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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토 다큐] 서울 중구 인쇄골목 인절미 프로젝트 ‘불어라 신바람’

[포토 다큐] 서울 중구 인쇄골목 인절미 프로젝트 ‘불어라 신바람’

강성남 기자
입력 2015-04-26 23:34
업데이트 2015-04-27 03: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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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백개의 사업체로 나뉘어 있지만 같은 일을 하는 사람 2만여 명이 한동네에 모여 있는 곳이 있습니다.

바로 서울 중구 인쇄골목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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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인쇄업자가 1954년에 제작된 낡은 넘버링 인쇄기로 주문받은 인쇄물을 뽑고 있다.
한 인쇄업자가 1954년에 제작된 낡은 넘버링 인쇄기로 주문받은 인쇄물을 뽑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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얼핏 보면 낙후돼 보이지만 우리나라 인쇄산업의 메카인 서울 중구 인쇄골목을 사람들이 분주히 오가고 있다.
얼핏 보면 낙후돼 보이지만 우리나라 인쇄산업의 메카인 서울 중구 인쇄골목을 사람들이 분주히 오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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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쇄공들의 단골집이 즐비한 인현시장 먹자골목 내 터줏대감인 통나무집 주인이 사람 좋은 웃음을 짓고 있다.
인쇄공들의 단골집이 즐비한 인현시장 먹자골목 내 터줏대감인 통나무집 주인이 사람 좋은 웃음을 짓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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함영실씨의 인쇄공방에 수공 인쇄물이 걸려 있다.
함영실씨의 인쇄공방에 수공 인쇄물이 걸려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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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세대 디자이너인 최창기씨가 카페처럼 꾸며진 사무실에서 환한 표정으로 방문객을 맞고 있다.
신세대 디자이너인 최창기씨가 카페처럼 꾸며진 사무실에서 환한 표정으로 방문객을 맞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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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쇄골목에서 10년 넘게 일하다 인쇄공방을 차린 함영실씨가 전 과정을 수동 조작해야 하는 1950년산 아다나 손프레스기로 수공 인쇄물을 찍고 있다.
인쇄골목에서 10년 넘게 일하다 인쇄공방을 차린 함영실씨가 전 과정을 수동 조작해야 하는 1950년산 아다나 손프레스기로 수공 인쇄물을 찍고 있다.
산업 효과나 일자리 효과로 봤을 때 큰 역할을 하고 있지만 사양산업 혹은 영세업체란 이유로 그리 존재감은 없습니다.

최근 이곳 골목 사람들이 새로운 일을 꾸미고 있습니다.

‘인절미 프로젝트.’ 음식 이야기가 아닙니다.

‘인쇄인 절대공감 미래비전 프로젝트’의 줄임말입니다.

한물간 인쇄 설비와 종사자를 끌어안고, 일하는 사람들의 소통과 공감을 통해 희망을 만들겠다는 소박하지만 야심 찬 미래 기획입니다.

‘인쇄골 사진찍기 동아리’를 구성하여 일하는 틈틈이 골목 구석구석을 사진기에 담고 전시회도 열었습니다.

4월에는 동네 소식지 ‘충무로’도 발행했습니다. 이런 일을 통해 인쇄골목의 소중함과 미래비전에 대한 골목 내 소통과 공감을 만들어 가고 있습니다.

인절미 회원들은 직면한 어려움의 원인이 ‘불경기’에만 있다고 생각하지 않습니다. 부정적이고 패배적인 여론과 분위기가 더 인쇄골목의 쇠락을 부추기고 있다고 봅니다. 신문과 방송이 ‘휘청거리는 인쇄골목’, ‘기계 소리가 멈췄다’, ‘하루살이로 전락한’ 등등 온통 절망적인 얘기만 다룬다고 볼멘소리를 합니다.

프로젝트에 참가하고 있는 편집디자이너 김미란씨는 “낙후된 골목에 무질서해 보이지만 인쇄골목에는 인쇄업의 모든 것이 모여 있어요. 분업이 잘 이뤄지고 있고 기술은 세계 수준입니다. 그런 이유로 세계적 고부가가치 인쇄물 제작도 가능합니다”라고 주장합니다.

업체 간 분업과 협업이 중요한 이곳에서 신속한 물류는 중요합니다.

좁은 골목을 누비는 삼륜 오토바이는 최적화된 운송수단으로 독특한 골목 풍경을 만들어 냅니다.

인절미 모임에서 만난 김성희씨는 “2만여명이 일하는 공간에 근린공원 하나 없어요. 점심 식사 후 담배 한 대 피우고 바로 일터로 들어가죠. 물류에 종사하시는 분들은 그냥 길가에 세워 놓은 삼륜 오토바이 적재함이 일터이자 휴식공간입니다”라며 당국의 무관심에 섭섭함을 감추지 않습니다.

인쇄골목은 세운상가 재정비와 맞물려 부동산 재개발이라는 거대한 폭풍 앞에 촛불과 같은 처지에 몰렸었습니다.

도심 재정비도 필요하겠지만 산업과 일자리를 풍비박산 내는 부동산 개발이 만능일 수는 없습니다. 인쇄업은 의류봉제, 기계 산업과 함께 도시형 제조업의 핵심이며 한편으로는 사람의 감성이 담긴 문화입니다. 인쇄골목을 2차 서울형 특화산업지구로 지정하고 키워 나갈 수 있는 시 당국의 정책적 배려가 필요합니다.

물론 그 정책에 인쇄골목 사람들 이야기와 바람이 담겨 있기를 바랍니다.

강성남 선임기자 snk@seoul.co.kr
2015-04-27 16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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