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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블로그] 외부 기고문 검열 아니라는데…‘내부 검토’ 후 보내라는 금융硏

[경제 블로그] 외부 기고문 검열 아니라는데…‘내부 검토’ 후 보내라는 금융硏

유영규 기자
유영규 기자
입력 2016-02-04 22:34
업데이트 2016-02-05 00: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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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외부 기고를 할 때는 반드시 내부 검토를 받은 후 보내라.”

지난달 말 국내 유일한 금융전문 싱크탱크인 한국금융연구원 소속 40명의 연구위원들에게 일괄적으로 내려진 지시 사항입니다.

내부 논란을 우려한 듯 “스크린(검열)을 하자는 것은 아니다”라는 첨언도 잊지 않았습니다. 금융연구원이 생긴 이후 25년 만에 내려진 조치에 내부는 몹시 술렁입니다. “검토를 받은 후 내보내는 것이 검열이 아니면 과연 뭐가 검열이냐”는 반발과 함께 “지금이 어떤 시절인데 거꾸로만 가려 하냐”라는 자조 섞인 탄식도 들립니다.

한 중견 연구위원은 “시중은행부터 제2금융권, 자본시장까지 시장의 흐름을 읽고 분석해 금융사는 물론 정부에도 경고음을 날려 주는 것이 연구원의 중요한 역할 중 하나인데 이런 식이면 국가 정책과 각을 세울 만한 껄끄러운 이야기는 아예 꺼내지 말라는 것”이라고 말합니다. 또 다른 고참급 연구위원도 “이런 상황에서는 건강한 문제의식을 갖은 연구위원도 자기검열을 할 수밖에 없다”면서 “대다수 연구원들이 문제가 있는 지시라며 불만을 토로하는 상황”이라고 털어놨습니다.

외부 기고는 연구원이 각자의 연구 결과와 세상을 이어 주는 하나의 통로입니다. 난해한 전문용어로 채워지는 경제 연구보고서와는 달리 기고는 이해하기 쉽도록 풀어 써 일반 독자를 직접 만나기 때문입니다. 연구원들은 이런 글을 부정기적으로 신문이나 잡지에 내곤 합니다.

금융연구원은 주주가 은행이고 운용자금도 은행이 댄다는 점에서 민간 연구원입니다. 산업은행 등 일부 국책은행도 출자를 하긴 했지만 그렇다 해도 국책 연구기관이라 할 수는 없습니다. 그런데 최근 몇 년간 원장 인사만 놓고 보면 영락없는 국책 기관입니다. 매번 대통령 당선자 캠프에서 활동한 인물들이 내려옵니다. 현 신성환 원장도 ‘박근혜 캠프’ 출신입니다. 일각에서는 금융연구원을 두고 ‘금융위 2중대’라고까지 냉소합니다.

연구기관의 본령이 금융 당국이 원하는 정책 방향성에 맞춰 이론적 근거를 만들어 주는 것은 아닐 겁니다. 국내외 금융경제 동향을 객관적으로 연구 분석해 우리 금융산업이 나갈 길을 모색하고 그 실천 방안을 먼저 제시하는 것이겠지요. ‘비정상의 정상화’를 강조하는 현 정부의 기조대로 금융연구원이 본령을 찾아가길 기대해 봅니다.

유영규 기자 whoami@seoul.co.kr
2016-02-05 19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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