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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밀리터리 인사이드]곽 중사·손 훈련병 왜 민간병원에 가야했나

[밀리터리 인사이드]곽 중사·손 훈련병 왜 민간병원에 가야했나

정현용 기자
정현용 기자
입력 2015-11-10 13:46
업데이트 2015-11-10 14: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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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료비 논란으로 부각된 부실한 군 의료체계

비무장지대(DMZ)에서 아군 지뢰를 밟아 다친 곽모 중사와 수류탄 훈련 중 폭발 사고로 손을 잃은 손모 훈련병 진료비 논란이 거세게 일고 있습니다. 저는 이번 사건을 계기로 군 의료체계의 문제점을 짚어보려고 합니다. 사진은 의무후송항공대가 환자를 수송하는 모습. 서울신문 포토라이브러리
비무장지대(DMZ)에서 아군 지뢰를 밟아 다친 곽모 중사와 수류탄 훈련 중 폭발 사고로 손을 잃은 손모 훈련병 진료비 논란이 거세게 일고 있습니다. 저는 이번 사건을 계기로 군 의료체계의 문제점을 짚어보려고 합니다. 사진은 의무후송항공대가 환자를 수송하는 모습. 서울신문 포토라이브러리
진료비 논란으로 드러난 부실한 군 의료체계

지난해 6월 비무장지대(DMZ)에서 수색작전 중 지뢰를 밟아 부상을 당한 곽모(28) 중사와 지난 9월 수류탄 폭발 사고로 손목을 잃는 중상을 당한 손모(19) 훈련병에 대한 논란이 뜨겁습니다. 국방부의 설명을 종합하면 곽 중사 치료비는 총 1950만원인데 건강보험 부담금 1200만원을 제외한 750만원을 자비로 부담했습니다. 정부는 지난해 11월 ‘볼모지 단체보험’ 급여 330만원을 이미 지급했고, 공무상 요양비와 맞춤형 복지 단체보험 보험금 신청도 가능하다는 입장인데요. 부대원과 지휘관 격려비로 1100만원을 전달했기 때문에 치료비 자비 부담은 거의 없을 것이라는 설명을 내놨습니다. 그렇지만 분명한 사실은 ‘부대원 격려비’는 국가가 내주는 돈이 아니라는 겁니다.

곽 중사의 어머니에 따르면 처음에는 부대 중대장이 급히 적금을 깨서 치료비 680만원을 지원한 것으로 드러났습니다. 곽 중사의 어머니는 이후 자비로 그 돈을 되갚았고 최종적으로 750만원을 쓰게 됐다는 겁니다. 더 큰 문제는 지난 10월 29일 개정된 ‘군인연금법 시행령’이었습니다.

비난 여론이 빗발치자 정부는 전투 등 고도의 위험직무 수행으로 다친 하사 이상 직업군인이 군병원에서 치료가 어려워 민간병원에서 치료받을 경우 공무상요양비 지급 기간을 기존 최대 30일에서 2년으로 대폭 늘리고 1년 단위로 연장 가능하게 했습니다. 곽 중사 가족은 군이 아군 ‘M14 대인지뢰’를 밟았다는 이유로 공무상 부상자인 ‘공상자’로 처리한데 대해 강한 불만을 제기했습니다. 군이 규정을 들어 적과의 교전 과정에 부상한 ‘전상자’ 처리를 해주지 않자 가족은 일단 군인연금법 시행령 개정 결과를 지켜보기로 했습니다. 그런데 황당하게도 시행령에 소급규정이 없어 곽 중사는 예전과 같이 30일 밖에 지원받을 수 없다는 결론이 나왔습니다. 국방부는 새누리당 한기호 의원과 새정치민주연합 서영교 의원이 소급 내용을 포함한 군인연금법 개정안을 발의했기 때문에 앞으로 개정안 통과 여부를 지켜봐야 한다는 입장입니다.

손 훈련병의 의수 제작에 2000만원이 넘는 비용이 들 것으로 예상됐지만 지원금은 800만원으로 제한돼 국민들의 비난이 빗발쳤습니다. 엄지와 중지, 검지 세 손가락을 움직일 수 있는 의수도 제작비용이 2100만원인데 턱없이 적은 금액을 지원할 수 밖에 없다는 겁니다. 군은 뒤늦게 2100만원을 지원하겠다고 밝혔지만 비난 여론은 가라앉지 않고 있습니다. 국방부는 연말까지 작전 중 부상을 당한 군 장병에 대한 정부 지원대책을 논의하는 태스크포스(TF)를 구성하겠다고 9일 밝혔습니다. 요양비 지급 절차 단순화와 소급적용 문제 등을 논의하겠다는 입장입니다. 또 곽 중사와 손 훈련병의 치료비를 최대한 지급하겠다 했습니다.

목함지뢰 사건으로 부상당한 김정원 하사는 국군수도병원에, 하재헌 하사는 분당서울대병원에 각각 입원했습니다. 두 다리를 잃은 하재헌 하사는 부상 정도가 심해 민간병원에서 수술을 받을 수 밖에 없었습니다. 사진은 수도병원에 입원한 김정원 하사. 국회 사진기자단
목함지뢰 사건으로 부상당한 김정원 하사는 국군수도병원에, 하재헌 하사는 분당서울대병원에 각각 입원했습니다. 두 다리를 잃은 하재헌 하사는 부상 정도가 심해 민간병원에서 수술을 받을 수 밖에 없었습니다. 사진은 수도병원에 입원한 김정원 하사. 국회 사진기자단
●환자 가족, 군병원 치료를 거부한 이유는?

많은 분들이 곽 중사와 손 훈련병의 진료비 지원 문제에 관심을 보였는데요. 여기서 또 하나, 우리가 반드시 짚고 넘어가야 할 문제가 있습니다. 이번 사건을 통해 민낯을 드러낸 부실한 군 의료체계 문제입니다.

군은 지속적으로 군병원 진료를 권유했습니다. 그런데 손 훈련병 가족은 거부했습니다. 손 훈련병은 현재 대구시 학정동의 칠곡경북대병원에서 치료를 받고 있는데요. 군은 “본인이 원해서 민간병원을 갔으니 건강보험 부담금 외의 진료비는 본인이 부담해야 한다”고 설명했습니다. “무료로 이용할 수 있는 국군수도병원에 재활 기능이 갖춰져 있는데 왜 민간병원을 가느냐”는 타박으로 들릴 정도였습니다. 하지만 손 훈련병과 가족이 민간병원에서 계속 치료받고 싶다고 주장한데는 주변에서 충분히 수긍할만한 이유가 있었습니다.

손 훈련병은 최초 대구 경북대병원에서 9시간 가량 파편 제거 및 손목 수술을 받았습니다. 한 달 정도 치료를 받다가 “국군 대구병원에서 심리치료와 부서진 치아 임플란트가 가능하다”는 군 관계자의 말을 듣고 대구병원으로 갔습니다. 하지만 병원 분위기에 크게 실망했다고 합니다. 손 훈련병의 어머니 설명에 따르면 정신과 진료 결과 우울증 지수가 너무 높아 심리치료가 불가능하고 임플란트도 안 되니 수도병원으로 가서 치료를 받아야 한다는 얘기를 들었다고 했습니다. 이 시점에서 군 병원에 대한 믿음이 깨졌습니다.

현실적으로 가까운 대학병원에서 진료를 받는 것이 여러모로 좋은데 멀리 있는 군병원으로 가라는 얘기가 달갑게 들릴 리 없습니다. 실제로 손 훈련병의 어머니는 군의 권유에도 “대구병원과 다르다고 하지만 분위기는 별반 다르지 않을 것으로 본다. 대구에서 경기도로 가면 혼자 남을 고1 딸은 어떻게 하나”라고 반대했습니다. 그리고 다시 칠곡경북대병원으로 갔습니다.

곽 중사도 상황은 좀 달랐지만 역시 군 의료체계 문제를 온 몸으로 경험했습니다. 곽 중사는 지난해 6월 사고 당시 민간병원으로 갔다가 다시 국군 춘천병원으로 옮겨졌습니다. 그러나 지뢰사고 수술이 불가능하다는 판단이 내려져 강원대병원으로 다시 후송됐습니다. 골절 치료, 피부 이식 등 5차례에 걸친 수술을 받았고, 현재는 부대에 복귀한 상태지만 앞으로도 추가 수술이나 재활치료가 필요한 상황입니다. 외상 수술도 하지 못하고 여러 병원을 전전한 이에게 군병원에 대한 신뢰가 생길 리 없습니다. 지난 8월 북한군 목함지뢰에 양쪽 다리를 잃은 하재헌 하사도 수도통합병원으로 이송됐지만 특수외상 수술이 가능한 전문의가 부족해 분당서울대병원으로 다시 옮겨져 치료를 받은 바 있습니다.

군의 부실한 외상 환자 치료 체계는 심각한 인력 부족에서 비롯됐습니다. 국회 국방위원장인 새누리당 정두언 의원이 최근 국방부로부터 제출받은 자료에 따르면 2008년부터 2013년까지 전문계약직 의사 채용제를 통해 민간 전문의 180명을 모집하려했지만 제도 시행 7년이 지난 현재까지 실제로 채용한 인원은 42명에 불과한 것으로 조사됐습니다. 지원자가 모자라 예산을 불용처리할 수 밖에 없게 되자 정원을 줄이는 고육책까지 썼습니다. 현재는 정원이 56명이지만 이것마저 채우지 못하는 실정입니다.

수도병원에 외상센터를 건립하는 문제는 수년간 난항을 겪다가 최근 분당서울대병원의 위탁을 받아 운영하는 방향으로 가닥이 잡혔습니다. 하지만 예산을 조달하는 문제로 정부 내부에서도 이견이 있는 상황입니다. 수도병원은 외과 전문의가 부족해 일부 특수외상 수술을 민간병원에 맡기는 형편입니다. 서울신문 포토라이브러리
수도병원에 외상센터를 건립하는 문제는 수년간 난항을 겪다가 최근 분당서울대병원의 위탁을 받아 운영하는 방향으로 가닥이 잡혔습니다. 하지만 예산을 조달하는 문제로 정부 내부에서도 이견이 있는 상황입니다. 수도병원은 외과 전문의가 부족해 일부 특수외상 수술을 민간병원에 맡기는 형편입니다. 서울신문 포토라이브러리
●심각한 외과 전문의 부족현상…왜?

정 의원에 따르면 현재 수도병원에서 일하는 전문계약직 외과 전문의 연봉은 1억 1500만원입니다. 같은 경력의 의사가 수도권 사립대병원으로 옮기면 연봉이 1억 9000만원으로 올라가고 수술 시 인센티브까지 제공합니다. 국립대병원도 1억 5000만원의 연봉을 받을 수 있습니다.

그나마 군 전문계약직으로 채용한 전문의 42명 가운데 38명이 군 최상위 의료기관인 수도병원에 근무하고 있어 지역 거점 군병원은 외상 환자를 받을 여력조차 없습니다. 수도병원에서 근무하는 외상 전문의 가운데 총상이나 지뢰 사고 등 특수외상 수술이 가능한 외과 전문의는 1명, 흉부외과·정형외과·신경외과 전문의도 1명에 불과합니다. 외상 복원성형을 할 수 있는 성형외과 전문의는 없습니다. 민간병원도 외과 전문의가 부족해 아우성인데 처우도 낮은 군 의료기관에 인력이 몰릴 가능성은 높지 않습니다. 2011년 보건산업진흥원이 발간한 ‘수도병원 발전방안 연구’ 보고서에 따르면 간호인력도 서울시립보라매병원, 건강보험공단 일산병원 등 벤치마킹 모델로 삼은 병원과 비교해 28.5%에 불과한 것으로 조사됐습니다.

국방부는 1000억원을 들여 수도병원 내부에 분당서울대병원이 운영하는 국군외상센터(가칭)를 설치한다는 계획입니다. 분당서울대병원 교수 10명을 파견하고 100병상 규모를 갖춘다고 합니다.

2018년 건립을 목표로 하고 있지만 예산 문제로 부처간 갈등이 빚어지는 등 정부 내부에서도 입장 정리가 제대로 이뤄지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당장은 센터 건립에 목매야 할 상황이어서 수술 기능도 갖추지 못한 지역 거점 군병원은 기능을 강화할 엄두조차 내지 못하는 실정입니다.

원칙적으로 사고나 전투로 부상을 입은 장병은 군병원에서 치료를 받아야 합니다. 하지만 현실적으로 환자와 가족들이 군병원을 거부하는 이유 또한 충분히 이해할 수 있는 부분입니다. 나라를 지키다 부상을 당한 외상환자조차 “군병원은 가기 싫다”고 외면하는데 이보다 더 중대한 상황에 처했을 때 즉각적인 대비가 가능할까요.

정현용 기자의 밀리터리 인사이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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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 사건을 계기로 정부는 진지하게 군 의료체계를 되돌아 보고 철저하게 점검해야 합니다. “무료로 얼마든지 이용할 수 있으니 군병원으로 오라”고 독촉하기 전에 국민들의 싸늘한 민심을 돌아봐야 합니다. “민간병원의 시설과 인력이 좋은데 군병원에 투자해봐야 무슨 소용이 있나”라는 자조적인 목소리까지 나오고 있습니다. 군병원에 예산을 투입하기 어려워 환자를 민간병원으로 보내고, 규정이 미비해 진료비 전액을 부담하지 못하는 악순환이 반복되는 근본적인 이유가 무엇인지 곰곰히 생각해보시길 바랍니다.

정현용 기자 junghy77@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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