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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현용 기자의 밀리터리 인사이드] KTX 타면 남는 거 없는 병사 휴가비

[정현용 기자의 밀리터리 인사이드] KTX 타면 남는 거 없는 병사 휴가비

정현용 기자
정현용 기자
입력 2015-10-23 22:32
업데이트 2015-10-24 01: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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휴가비 현실화 정책 중간 점검

2013년 예비역과 장병들의 귀가 솔깃해지는 발표가 있었습니다. “병사 복지 확 달라졌다”, “요즘 군대 많이 좋아졌다”는 거창한 제목의 보도가 나오기도 했는데요. 5년 만에 나온 ‘군인복지기본계획’ 때문이었습니다. 장병과 예비역들이 가장 많은 관심을 가진 부분은 역시 ‘월급’과 ‘휴가비’였습니다. 국방부는 2012년 기준 병장 월급 10만 8000원을 2017년까지 21만 6800원으로 올린다고 밝혔습니다. 또 휴가비 가운데 4000원인 식비는 6000원으로, 1만 2000원인 숙박비는 2만 5000원으로 현실화한다고 발표했습니다. 여기서 휴가비는 교통비, 즉 ‘여비’를 제외한 금액입니다. 올해가 2015년이니 중간 점검 한번 해 봐야겠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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병사 휴가비, 얼마인지 아시나요? 거리에 따라 1만 1600원부터 12만 4400원까지 받습니다. 이 금액이 적당하다고 생각하시나요. 병사들의 휴가비 문제는 늘 뒷전으로 밀려나 있습니다. 서울역 철도수송반(TMO)을 이용하려는 병사들. 서울신문 포토라이브러리
병사 휴가비, 얼마인지 아시나요? 거리에 따라 1만 1600원부터 12만 4400원까지 받습니다. 이 금액이 적당하다고 생각하시나요. 병사들의 휴가비 문제는 늘 뒷전으로 밀려나 있습니다. 서울역 철도수송반(TMO)을 이용하려는 병사들.
서울신문 포토라이브러리
●부산 출신 KTX삯 10% 할인받아야 서울 왕복

정부가 지난달 자신 있게 밝힌 내년도 예산안에 따르면 병장 월급은 올해 17만 1400원에서 내년에는 15% 인상한 19만 7100원이 됩니다. 이미 목표에 근접했기 때문에 달성은 어렵지 않을 것으로 보입니다. 그럼 휴가비는 어떨까요? 휴가비는 많은 분들이 아시다시피 거리에 따라 금액이 달라집니다.

국방부에 따르면 휴가비는 식비와 숙박비, 여비를 모두 포함한 금액으로 현재 451㎞ 이상인 1급지는 12만 4400원입니다. 2급지(450㎞까지)는 11만 2800원, 3급지(400㎞까지)는 9만 1200원, 4급지(350㎞까지)는 7만 9600원, 5급지(300㎞까지)는 6만 8000원, 6급지(250㎞까지)는 5만 6400원, 7급지(200㎞까지)는 3만 9600원, 8급지(150㎞까지)는 2만 8000원, 9급지(100㎞까지)는 1만 8600원, 10급지(50㎞까지)는 1만 1600원입니다. 지난해와 비교해 800~1만 1200원이 인상됐습니다. 그나마 2012년 인상 뒤 올해 금액이 소폭 인상된 겁니다. 이 금액대로라면 아직 숙박비와 식비가 두 배까지 인상됐다고 보기는 어려울 것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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병사 휴가비, 얼마인지 아시나요? 거리에 따라 1만 1600원부터 12만 4400원까지 받습니다. 이 금액이 적당하다고 생각하시나요. 병사들의 휴가비 문제는 늘 뒷전으로 밀려나 있습니다. 배를 타고 육지로 나와 휴가를 떠나는 해병대 병사들. 서울신문 포토라이브러리
병사 휴가비, 얼마인지 아시나요? 거리에 따라 1만 1600원부터 12만 4400원까지 받습니다. 이 금액이 적당하다고 생각하시나요. 병사들의 휴가비 문제는 늘 뒷전으로 밀려나 있습니다. 배를 타고 육지로 나와 휴가를 떠나는 해병대 병사들.
서울신문 포토라이브러리
2012년에는 거리에 따라 3600~8000원을 인상했습니다. 인상 뒤 451㎞ 이상인 1급지 여비는 왕복 기준으로 11만 3200원, 50㎞ 이내 10급지는 1만 800원이었습니다. 휴가비 인상이 결정된 2011년 “휴가비만으로도 KTX를 탈 수 있다”는 기대에 찬 보도가 나오기도 했습니다. 2012년과 올해, 두 번의 인상이 있었으니 지금은 가능할지 궁금한 분들이 있을 텐데요, 실제로 확인해 봤습니다.

예를 들어 경기 지역의 부대에 있는 장병이 부산으로 휴가를 간다고 가정해 봅시다. 450㎞ 이내인 2급지에 해당하기 때문에 왕복 여비로 11만 2800원을 받게 됩니다. 서울역~부산역 간 KTX 평일 편도 요금은 극히 일부 열차만 편성하는 3시간 이상 소요 구간이 4만 8800원, 5만 3900원이고 3시간 이내인 대부분의 열차는 5만 9800원입니다. 이 요금에 10% 장병 할인 혜택을 받으면 5만 3820원입니다. KTX 열차를 타고 왕복한다고 가정하면 5160원이 남네요. ITX-새마을열차는 편도 4만 2600원, 우등고속버스는 3만 4200원이니 “요즘 군대 좋아졌다”고 하는 분도 있겠습니다. 그래도 여전히 숙식을 모두 해결하기에는 빠듯한 금액입니다. 그나마 할인 혜택 때문에 휴가비로 KTX를 타고 가는 것은 가능해졌는데요. 할인 혜택이 사라진다면 어떨까요. 실제로 최근까지 휴가비로 KTX를 타지 못한 병사들이 있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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병사 휴가비, 얼마인지 아시나요? 거리에 따라 1만 1600원부터 12만 4400원까지 받습니다. 이 금액이 적당하다고 생각하시나요. 병사들의 휴가비 문제는 늘 뒷전으로 밀려나 있습니다. 동서울종합터미널에서 버스표를 사려고 줄을 선 병사들. 서울신문 포토라이브러리
병사 휴가비, 얼마인지 아시나요? 거리에 따라 1만 1600원부터 12만 4400원까지 받습니다. 이 금액이 적당하다고 생각하시나요. 병사들의 휴가비 문제는 늘 뒷전으로 밀려나 있습니다. 동서울종합터미널에서 버스표를 사려고 줄을 선 병사들.
서울신문 포토라이브러리

한국철도공사(코레일)는 지난 1월 군 장병의 열차 이용 요금 10% 할인 혜택을 폐지했습니다. 경영 개선과 부채 감축이 이유였죠. 2008년 병사 요금 할인 혜택이 공익서비스의무(PSO) 보상 대상에서 제외됐음에도 불구하고 철도공사는 손실을 감수하고 할인제도를 유지해 왔습니다. 국회 국정감사에서 여야 의원들은 할인 혜택 폐지 문제를 거론하며 철도공사를 강하게 압박했습니다. 철도공사는 어쩔 수 없이 할인제도를 유지하겠다고 했습니다. 할인 혜택이 없으면 KTX조차 탈 수 없는 휴가비 문제를 철도공사의 잘못으로 몰아가야 할까요. 정부와 국회, 우리 사회 모두의 무관심 탓 아닐까요. 교통비는 물가 상승에 따라 꾸준히 인상되기 때문에 앞으로 병사들의 교통비 압박은 더욱 커질 겁니다. 그때도 철도공사를 몰아세워야 할까요.

●TMO 전세 객차 하루 1~2회뿐… 예약도 어려워

물론 “철도수송반(TMO)을 통해 하루 1~2회 운행하는 군 전세 객차를 무료로 이용할 수 있다”고 목소리를 높이는 분도 있습니다. 하지만 이용 인원이 몰려 예약이 쉽지 않은 데다 한 번에 탈 수 있는 인원이 많지 않다는 점을 감안해야겠죠.

그렇다면 병사 휴가비 인상은 왜 이토록 더딜까요. 더 깊이 들어가 보겠습니다. ‘장병여비지원예산’은 해마다 부족한 상황입니다. 병사 휴가비는 물론 장교와 병사의 공무여비까지 모두 합한 것인데요. 이 가운데 병사 휴가비가 70%를 차지합니다. 지난해 총장병여비지원 예산은 582억원이었는데 병사 휴가비가 부족해 16억원을 다른 사업에서 가져왔습니다. 올해는 642억원을 책정했는데 연말까지 25억원이 부족할 것으로 예상되고 있습니다. 내년 예산안으로는 649억원을 책정했지만 또다시 부족분이 발생할 가능성이 높습니다. 2013년에는 포괄적으로 군 보건·복지예산으로 함께 묶는 일부 의료 관련 예산을 휴가비 용도로 끌어다 전용하는 사례까지 나왔습니다.

●여비 지원 예산 부족… 의료비 끌어다 쓰기도

1994년만 해도 육군 병사 복무 기간은 26개월, 해군 28개월, 공군 30개월이었지만 20년이 지난 2013년엔 육군 21개월, 해군 23개월, 공군 24개월로 복무 기간이 큰 폭으로 감소했습니다. 복무 기간이 단축되다 보니 해마다 병사들이 휴가를 더 자주 나오게 됐습니다. 육군만 해도 복무 기간이 24개월이었을 때 연평균 휴가 사용 횟수는 1.5회였지만 21개월인 지금은 1.7회로 늘었습니다. 병사 수는 과거나 지금이나 큰 변화가 없기 때문에 복무 기간이 줄어들 때마다 연간 휴가비 예산은 더 많이 필요하게 되는 것입니다.

●軍, 휴가비 인상 소극적… 필요성 홍보도 안 해

국방부는 나름대로 억울함을 호소하고 있습니다. 최근 5년간 두 차례의 인상에도 불구하고 해마다 병사 여비 예산은 부족분이 늘어나고 있는 실정입니다. 국방부 관계자는 “휴가비 인상 방안을 내년 예산안에 포함시킨 것으로 안다”면서도 “그렇지만 결정권은 우리가 갖고 있는 것이 아니기 때문에 장담할 수 없다”고 토로했습니다.

휴가비는 병사들의 복지 향상과 밀접한 관련이 있습니다. 그러나 한편으론 여전히 ‘소모성 비용’으로 여기는 시각이 많습니다. “휴가비가 부족하면 월급 주머니를 털면 된다. 그게 무슨 대수냐”, “꼭 KTX를 타고 가야 하나”라는 지적도 적지 않습니다. 이런 여론을 극복하고 실질적인 병사 복지 향상을 도모하려면 군도 보다 적극적으로 나서야 하는데 현재는 그렇지 않은 것 같습니다. 병사 휴가비와 관련한 정보는 국방부와 산하기관, 각 군 홈페이지 어디를 둘러봐도 찾을 수가 없습니다. 그래서 많은 국민들은 병사들이 도대체 얼마를 받고 휴가를 나오는지 잘 알지 못합니다. 가끔씩 나오는 언론 보도를 보고 추측할 뿐입니다. 병사 휴가비 인상 필요성이 있다면 국민들에게 이런 사실을 소상하게 알리고 적극적으로 여론을 이끌어내야 합니다. 하지만 국방부는 사실상 국회와 언론이 ‘알아서’ 나서 주길 기다리는 형편입니다. 그러는 동안 열차 요금 등 교통비는 계속 인상됐고, 휴가를 나오는 병사는 늘어 예산 압박이 심해지고 있습니다.

예산 압박이 심하다면 산간 오지나 전방 부대 병사의 휴가비부터 인상하는 방안을 고려할 수도 있습니다. 특히 비무장지대 내 전방초소(GP) 근무자부터 휴가비를 현실화하는 방안을 논의해야 할 것입니다. 그렇지만 누구도 적극적으로 나서지 않고 있습니다. 정부와 국회, 우리 사회 모두가 외면한다면 병사들의 복지는 누가 챙길 수 있을까요.

junghy77@seoul.co.kr
2015-10-24 15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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