뷰페이지

[대한민국 혁신 리포트] (6·끝) 국가 100년 미래 전략을 갖춰라

[대한민국 혁신 리포트] (6·끝) 국가 100년 미래 전략을 갖춰라

입력 2014-07-30 00:00
업데이트 2014-07-30 03:07
  • 글씨 크기 조절
  • 프린트
  • 공유하기
  • 댓글
    14

정권 바뀔때마다 정부부처 명멸… 예산 낭비에 정체성도 혼란

“Chosun을 Josun으로 바꾸느라 얼마나 번거로웠는지 아십니까. 앞으로 더 이상 그런 일은 안 했으면 합니다.”

이미지 확대
윤두현 청와대 홍보수석이 지난달 26일 언론 브리핑에서 박근혜 대통령이 정홍원 국무총리를 유임시키기로 했다는 전례 없는 소식을 발표하고 있다. 야당은 최소한 대통령이 유임 배경을 국민 앞에 설명하는 게 도리라고 비판했다. 서울신문 포토라이브러리
윤두현 청와대 홍보수석이 지난달 26일 언론 브리핑에서 박근혜 대통령이 정홍원 국무총리를 유임시키기로 했다는 전례 없는 소식을 발표하고 있다. 야당은 최소한 대통령이 유임 배경을 국민 앞에 설명하는 게 도리라고 비판했다.
서울신문 포토라이브러리
2013년 1월 10일 미국 백악관 이스트룸에서 버락 오바마(왼쪽) 대통령이 이임하는 티머시 가이트너(가운데) 재무장관의 공적을 치하하고 격려하는 가운데 가이트너 장관은 감격스러운 표정으로 제이컵 루(오른쪽) 차기 재무장관 후보자와 악수를 하고 있다. 뉴욕타임스
2013년 1월 10일 미국 백악관 이스트룸에서 버락 오바마(왼쪽) 대통령이 이임하는 티머시 가이트너(가운데) 재무장관의 공적을 치하하고 격려하는 가운데 가이트너 장관은 감격스러운 표정으로 제이컵 루(오른쪽) 차기 재무장관 후보자와 악수를 하고 있다.
뉴욕타임스
이미지 확대
미국 보스턴미술관의 ‘한국실’ 관계자는 2012년 기자에게 이렇게 푸념했다. 조선왕조의 영문 표기를 ‘Chosun’에서 ‘Josun’으로 바꾸라는 한국 정부의 ‘지시’에 한국실과 한국 작품의 영문 표기를 모조리 교체하느라 돈과 시간이 엄청나게 많이 들었다는 불만이었다. 미국인의 귀에는 별 차이도 없는 표기를 굳이 많은 돈을 들이면서까지 바꾸는 한국 정부의 정책을 이해할 수 없다는 표정이었다.

우리는 정권에 따라 혹은 정책 담당자에 따라 나라의 정체성과 관련된 것들을 너무 쉽게 바꾼다. 정권이 바뀌면 하루아침에 멀쩡했던 정부 부처가 사라지고 생경한 이름의 부처가 새로 생긴다. 정부 부처의 이름이 바뀌는 것은 이제 일도 아니다.

대통령직인수위원회는 정책의 콘텐츠를 고민하기에 앞서 정부 조직 개편과 이름 바꾸기에 혈안이 된다. 이전 정권의 색깔을 최대한 빼고 새 정부의 이미지를 부각시키려는 욕심에서다. 내무부에서 행정자치부를 거쳐 행정안전부로 개명했던 부처가 박근혜 정부 들어 단어 순서만 바꿔 안전행정부가 된 것은 거의 병적인 개명 집착증이라 할 수 있다. 안전을 중시한다는 취지라고는 하지만 이렇게 이름을 바꾸는 데 수억원의 비용이 들었다는 추산이 있다. 부처 간판부터 명함까지 모조리 다 바꿔야 하기 때문이다. 그래 놓고도 정작 안전은 소홀히 해 세월호 참사가 일어났다.

반면 미국은 새 정부가 들어서도 정부 부처가 바뀌는 경우는 거의 없다. 1903년 설립된 상무노동부가 1913년 상무부와 노동부로 분리된 뒤 두 부처는 100년 넘게 같은 이름을 유지하고 있다. 한 외교관은 “정부 부처가 명멸하고 이름이 바뀔 때마다 해당 국가 상대역(카운터파트)에게 새 명함을 건네며 부처가 바뀐 이유를 설명하느라 많은 에너지를 소모한다”고 털어놨다.

우리는 유구한 역사에도 불구하고 자유민주주의 공화국으로서의 대한민국 역사는 70년 정도밖에 안 된다는 점을 망각한다는 지적도 있다. 따라서 이제는 우리도 정권이 바뀌어도 면면하는 민주공화국으로서의 전통을 제대로 수립할 때가 됐다는 것이다. 예컨대 미국은 각료를 새로 지명할 때 대통령이 국민들에게 직접 각료 후보자를 소개하며 지명 이유를 설명한다. 각료를 교체할 때도 국민들에게 떠나는 각료의 공적을 일일이 설명하는 게 불문율이다.

한국 대통령은 어떤 때는 직접 시정연설을 하고 어떤 때는 국무총리에게 대독하게 하는 등 일관성이 없는 반면 미국 대통령은 매년 의회에 나와 직접 시정연설을 한다. 시정연설에는 반드시 대통령 부인이 참석한다. 한 외교관은 “평소에는 그토록 으르렁대던 미국 정치인들이 시정연설차 의회에 입장하는 대통령에게 여야를 막론하고 오랜 시간 기립박수를 보낼 때는 미국의 전통과 저력이 느껴진다”고 말했다.

김상연 기자 carlos@seoul.co.kr
2014-07-30 6면

많이 본 뉴스

의료공백 해법, 지금 선택은?
심각한 의료공백이 이어지고 있습니다. 의대 증원을 강행하는 정부와 정책 백지화를 요구하는 의료계가 ‘강대강’으로 맞서고 있습니다. 현 시점에서 가장 먼저 필요한 것은 무엇일까요?
사회적 협의체를 만들어 대화를 시작한다
의대 정원 증원을 유예하고 대화한다
정부가 전공의 처벌 절차부터 중단한다
의료계가 사직을 유예하고 대화에 나선다
광고삭제
위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