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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산조각난 ‘이한열의 운동화’ 복원 수술대 올랐다

산산조각난 ‘이한열의 운동화’ 복원 수술대 올랐다

입력 2015-04-26 10:34
업데이트 2015-04-26 11: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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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겸 박사, 6월 9일 전시 목표 구슬땀

1987년 6월 9일. 스무살이던 연세대생 이한열은 전두환 정권 규탄시위에 나섰다가 전투경찰이 쏜 직격 최루탄에 맞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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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한열의 운동화
이한열의 운동화 26일 이한열기념사업회에 따르면 밑창 등이 심하게 손상된 이한열 열사의 운동화가 근·현대 미술품 복원 전문가인 김겸(47) 박사의 손에서 복원되고 있다. 사진은 복원작업 착수 전 운동화 상태.
이한열기념사업회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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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한열의 운동화
이한열의 운동화 26일 이한열기념사업회에 따르면 밑창 등이 심하게 손상된 이한열 열사의 운동화가 근·현대 미술품 복원 전문가인 김겸(47) 박사의 손에서 복원되고 있다. 사진은 복원작업 착수 전 운동화 상태.
이한열기념사업회 제공
그 순간을 포착한 사진은 외신에도 대서특필됐고, 그해 6월 항쟁의 기폭제가 됐다. 사경을 헤매던 이한열은 한 달 후인 7월 5일 숨졌다.

유품 중 그가 신었던 ‘타이거’ 운동화는 한 짝만 남았는데 가족이 보관하다 2004년 이한열기념관으로 옮겼다. 하지만, 시간이 흐르면서 폴리우레탄 재질인 밑창에서 고분자결합이 깨지는 열화(劣化)현상이 생기는 등 심하게 손상됐다.

26일 이한열기념사업회에 따르면 이런 이한열의 운동화가 근·현대 미술품 복원 전문가인 김겸(47) 박사의 손에서 복원되고 있다.

내달 말까지 복원을 끝내고 이한열이 최루탄을 맞은 6월 9일 다시 전시하는 것이 목표다.

기념관은 작년 이한열의 옷가지 등 나머지 유품을 보존처리했지만, 운동화는 그동안 전문가를 찾지 못해 처리를 미뤄왔다.

최근 경기도 과천 작업실에서 만난 김 박사는 “밑창이 너무 심각하게 부스러져 신발을 돌리려고만 해도 부서질 정도로 작업이 어려웠다”고 말했다.

운동화는 뒤축 부분은 100여 조각으로 산산이 부서졌고, 조각을 손으로 집으면 바스러질 만큼 위태로운 상태다.

다양한 현대 미술품을 복원했지만, 폴리우레탄 소재를 복원한 경험은 없었기에 미국에서 미술가 마르셀 뒤샹의 폴리우레탄 작품을 보존처리한 기록을 참고했다.

김 박사는 “나를 의사에, 운동화를 환자에 비유하면 그간 다양한 환자를 접했지만, 국내에서는 이런 환자를 처음 만난 셈”이라고 말했다.

기념관은 복제품을 만드는 방안도 제안했지만 김 박사는 ‘원제품 보존’을 고수하고 운동화 끈조차 풀지 않고 작업했다.

”많은 이야기가 담긴 운동화이기에 열사가 신던 그 상태로 돌리자는 목표를 세웠습니다. 보관이 잘못돼 변형된 부분은 손댈 수 있지만, 나머지는 최대한 본래 상태로 복원할 겁니다.”

약해질 대로 약해진 밑창 조각은 경화제를 사용하면 조심스럽게 집을 수는 있지만, 퍼즐 같은 조각들의 제자리를 찾아 넣기가 너무 어렵다.

신발 밑창의 무늬를 찾으려 했지만, 운동화 제작사인 삼화고무가 1990년대에 부도나 남은 기록도 없다.

이 때문에 김 박사는 요즘 매일 인터넷에서 전 세계 운동화 패턴을 하염없이 검색하고 있지만, 이한열의 운동화와 일치하는 것은 아직 찾지 못했다.

밑창뿐 아니라 신발 가죽도 손상돼 특수 도료로 코팅해야 한다.

87학번인 김 박사는 “이한열 열사의 이야기는 곧 우리 세대의 이야기”라며 “정치적 성향이 없지만, 운동화 복원작업을 하면서 많은 생각을 하게 됐다”고 말했다.

”사람들은 어떤 사물이 그저 영원히 남아 있으리라 생각합니다. 운동화를 신발장 안에 두면 내내 그 상태로 남을 거라 여기는 거죠. 이 운동화처럼 역사성을 지닌 사물은 애써 관리하고 유지하려는 노력이 필요합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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