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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스 위기> 경제 거의 마비…자본통제 나흘 만에

<그리스 위기> 경제 거의 마비…자본통제 나흘 만에

입력 2015-07-03 11:27
업데이트 2015-07-03 11: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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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스 경제가 거의 마비상태에 이르렀다.

지난달 29일부터 은행 영업이 중단되고 국외로의 자금 유출을 막기 위한 자본통제가 시작되면서 소비는 뚝 끊기고 기업들의 피해가 속출하고 있다.

그리스 정부가 하루 60유로(약7만5천원) 예금 인출을 허용하고 있고, 매트리스 아래에 넣어둔 비자금 등 당장 손에 쥔 현금이 있어 그리스 경제가 얼마간은 더 굴러갈 수 있다.

그러나 오는 7일 다시 문을 여는 은행에 현금이 남아있을지 의구심이 상당하고 그리스가 채권단과 다시 협상할 수 있을지 불확실한 상태로 경제가 완전히 마비되는 것은 시간문제라는 우려가 나온다.

◇그리스 소비 70% 급감…상점 등 휴업 속출

그리스의 자본통제가 시작된 지 72시간 만에 소비가 70%나 급감하며 그리스 국민의 삶이 휘청거리고 있다.

지난 1일 영국 일간 가디언은 거리의 식당은 비고 현금인출기 앞에만 인파가 늘어서 있었다며 그리스의 살풍경을 전했다.

아테네 피레우스 항의 페리호에는 승객을 찾아보기 어려웠고 대중교통도 연료 절감을 위해 운행이 감축됐다. 슈퍼마켓에서는 식품 사재기에 나선 이들을 볼 수 있었다.

28만 중소기업을 대표하는 그리스상업연합회의 바실리스 코르키디스 회장은 “소비가 70% 급감했다. 서로 아무도 믿지 않고 도소매간 거래가 전혀 없다”고 말했다.

하루 60유로의 현금인출 제한조치에 묶인 그리스 시민에게서는 그리스가 북한이냐는 분통이 터져 나왔다고 월스트리트저널(WSJ)은 2일 보도했다.

83세의 그리스 노인 안겔리키 안드레아키는 “이 나이에 (한도가) 정해진 현금을 손에 넣으려고 줄을 서다니 믿을 수 없다”면서 “치프라스 총리가 이 나라를 북한으로 만들었다”고 말했다.

◇무역 거래 묶여 발 동동 구르는 기업들

”그리스는 극도로 위험한 상태이다. 그리스 산업계 전반이 어떤 것도 수입할 수 없는 지경으로 원료 없이는 아무것도 생산해낼 수 없다.”

그리스상공회의소의 콘스탄틴 미칼로스 회장은 이렇게 그리스 업계의 분위기를 전했다.

그는 이번 주를 기점으로 해외 업체가 원료를 더는 보내오지 않음에 따라 재고가 20일치밖에 남지 않았다고 말했다. 자금은 충분히 있지만 국외로의 이체가 불가능하다고 토로했다.

직원 250명의 올리브가공공장을 운영하는 파를로스 데아스는 영국 일간 텔레그래프를 통해 며칠 내에 공장문을 닫아야 할 수도 있다고 말했다.

그는 “해외 원료 공급업체에 돈을 보낼 수 없다. 영업중단으로 은행들이 선하증권을 발행해주지 않아 세관에 컨테이너 세 개가 묶여 있다. 하나는 스페인산 아몬드이고, 나머지는 중국 마늘이 가득 차 있다”고 한탄했다.

검색엔진 구글을 통해 광고하는 아동 의류 브랜드의 한 관계자는 지난 30일 밤 그리스 기업의 법인카드 사용이 중단됐다는 이메일을 받았다면서 그는 이 카드로 구글 광고비를 지불한다면서 “이제 (구글에서) 광고는 완전히 사라지게 됐다”고 말했다.

일부 기업들은 자구책으로 국민투표가 시행되는 5일까지 강제휴가를 가도록 했다. 규모가 있는 기업들은 월급을 주지 않는 일마저 생겼다고 가디언은 전했다.

◇ 해외서도 ‘피해 줄이자’ 대처 나서

그리스의 자본통제에 해외기업들도 대응에 나섰다.

지난 1일 아일랜드 저가항공사인 라이언에어는 자본 통제 이후 신용카드 거래가 어려워짐에 따라 그리스 고객들이 현금 지불을 허용할 것이라고 밝혔다.

미국 기업들은 그리스가 국제통화기금(IMF)에 결국 자금을 갚지 못하면서 은행 거래를 대거 중단시켰다.

그리스호텔경영자연합의 이오아니스 레트조스 회장은 가디언에 “미국 여행사들은 은행거래 준비가 돼 있었는데 미국 당국이 압수될 위험성을 경고해 그렇게 하지 못했다”고 말했다.

무역보험업계는 그리스와 거래하는 기업에 대한 무역보험 제공범위를 놓고 검토에 나섰다고 로이터통신이 3일 보도했다. 자본통제로 그리스 기업들의 지불능력에 대한 불확실성이 커졌기 때문이다.

무역보험은 수입업자의 채무불이행 위험에 대비해 수출업체를 보호하는 것으로 국가간 상품과 서비스의 원활한 흐름에 필수적이다.

그리스 섬유 수입업계 관계자는 로이터에 “주요 무역보험회사인 애트라디우스 등이 그리스에 대한 서비스를 축소하고 있다”면서 가뜩이나 자금이 달리는 데 비즈니스가 더욱 나빠졌다고 호소했다.

◇그리스 은행 현금보유액 5억유로에 불과

자본통제에도 그리스 은행들의 현금은 빠르게 말라가고 있다.

2일 텔레그래프는 그리스상공회의소 미칼로스 회장의 말을 인용해 “그리스 은행의 현금보유액이 5억유로(6천225억원)까지 줄었다는 사실을 믿을 만한 소식통으로부터 전해들었다”고 보도했다.

미칼로스 회장은 “은행 영업중단이 끝난 이후인 오는 7일에도 은행 문이 열릴 것이라고 기대하기는 힘들다”면서 “문을 열면 1시간도 안 돼 현금이 바닥날 것”이라고 전망했다.

WSJ은 그리스 은행들이 다음 주에도 문을 열지 못할 것이 거의 확실하다고 내다봤다. 지난 1일부로 그리스 은행에 남은 현금이 10억유로밖에 되지 않는다고 매체는 소식통을 인용해 말했다.

이미 수개월 동안 국제자본시장에서 자금조달을 하지 못했고 뱅크런(대량 예금인출)이 이어졌기 때문이다.

지난 1일 유럽중앙은행(ECB)은 그리스 은행의 유일한 자금줄인 긴급유동성지원(ELA) 규모를 동결했다.

파이낸셜타임스(FT)는 전문가들을 인용해 그리스 정부의 정확한 유동성 상태도 가늠하기 어렵다면서 앞으로 수일 내에 자금이 바닥날 수 있다고 우려했다.

모건스탠리의 대디얼 안토누치 선임 이코노미스트는 “극심한 재정 불안 상태에서 정부는 비용을 충당하기 위해 채무증서인 ‘IOU’ 발행을 결정해야 할 수도 있다”면서 “일종의 ‘이중 통화(dual currency)’가 국내적으로 돌기 시작할 수 있다”고 예상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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