)  이종원 선임기자 jongwon@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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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속의 한국문화 유적 답사 사천왕사 <시텐노지> (성덕태자<쇼코쿠태자> 때 벡제장인이 지은 일본 최고의 절)  이종원 선임기자 jongwon@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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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속의 한국문화 유적 답사 단일 목조건물로는 세계최대규모인 도다이지(東大寺).  이종원 선임기자 jongwon@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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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속의 한국문화 유적 답사 - 왕인박사 묘 (천자문, 논어, 백제 문화를 일본에 전파한 백제 왕인 박사 묘 추정)  이종원 선임기자 jongwon@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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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속의 한국문화 유적 답사 - 백제왕 신사 (백제왕씨족의 선조 영을 기리기 위해 세워진 신사)  이종원 선임기자 jongwon@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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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속의 한국문화 유적 답사 - 왕인박사 묘 (천자문, 논어, 백제 문화를 일본에 전파한 백제 왕인 박사 묘 추정) 이종원 선임기자 jongwon@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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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속의 한국문화 유적 답사 다카마쓰고분 <고분 벽화관 포함> (고구려 수산리 고분 벽화 인물들의 주름치마 등이 유사)  이종원 선임기자 jongwon@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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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종원 선임기자 jongwon@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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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속의 한국문화 유적 답사 세계문화유산인 호류지(法隆寺),백제관음실  이종원 선임기자 jongwon@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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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종원 선임기자 jongwon@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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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속의 한국문화 유적 답사 세계문화유산인 호류지(法隆寺),백제관음실의 백제와당  이종원 선임기자 jongwon@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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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속의 한국문화 유적 답사 세계문화유산인 호류지(法隆寺),백제관음실의 구세관음  이종원 선임기자 jongwon@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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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속의 한국문화 유적 답사 이시부타이 (백제계 도래인 ‘소가노우마코’ 무덤으로 추정)  이종원 선임기자 jongwon@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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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속의 한국문화 유적 답사 아스카사 <아스카데라> (백제 위덕왕이 577년 기술자를 보내 지은 절 <일본서기>)  이종원 선임기자 jongwon@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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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종원 선임기자 jongwon@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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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속의 한국문화 유적 답사 이시부타이 (백제계 도래인 ‘소가노우마코’ 무덤으로 추정)  이종원 선임기자 jongwon@seoul.co.kr
일본속의 한국문화 유적 답사 이시부타이 (백제계 도래인 ‘소가노우마코’ 무덤으로 추정)
이종원 선임기자 jongwon@seoul.co.kr
마지막 날 방문한 ‘고려박물관’은 이번 답사의 특별코스다. 일본뿐 아니라 해외에서 유일한 우리 문화재 박물관이다. 건물 앞뜰에는 낯익은 우리 문인석이 서 있었다. 1925년 일본으로 건너온 재일 교포 정조문씨가 40여년간 일본을 돌아다니며 모은 것들로 국보급 문화재도 수두룩하다. 정씨의 아들인 정희두씨는 박물관 입구에 자리 잡은 고려시대 석탑을 가리키며 “아버지가 고베(神戶) 농가에서 우연히 발견한 뒤 10년 넘게 주인을 설득해 사들인 것”이라며 “수집품 하나하나마다 이런 노력이 필요했다”고 말했다. 고려미술관은 영원히 뺏길 뻔했던 일본 내 우리 문화재들을 되찾은 것 이상의 의미가 있다. 차별받던 재일 교포들에게 문화에 대한 자부심을 심어 줬고, 일본으로 하여금 비뚤어진 역사를 바로 고치도록 한 것이다.

한국문화재보호재단은 소중한 문화유산에 담긴 역사적 의의와 높은 가치를 새롭게 인식하는 기회를 마련하고자 국내외 문화유적답사를 진행하고 있다. 특히 1989년부터 ‘일본 속의 한국 문화 유적 답사’, ‘중국 실크로드 학술 문화 유적 답사’ 등의 행사를 잇달아 열어 한·중·일 세 나라의 문화 교류에 대한 이해의 폭을 넓히고 있다. 역사 문화 유적을 찾는 참가자들의 열기는 뜨겁다. 연령층도 대학생부터 70대에 이르기까지 다양하다. 이상진(60)씨는 “일본 속의 한국 문화에 대해 책에서만 공부를 했는데 실제로 체험할 수 있는 기회를 갖게 돼 매우 뜻깊은 답사여행이었다”고 말했다. 4년째 답사에 참여하고 있는 한부자(59)씨는 “일본 문화의 일정 부분이 우리 문화의 도래에 있었음을 짐작하게 했다”며 “일본에서의 한류 열풍 원조는 백제 문화”라고 웃으며 말했다.

문화 유적은 과거의 흔적이며 이를 통해 현대문화의 정신과 정체성을 완성할 수 있다. 더욱이 문화 유적 답사는 선조들의 지혜와 삶의 모습을 살펴보며 우리 문화유산의 높은 가치를 새롭게 인식할 수 있는 기회를 주기 때문에 한층 더 매력적이다.

글 사진 오사카 이종원 선임기자 jongwon@seoul.co.kr
2014-04-07 28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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