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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 “못참아, 여보 이혼해” 뿔난 황혼 남편들

[단독] “못참아, 여보 이혼해” 뿔난 황혼 남편들

이슬기 기자
입력 2015-10-04 23:02
업데이트 2015-10-05 02: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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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정서 찬밥 신세… “내 삶 살겠다” 60대 이혼 상담 10년새 8.3배 늘어

50대 후반의 최모씨 부부는 동네에서 소문난 ‘잉꼬부부’다. 그러나 최씨는 최근 정년퇴직을 앞두고 이혼 상담소를 찾아 뜻밖의 얘기를 털어놨다.

그는 “집사람은 내 말에 ‘어, 그래’ 한번 하지 않고 매사에 비난부터 하고 보는 사람”이라며 “평생을 아내에게 맞추고 살아 왔기에 망정이지 그러지 않았다면 잉꼬부부는커녕 진작에 갈라섰을 것”이라고 하소연했다. 올가을, 막내딸이 결혼하고 나면 이혼할 생각이라는 최씨. 그는 “지금까지는 자식들 혼삿길 막힐까 꾹 참고 살아 왔지만 이제는 그러지 않을 것”이라며 “새로운 사랑을 만나 나만의 행복한 가정을 꾸리고 싶다”고 했다.

‘황혼의 남편들’이 뿔났다. 30년 이상 함께 살아온 아내에게 헤어질 것을 먼저 요구하는 남성 주도의 황혼이혼이 늘어나고 있다. 아내가 남편에게 이혼을 요구하는 것이 일반적이었던 기존 황혼이혼의 구도에 큰 변화가 나타난 것이다. “집안의 가장으로 모든 걸 희생해 왔지만 이제부터는 내 삶을 살겠다”는 남편들의 반란인 셈이다. 정년퇴직을 한 뒤 오히려 이혼 소송을 통해 재산 분할을 하고, 여행이나 귀농 등 자유로운 인생 2막을 꿈꾸는 남편들이 많아지고 있는 것이다.

이는 수치로도 증명된다. 혼인 기간이 30년 이상인 부부의 이혼이 2004년 4600여건, 2009년 7200여건, 지난해 1만 300여건으로 꾸준히 늘고 있는 가운데 65세 이상 고령 남성의 ‘이혼 후 재혼’이 2000년 364건에서 지난해 1969건으로 5배 이상으로 증가했다.

한국가정법률상담소에 접수된 60대 이상 남성의 이혼 상담 건수도 2004년 45건에서 지난해 373건으로 10년 새 8.3배가 됐다. 같은 기간 60대 이상 여성 상담 건수가 3.7배로 증가한 것과 비교하면 2배가 넘는다.

박소현 한국가정법률상담소 법률구조2부장은 “2012년 전체 남성의 이혼 상담 중 60대 이상의 비율이 20%를 넘어섰으며, 이후로도 가파른 상승세를 이어가고 있다”면서 “젊어서부터 갈등이 많았던 아내와 하루 종일 집에 붙어 있는게 너무 힘들다며 이혼하고 싶다는 남성들의 상담이 늘어나고 있다”고 전했다.

이슬기 기자 seulgi@seoul.co.kr
2015-10-05 1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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