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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지연의 직장인을 위한 서바이벌 IT](9)사물인터넷도 한걸음부터

[김지연의 직장인을 위한 서바이벌 IT](9)사물인터넷도 한걸음부터

입력 2015-11-05 10:22
업데이트 2015-11-05 10: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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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년 전 이어령 선생은 디지털 기술과 아날로그의 감성이 어우러진 ‘디지로그(Digilog)’ 시대를 선언했다. 모든 것이 0과 1로 구분되는 디지털 세상에 살던 필자에게 “뱀은 어디에서부터 꼬리인가?”라는 책 서문의 질문은 충격이었다. 요즘 유행하는 사물인터넷도 따지고 보면 기존의 아날로그 물건에 디지털 기술을 입힌 “디지로그 적(的)”이라고 할 수 있다. “싱거운 밥과 짠 김치가 한데 어울려 김치맛이 되고 밥맛이 된다. 그러니 누가 김치맛과 밥맛을 따로 분간할 수 있겠는가.” 융합을 이보다 멋지게 표현한 글은 본 적이 없다. 이제는 아날로그와 디지털의 융합이 사물인터넷의 모습으로 일상생활 속으로 들어오고 있다.

디지로그(출처 네이버 책)
디지로그(출처 네이버 책) 디지로그(출처 네이버 책)

 사물인터넷은 기존의 산업과 결합하여 다양한 형태로 보인다. 우리의 몸에 걸치면 ‘웨어러블’이고 가전제품과 결합하면 ‘스마트홈’이 된다. 자동차를 ‘스마트카’로 바꾸고 의료와 만난 것이 ‘스마트헬스’다. 공장은 ‘스마트팩토리’가 되고 도시까지 확대되면 ‘스마트시티’다. 요즘 매스컴을 통해 다양한 사물인터넷 제품들이 소개되고 있다. 대략 세 가지 단계로 나누어 볼 수 있겠다.
 첫 번째는 기존의 물건에 간단하게 붙여서 사물을 똑똑하게 만드는 추가형(add-on)이다. 두 번째 단계는 독립적으로 사용할 수 있는 단독형(stand-alone) 스마트 기기다. 마지막은 네트워크로 이어져 생태계를 이루면서 사람의 개입 없이 작동하는 연결형(connected) 단계이다. 최근 출시되는 대부분의 사물인터넷 제품은 첫 번째인 추가형 기기에 속한다. 예를 들면 기저귀나 화분에 습도 센서를 장착하여 수분을 감지하고 스마트폰으로 전송하는 식이다. 사물인터넷이 꼭 거창할 필요는 없다. 아이디어가 있으면 빠르게 시제품을 만들어 시장의 반응을 보고 개선하는 ‘린 스타트업(Lean Startup)’ 전략도 필요하다. 이번에는 사물인터넷이 무엇인지 직관적으로 알 수 있는 추가형 제품을 몇 가지 살펴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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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ontblanc e-Strap(출처 wearablestylenews.com)
Montblanc e-Strap(출처 wearablestylenews.com) Montblanc e-Strap(출처 wearablestylenews.com)
 손목시계는 나를 표현하는 패션 아이템이다. 첨단 IT로 무장한 스마트워치의 매력에 끌리기도 하지만, 중후하고 럭셔리한 아날로그 시계를 포기할 수는 없다. 이런 고민을 해결해 주는 똑똑한 시계줄(smart strap)이 나왔다. 시계의 줄만 바꾸면 아날로그 시계가 스마트워치로 변신한다. 스위스 시계 명가 리치먼드 그룹의 몽블랑은 타임 워커(Time Walker) 시계용으로 ‘이-스트랩(e-strap)’이라는 스마트 시곗줄을 선보였다. 아날로그 시계의 멋을 유지하면서 활동량, 알림, 휴대전화 제어 등 스마트한 기능을 결합한 것이다. 스타트업도 이미 진출했다. 한국인 CEO가 설립한 카이로스(Kairos)의 T-band는 시곗줄에 터치스크린, 블루투스, 심박 측정기, 움직임 센서, 나침반 등 다양한 기술이 내장되어 있다. 마이크로소프트와 스위스 시계 업체들도 관심을 보인다고 한다.

iDevice사 SWITCH(출처 appleinsider)
iDevice사 SWITCH(출처 appleinsider) iDevice사 SWITCH(출처 appleinsider)

 가정에서 사용하던 물건들을 스마트하게 바꾸어 주는 아이디어 상품도 속속 나오고 있다. 친구를 만나고 있는데 급히 나오느라 에어컨을 끄고 나왔는지, 다리미 코드는 뺏는지 걱정될 때 스마트폰으로 조작할 수 있다면 어떨까? 와이파이가 내장된 스위치를 벽에 있는 콘센트에 꽂고 그 위에 기존 가전제품의 플러그를 꽂으면 집 밖에서도 스마트폰으로 켜고 끌 수가 있다. 이런 종류의 제품은 위모(Wemo)와 줄리(Zuli) 등 여러 회사에서 출시하였다. 그 중 아이디바이스(iDevice)의 ‘SWITCH’가 눈에 띈다. 애플의 홈킷(HomeKit)에 연동하여 음성인식 비서인 시리로 조작할 수 있다. 침대에서 책을 보다 졸리면 일어날 필요 없이 ‘전등 꺼줘’ 하고 그냥 자면 된다. 5~6만 원을 투자해서 우리 집의 가전제품들이 똑똑해진다면 괜찮지 않은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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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ado Cooling(출처 Tado 홈페이지)
Tado Cooling(출처 Tado 홈페이지) Tado Cooling(출처 Tado 홈페이지)
 독일의 스타트업 Tado는 “낡은 에어컨에 스마트한 삶을 주자.”가 모토다. 이 회사의 타도쿨링(Tado° Cooling)이란 제품은 구형 에어컨을 스마트 에어컨으로 바꾸어 준다. 리모컨 기능을 하는 적외선 통신이 내장되어 있어 휴대전화로 집 밖에서도 조정 할 수 있다. 스마트폰이 리모컨의 리모컨 역할을 하는 셈이다. 블루투스와 와이파이를 이용해서 집 근처에 가상의 울타리(geofencing)도 만들어 준다. 마지막 사람이 집을 나가면 에어컨을 스스로 끄고, 울타리 안에 가족들이 들어오면 미리 집안을 시원하게 해두기도 한다. 이 정도면 똑똑해졌다고 할 수 있겠다.

Withings Aura(출처 www.coolest-gadgets.com)
Withings Aura(출처 www.coolest-gadgets.com) Withings Aura(출처 www.coolest-gadgets.com)

 인생의 삼분의 일을 지낸다는 침대도 스마트 대열에 참여했다. 작년 세계 가전박람회 CES에서 위씽스(Wittings)는 숙면을 도와주는 수면센서 아우라(Aura)를 소개했다. 침대 밑에 깔아두면 호흡이나 심장박동, 뒤척임을 측정하여 수면 상태를 분석해 준다. 조명으로 수면 호르몬의 분비를 도와주고 음악 스트리밍 서비스 스포티파이로 기분 좋게 깨워준다. 삼성전자도 지난 9월 슬립센스(SLEEPsense)를 내놨다. 이스라엘 스타트업 얼리센스(EarlySense)의 의료용 기술을 적용한 제품이다. 두께 1cm 정도로 탁구라켓처럼 생겼는데 침대 매트리스 아래 놓아두면 잠자는 동안 맥박, 호흡, 수면주기 등을 분석해준다. TV, 에어컨, 조명 등 가전제품과 연동하여 TV를 보다가 잠이 들면 자동으로 전원을 꺼주고 에어컨은 쾌적한 수면을 위한 온도로 작동한다. 잠만 자던 곳인 침대가 우리의 건강까지 챙겨주는 스마트 기기로 다시 태어났다.
 

Chromecast(출처 cincodias.com)
Chromecast(출처 cincodias.com) Chromecast(출처 cincodias.com)
구형TV도 간단히 스마트TV로 바꿀 수 있다. 정보통신연구원은 2014년 우리나라 스마트 TV 보유율이 9.6%라고 발표하였다. 아직 스마트하지 않은 TV를 보는 사람이 90%가 넘는다는 뜻이다. 스마트 TV를 가지고 있지만 제대로 사용하는 사람도 많지 않고 심지어 인터넷 연결조차 하지 않은 경우가 절반이 넘는다고 한다. 여전히 스마트 TV는 사용하기 어려운 비싼 TV처럼 보인다. 2013년 구글은 평범한 TV를 스마트하게 해주는 ‘크롬캐스트’(Chromecast)를 35달러에 출시하였다. 손가락 만한 크기로 USB처럼 생겼는데 기존 TV에 꼽기만 하면 된다. 모바일 기기에서 즐기던 영화나 게임은 물론 유튜브, 티빙, 호핀, HBO, NBA 채널 등도 TV에서 볼 수 있다. 지난 9월에 성능과 디자인이 업그레이드된 크롬케스트 2.0을 출시했을 때 외신은 “구글이 우리의 가정에 들여 놓는 트로이 목마”라고 평했다. 크롬캐스트는 단순한 스트리밍 기기가 아니다. 가전제품을 똑똑하게 만드는 스마트홈의 주인공이 될 가능성이 큰 물건이다.
 R&D경영연구소 소장 jyk9088@gmail.com
 
 약력 ▪ 삼성전자 종합기술원 연구임원(전) ▪ 중국삼성연구소 소장(전) ▪ 한국과학기술원 공학박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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