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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로골퍼 양용은 “맨몸으로 새로운 도전 시작한다”

프로골퍼 양용은 “맨몸으로 새로운 도전 시작한다”

입력 2014-12-19 07:30
업데이트 2014-12-19 09: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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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아 최초 메이저 챔피언 영광 뒤로 하고 일본 무대로 귀환

‘바람의 아들’, ‘아시아 최초의 메이저 챔피언’ ‘잡초 속에 핀 꽃’

프로골퍼 양용은 “맨몸으로 새로운 도전 시작한다”
프로골퍼 양용은 “맨몸으로 새로운 도전 시작한다” 화려한 수식어를 달고 세계최고의 골프 무대 미국프로골프(PGA) 투어를 누볐던 양용은(42)이 이제는 원점으로 돌아와 새로운 골프 인생에 도전한다.
연합뉴스
화려한 수식어를 달고 세계최고의 골프 무대 미국프로골프(PGA) 투어를 누볐던 양용은(42)이 이제는 원점으로 돌아와 새로운 골프 인생에 도전한다.

제주에서 태어나 20살이 다돼서야 골프장 연습생으로 골프 인생을 시작한 양용은의 성공 스토리는 세계 골프계에서도 충격으로 받아들여졌다.

수많은 실패를 딛고 2009년 PGA 투어에 재입성한 양용은은 그해 혼다 클래식 우승으로 이름을 알리더니 시즌 마지막 메이저대회 PGA 챔피언십에서 정상에 올라 아시아 최초의 메이저대회 우승자라는 새로운 역사를 썼다.

더욱이 양용은은 PGA챔피언십 마지막 라운드에서 무적의 골프황제 타이거 우즈(미국)와 맞붙어 역전 우승을 거둬 세계를 놀라게 했다.

하지만 양용은의 성공 신화는 이후 길게 이어지지 못했다. 원아시아 투어나 한국프로골프투어에서 몇 차례 우승을 차지했지만 PGA 투어에서 승수를 추가하지 못해 메이저 챔피언의 위상은 떨어지기 시작했다.

급기야 메이저대회 챔피언에게 주는 5년간 PGA 투어 출전권을 유지하지 못해 2013-2014 시즌을 끝으로 미국 무대에 서지 못할 위기를 맞았다.

성적이 좋지 않아 후원사들도 줄줄이 재계약을 포기했다.

18일 서울시내 한 호텔에서 만난 양용은은 “내년 시즌에는 골프클럽과 골프공을 제외하고는 후원해주는 기업이 없어 그야말로 맨몸으로 대회에서 나서야 합니다.”라면서 쓴웃음을 지으며 얘기를 시작했다.

다음은 양용은과의 일문일답.

-- 이번 시즌을 끝으로 PGA 투어 출전권을 잃었다. 아쉬움이 많은 한해였을 텐데.

▲ 개인적으로 지난 1∼2년 동안 가정에 힘들 일도 있어 경기에 집중할 수 없었기 때문에 성적이 좋지 않았다. 그러다 보니 출전권을 유지하기 위해 2부 투어까지 가게 됐다.(출전권을 잃은 선수들은 2부 투어 대회에서 상금 랭킹 상위 50위 안에 들면 다음 해 1부투어 출전권을 받을 수 있다) 하지만 이마저도 성적이 좋지 않아 출전권을 결국 잃고 말았다.

-- PGA 챔피언십 우승 이후 다시 한번 도약할 기회는 없었는지.

▲ 재작년 10월 일본투어 다이아몬드컵에서 우승 문턱까지 갔다가 3위에 그쳤다. 그때 마지막까지 선두를 추격했는데 우승했다면 반전의 계기가 됐을 수도 있었다. 하지만 다 지난 일이고 내가 받아들여야 할 몫이다.

-- 지난주 열린 일본프로골프투어 퀄리파잉스쿨을 통과해 일본 대회 출전권을 얻었다. 프로 선수 생활을 하면서 퀄리파잉스쿨에 많이 응시한 것 같다.

▲ 프로선수 생활을 올해까지 18년, 내년에는 19년째가 된다. 그동안 8∼9번 정도 퀄리파잉스쿨에 응시했다. 퀄리파잉스쿨은 1주 동안 경기가 안풀리면 1년 농사에 큰 영향을 미치기 때문에 할 때마다 부담이 크다. 일본 투어에는 2001년 응시해 출전권을 땄지만 성적이 좋지 않아 2003년 다시 응시했다. 이번이 세 번째가 된 셈이다.

-- 가장 기억나는 퀄리파잉스쿨이 있다면.

▲ 2009년 PGA 투어 출전권을 따기 위해 응시한 2008년 퀄리파잉스쿨이었다. 당시 미국 팜스프링스의 PGA웨스트 골프장에서 열렸는데 마지막날 18번홀에서 공을 워터해저드와 맞붙은 벙커에 빠뜨려 보기로 마쳤다. 떨어진 줄 알았는데 나중에 뉴스를 보고서야 턱걸이로 붙은 것을 알았다. 그때 퀄리파잉스쿨에 떨어졌다면 2009년 PGA 투어 혼다 클래식이나 PGA 챔피언십 우승은 없었을 것이다.

-- 2009년 PGA 챔피언십에서 우승한 직후 국내외에서 최고의 스타 대접을 받았지만 이후 성적이 좋지 않았다. 성적이 좋지 않으면 후원 업체도 많이 줄었을텐데.

▲ (양용은은 PGA챔피언십 우승 인터뷰에서 최고의 대접받아 어리둥절했다고 말했다. 우승하고 나서 미국 집에 돌아오니 PGA 투어 사무국에서 경호원을 붙여줬다는 것이다. 아들이 다니는 학교에서 하는 기부행사에 우승 당시 18번홀에 꽂힌 깃발에 사인을 해 내놓았더니 아들이 학교에서 스타됐을 뿐아니라 이 사실이 선행으로 PGA 홈페이지를 통해 전세계에 알려지기도 했다) 성적이 좋지 않다 보니 많은 후원사가 재계약을 포기하더라. 지금은 골프클럽과 골프공만 후원을 받을 뿐 나머지는 후원사가 없다. 내년에는 후원사 로고가 없는 모자와 의류를 입고 대회에 나가야 한다. 얼마전 후원해 주던 한 업체가 재계약 제안을 해 왔는데 이전보다 75%나 깎인 금액을 내보이더라. 50% 정도 깎인다면 그러려니 했겠지만…. 아무리 내가 성적이 좋지 못했지만 ‘내 가치가 이 정도였나’라는 생각이 들었다. 자존심도 상하고 해서 거절했다. 이제는 완전히 맨몸으로 출전하는 기분이다. 데뷔 초기였던 1999년이 생각나더라.

-- 그때 상황은 어땠는지.

▲ 1999년 한국프로골프투어에서 상금랭킹 9위에 올랐는데 총상금이 1천800만원이었다. 대회 출전 경비와 세금 제하고 나니 연말에 수중에 남은 돈은 겨우 몇백만 원이었다. 당시 선수 생활을 하지 않고 골프연습장에서 레슨 프로를 하면 1년에 3천만 원은 족히 벌 수 있었다. 수강생 30명만 받아 가르치면 그 돈은 벌 수 있다. 한 달 동안 골프 연습도 하지 않고 선수 생활을 계속해야 하느냐며 고민도 했다. 하지만, 그때와 지금 상황은 똑같지는 않다. 프로에 데뷔한 뒤 큰 대회를 비롯해 우승을 여러 차례 했더니 지금까지 100억 원을 벌었다. 또 아직 선수 생활을 하는 힘이 있기에 만족한다.

-- 요즘 국내 남자대회 수가 줄어들고 어려움이 크다. 남자 선수들에 대한 대우도 여자 선수들과 비교하면 크게 떨어지는 것 같다.

▲ 2009년 메이저대회를 우승하고 나서도 1년 동안 메인스폰서를 구하지 못했다. 기업들이 남자 선수들에게는 너무 인색한 거 같아 속상하다. 요즘 여자 선수들이 머리부터 발끝까지 후원사 로고를 줄줄이 달고 출전하는 것을 보면 부럽기도 하다. 아무리 최근 성적이 좋지 않았지만 나는 그래도 메이저 대회에서 우승한 한국의 간판 선수 아닌가. 내년 1월부터 유럽투어에 나가는데 스폰서 로고 없는 모자와 옷을 입고 나가면 그쪽 사람들이 뭐라고 생각할지….

-- 내년 시즌은 어떻게 준비하고 있는지.

▲ 그동안 다운 스윙 때 어깨 회전이 좋지 않아 샷이 좋지 않았다. 6개월 전부터 하체 위주의 스윙으로 바꾸고 어깨가 하체의 움직임에 따라오도록 연습하고 있다. 비디오로 촬영해 다시 돌려보며 원하는 스윙이 나오는지 점검하고 있다.

-- 누가 스윙 코치를 해주고 있나.

▲ 지난 4년간 스윙 코치를 두지 않았다. 나는 골프를 시작할 때도 스윙코치 없이 혼자 했다. 물론 스윙 코치를 두고서 우승한 적도 있지만 혼자 한 시간에도 우승을 했다. 굳이 스윙 코치를 둘 필요성을 느끼지 않는다. 오히려 후배나 선배들이 원포인트 레슨으로 한마디씩 해주는 것이 더 도움이 된다.

-- 내년 대회 출전 계획은 세웠는지.

▲ 일본투어 퀄리파잉스쿨에 응시한 것은 미국 투어 출전권을 잃어버린 것을 만회하기 위해서다. 내년 1월 중동과 아시아에서 열리는 유럽투어부터 시작한다. 유럽투어는 아직 2016년까지 출전권이 있다. 1월 15일 개막하는 두바이 HSBC 챔피언십을 시작으로 2월 초까지 4주 연속 출전한다. 일본 투어는 4월부터 나갈 생각이다. 그리고 PGA 투어는 메이저 챔피언이라는 이름이 있기 때문에 4∼5개 대회 정도 초청을 받을 수 있다. 출전권이 없지만 이 대회에서 상금을 많이 쌓으면 시즌 하반기에 출전권을 다시 확보할 수 있다.

-- 2009년 메이저대회에서 우승하며 포효하는 양용은의 모습을 다시 보고 싶어 하는 팬들이 많다. 팬들에게 하고 싶은 말이 있다면.

▲ 당장 ‘내일 좋은 소식을 들려드리겠습니다’라는 말은 못하겠다. 내년에 한국에서 프레지던츠컵이 열리지만 내가 이 대회에 나가려면 미국 대회에서 1∼2승, 일본 대회에서 4∼5승을 올려야 가능하다. 1∼2년 주춤했지만 나의 선수 생활이 끝난 것은 아니다. 새로운 마음으로 출발하는 내년에는 다시 일어서는 양용은의 모습을 꼭 보여드리겠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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