뷰페이지

[시론] 토마토가 익어 가면 의사 얼굴이 질린다/이양호 농촌진흥청장

[시론] 토마토가 익어 가면 의사 얼굴이 질린다/이양호 농촌진흥청장

입력 2015-07-02 23:42
업데이트 2015-07-03 09:58
  • 글씨 크기 조절
  • 프린트
  • 공유하기
  • 댓글
    14
2년 전 개봉한 영화 ‘감기’가 요즘 새삼 화제다. 호흡기로 감염되는 유례없는 최악의 바이러스가 발병하고, 정부는 확산을 막기 위해 재난 사태를 선포하고 급기야 도시 폐쇄라는 초유의 결정을 내린다. 피할 새도 없이 격리된 사람들은 일대 혼란에 빠지고 대재난 속에서 살아남기 위한 사투가 시작된다.

이미지 확대
이양호 농촌진흥청장
이양호 농촌진흥청장
메르스(중동호흡기증후군) 관련 속보가 하루에도 몇 번씩 쏟아지고 있다. 감염자가 점차 줄고 있지만 두려움은 아직 가시지 않은 것 같다. 이 영화가 다시 회자되는 이유도 바로 ‘감염’이라는 공통분모 때문일 것이다. 포털 사이트에는 ‘메르스 관련 영화’라는 연관 검색어도 한 자리를 차지했다. 그러나 갑작스레 불어닥친 메르스보다 더 무서운 건 순식간에 퍼져 버린 그릇된 정보일 것이다.

비켜 갈 것 같았던 농촌도 큰 영향을 받고 있다. 농촌진흥청이 전국의 농촌교육농장 477곳 가운데 56곳을 표본 조사한 결과 지난달 중·하순의 예약이 메르스 발생 전보다 절반 이상 줄었다. 농가 맛집도 사정은 마찬가지다. 지난달 넷째 주 예약은 70% 이상 줄었고 취소율도 15%나 된다. 격리에서 해제된 전북 순창만 해도 지역 특산품인 고추장과 블루베리 판매가 급감해 큰 타격을 입었다. 메르스와 농산물은 무관한데도 막연한 공포로 특정 지역 농산물을 외면한 것이다.

마스크와 손 세정제는 한때 품귀 현상까지 보였다. 다행히 면역력이 약할수록 감염 확률이 높다는 전문가들의 조언이 잇따르면서 각종 건강보조식품과 제철 농식품 매출이 최근 다시 늘어나는 추세다. 이런 가운데 농촌진흥청은 메르스 발생 빈도가 높은 지역과 다소 낮은 지역을 대상으로 각각 100가구씩 전화 조사를 통해 ‘메르스에 대한 농식품 소비자 인식 조사’를 했다. 그 결과 5명 중 1명은 면역력 강화에 대한 기대로 최근 1주일간 제철 과일과 채소류의 소비를 늘린 것으로 나타났다.

최근 1주일 동안 구매 품목 중 과일은 13% 늘었고 토마토나 딸기, 수박과 같은 과일 채소는 8.5%, 마늘이나 생강 등의 양념 채소와 무, 배추, 오이 같은 부식 채소는 각각 7% 더 샀다고 한다. 농산물 중 메르스 예방에 도움이 될 것으로 인지하고 있는 품목들로는 토마토와 홍삼, 마늘, 브로콜리, 양파 순서로 많았다.

싱싱한 농산물의 다양한 기능 성분이 면역력 증강에 도움이 된다는 수많은 연구도 이런 구매 결과를 뒷받침한다. 먼저 ‘슈퍼 푸드’로 꼽히는 토마토의 ‘리코펜’ 성분은 암과 심혈관 질환의 발병률을 낮추는 데 효과가 있다. ‘토마토가 빨갛게 익어 가면 의사의 얼굴은 파랗게 질린다’는 서양 속담처럼 하루 2~3개만 먹어도 필요한 비타민은 물론 각종 영양 성분을 고루 섭취할 수 있는 으뜸 채소다.

또 양파에는 알레르기 예방, 면역력 향상과 함께 뇌졸중 예방에 도움이 되는 성분이 많다. 마늘에는 항산화 기능과 스트레스 완화 물질이 들어 있다. 인삼을 먹으면 감기 발생률이 낮아지고 몸의 면역력을 키워 바이러스성 감염도 낮춰 준다.

특히 건강기능식품 원료로 인증받은 ‘현미동충하초’를 성인 남성에게 투여했더니 면역 세포 활성은 11%, 면역 세포는 28% 늘었다는 농촌진흥청의 연구 결과도 있다. 메르스로 인한 면역력의 중요성이 화두가 되면서 복분자도 다시 주목받고 있다. 복분자는 항체 생성에 중요한 면역세포의 생육을 30% 이상 높이며 병원체 대항에 꼭 필요한 면역 물질인 ‘사이토카인’ 분비를 늘려 면역력 개선에도 좋다.

자연은 무엇 하나 그저 만드는 법이 없다. 빛과 물, 바람, 땅의 기운을 그대로 담아 영양 가득한 열매 한 알을 빚어낸다. 열매 하나 알곡 한 알이 소중한 이유다. 더욱이 맛과 건강을 한 번에 챙길 수 있는 제철 농산물이 소중한 이유도 된다.

지금 우리가 두려워해야 할 것은 두려움 그 자체다. 확인되지 않은 이야기에 휘둘리기보다는 최선을 다해 지혜롭게 극복하려는 자세가 필요하다. 무엇보다 기본적인 예방 수칙을 잘 따르고 건강한 식습관을 유지하는 것이 큰 도움이 된다. 이제 현명한 농산물 소비로 면역력을 키우고 철저한 위생 관리로 메르스 종식에 앞장서는 지혜를 발휘해 보자.
2015-07-03 31면

많이 본 뉴스

의료공백 해법, 지금 선택은?
심각한 의료공백이 이어지고 있습니다. 의대 증원을 강행하는 정부와 정책 백지화를 요구하는 의료계가 ‘강대강’으로 맞서고 있습니다. 현 시점에서 가장 먼저 필요한 것은 무엇일까요?
사회적 협의체를 만들어 대화를 시작한다
의대 정원 증원을 유예하고 대화한다
정부가 전공의 처벌 절차부터 중단한다
의료계가 사직을 유예하고 대화에 나선다
광고삭제
위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