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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문이불여일행] 머슬女 전성시대…‘악마의 운동’ 크로스-핏 도전기

[백문이불여일행] 머슬女 전성시대…‘악마의 운동’ 크로스-핏 도전기

입력 2015-08-31 15:48
업데이트 2015-08-31 19: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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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여성들의 몸매 트렌드는 ‘건강한 몸매’다. 고강도 근력운동인 크로스핏 박스에는 여성회원들이 부쩍 늘었다.
최근 여성들의 몸매 트렌드는 ‘건강한 몸매’다. 고강도 근력운동인 크로스핏 박스에는 여성회원들이 부쩍 늘었다.
백문이불여일행(百聞不如一行) 백번 듣고 보는 것보다 한번이라도 실제로 해보는 것, 느끼는 것이 낫다는 말이 있다. ‘보고 듣는 것’ 말고 ‘해 보고’ 쓰고 싶어서 시작된 글. 일주일이란 시간동안 무엇을 해보고 어떤 생각을 했는지 나누고 이야기하고 싶다.


최근 여성들의 몸매 트렌드는 ‘건강한 몸매’다. 보호본능을 자극하는 마른 몸매보다 잘 관리된 탄탄한 몸매가 각광받는 ‘머슬녀 전성시대’가 온 것이다. 더 이상 근력운동은 남성들의 전유물이 아니다. 같은 키와 몸무게에도 근육량에 따라 체형도 달라보이고, 옷태도 바뀐다. 스스로 성취감을 느낄 수 있는 몸을 원하는 사람들에게 인기라는 ‘크로스핏(cross fit)’을 체험해봤다.

10분만 해도 팔다리가 부들부들… 숨이 턱밑까지 차오르지만 성취감도 두배

지난 30일 서울 반포동 4TP크로스핏(cross fit) 센터. 일요일에도 운동복을 입은 사람들이 시작시간인 12시에 맞춰 모이기 시작했다. 고강도 근력운동인 까닭에 ‘악마의 운동’, ‘극한의 피트니스’로 불리는 크로스핏이지만 이날 운동에서는 여성 회원이 남성 회원보다 훨씬 많았다. 트레이너를 포함해 남성 회원은 4명 여성회원은 그 두 배가 넘는 10명이 함께 했다.

본격적인 운동 시작에 앞서 스쿼트와 푸시업, 버피테스트로 준비운동을 했다. 버피테스트는 푸시업과 점프를 연속해서 하는 동작이라 한번만 동작을 제대로 소화해도 힘이 들었다. 이게 준비운동이라니. 좌절감이 엄습했지만 10명이 넘는 인원이 원을 만들어 함께 하기 때문에 힘들어도 끝까지 따라했다.

크로스핏에서는 매일 ‘와드’라고 불리는 오늘의 운동(WOD·Workout of the Day) 프로그램을 칠판에 적고 그 날의 과제로 정한다. 이 날은 1. 로잉(노젓기) 2. 푸시업(팔굽혀펴기) 3. 케틀벨 스모 데드리프트(종모양의 아령을 스쿼트와 함께 들어올리는 것) 4. 슬램볼(3~20kg까지의 큰 공을 바닥으로 세게 튀긴 다음 받기) 5. 월 머슬업(150cm 높이의 벽을 팔의 힘으로 오른 뒤 그 상태에서 팔굽히기)을 한 단계당 1분씩 쉬지않고 5단계를 연속하는 것이 1라운드의 내용이었다. 그렇게 총 5라운드를 쉬지않고 계속하면 약 30분간의 운동이 마무리된다.

3명, 4명씩 즉석에서 팀이 구성됐다. 팀별로 1라운드의 5단계를 릴레이로 계속한다. 크로스핏의 키워드는 ‘최대한, 빨리, 많이’ 해내는 것이다. 힘들다고 하고 있는 단계에 앉아 있다가는 다음 순서의 멤버에게 민폐가 된다. 로잉머신에서 팔이 후들거려 조금 앉아 있었더니 다음 타자인 회원이 어느새 뒤에서 기다리고 있다. 나의 근육들이 태어나 이렇게 힘들었던 적이 있었던가 싶다. 3라운드를 끝내고 나니 주저앉게 된다. 트레이너가 지친 나를 보더니 “좀만 더! 하나만 더!”하고 큰 소리로 외친다. 그 소리에 오기가 생겨 후들거리는 팔로 푸시업을 했다. 마지막 라운드가 되자 이미 내 몸은 내 몸이 아니다. 자동으로 다음 단계의 동작을 하고 있는 나를 발견한다.

종료 휘슬이 불자 모두들 기다렸다는 듯 바닥에 주저 앉았다. 회원들은 땀으로 범벅돼 벌겋게 달아오른 얼굴로 “심장이 밖으로 튀어나올 것 같다”며 웃음을 터뜨렸다. 30분은 분명 짧은 시간이지만 절대 얕볼수 없는 강도다. 그룹운동인 까닭에 옆사람보다 하나라도 더 하겠다는 마음으로 무리하기도 쉽다. 실제로 운동 중에 토하는 사람들도 있다. 트레이너는 “심폐지구력, 정확성, 협응력, 밸런스, 민첩성, 스피드, 힘, 유연성, 스테미너, 근지구력 등 10가지 신체능력을 골고루 발달시키기 좋은 운동”이라면서 “자신의 체력에 맞게 무리하지 않으면 부상 위험은 별로 없다”고 말했다. 매일 운동과제가 바뀌기 때문에 비슷한 기구를 반복 사용하는 일반 헬스운동보다 지루하지 않은 것도 장점이다.

대부분의 크로스핏 박스들이 무료체험 프로그램을 진행하고 있다. 크로스핏은 직접 체험해봐야 자신에게 맞는 운동인지 감이 온다.
대부분의 크로스핏 박스들이 무료체험 프로그램을 진행하고 있다. 크로스핏은 직접 체험해봐야 자신에게 맞는 운동인지 감이 온다.


“고통으로 희열을 얻는, 악마의 운동…할 수록 빠져든다”

1990년대 미국에서 경찰 특공대, 군인, 소방관 등의 훈련을 위해 고안된 크로스핏은 한국에 들어온 지는 얼마 안됐지만, 크로스핏 박스 즉 체육관의 수는 이미 100여 개에 이를 정도다. 영화 ‘300’의 배우들과 가수 비, 종합격투기 선수 등이 크로스핏을 통해 몸을 만든 것으로 알려지면서 유명해졌다. 체지방을 줄이는 데 효과적인 까닭에 의사들을 비롯해 다양한 직업의 사람들이 크로스핏으로 몸을 가꾸고 있다.

크로스핏의 매력은 무엇일까. 이날 운동을 마친 여자 회원들은 “할 수록 빠져든다”며 한계를 뛰어넘었을 때의 성취감이 희열을 준다고 입을 모았다. 직장인 강해인(가명·31)씨는 “생전 운동의 운자도 몰랐는데, 크로스핏을 시작한 후 건강한 삶에 대해 관심도 커졌다”면서 “운동을 열심히 하는 여성이 멋져 보이고, 탄력있는 몸이 아름답다고 생각하게 됐다. 건강해지고 밝아졌다”고 말했다.

크로스핏의 장점이 알려지면서 관심을 갖는 사람들도 늘어나고 있다. 크로스핏 업체들도 부쩍 늘었다. 그러나 전문가들은 크로스핏을 배울 때는 되도록 크로스핏 교육 자격을 공식적으로 갖춘 정식지부를 통해 배우는 것이 체계적인 운동에 도움이 된다고 조언한다. “크로스핏을 하는 데 있어 특별히 더 잘 맞는 사람들은 없다. 다만, 크로스핏을 하다보면 자신이 어떤 동작에 더 강한지 알게 되기 때문에 자신의 상태에 맞춰 운동강도를 조절하면 된다. 크로스핏이 추구하는 것은 종합적인 체력을 증가시키는 것이다. 현재의 나보다 더 건강해지는 프로그램이다”

가까운 크로스핏 박스에 문의해 무료체험을 권한다. 대부분의 크로스핏 박스들이 무료체험 프로그램을 진행하고 있다. 크로스핏은 직접 체험해봐야 자신에게 맞는 운동인지 감이 온다. 그룹운동인 만큼 체육관마다 분위기가 다르다. 자신에게 맞는 커뮤니티를 찾으면 운동하는 재미를 더 느낄 수 있다.

김유민 기자 planet@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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