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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철수는 자기 입으로 “샌더스와 닮았다”고 한 적이 없다, 단…

안철수는 자기 입으로 “샌더스와 닮았다”고 한 적이 없다, 단…

이슬기 기자
입력 2016-02-05 16:29
업데이트 2016-02-05 16: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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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철수 국민의당 대표의 ‘샌더스 드립’으로 난리가 났습니다. 여기에 진중권 동양대 교수, 노회찬 전 국회의원, 조국 서울대 로스쿨 교수 등 한다하는 ‘말쟁이’들이 안 대표의 드립에 한마디씩 거들고 나섰습니다.

버니 샌더스는 아시다시피(혹은 모르시다시피) 지난 1일(현지시간)에 치러진 미국 민주당의 첫 대선 코커스에서 힐러리 클린턴 후보에 0.35%포인트 차이로 패배한 인물입니다. 클린턴 전 대통령의 퍼스트레이디이자 정치 이력이 화려한 힐러리에 대항해 일흔 네살, 백발의 할아버지가 이토록 선전하리라고는 누구도 생각하지 못했습니다. 스스로를 ‘사회민주주의자’라 부르는 샌더스 할아버지는 북유럽 경제모델을 주창합니다. 미국 대학생들은 캠퍼스에서 샌더스의 가발을 쓰고 돌아다니고, 샌더스의 사진을 스마트폰 배경으로 설정하는 등 청년층에서 선풍적인 인기를 끌고 있습니다.

‘샌더스 드립’ 사건의 발단은 지난 4일 국민의당의 창당 이래 첫 광주 방문에서 비롯됐습니다. 지난 4일 안철수·천정배 공동대표 등 지도부는 광주로 내려가 ‘안철수 천정배 장하성의 경제토크 콘서트’에 참석했습니다.

포문은 장하성 고려대 교수가 열었습니다. 그는 샌더스의 돌풍에 대해 “위대한 혁명의 조짐을 봤다”며 “대한민국에서도 불평등한 구조를 바꾸려는 새로운 정치세력에게 분노를 통한 행동으로 참여함으로써 변화가 일어나지 않겠느냐”고 말했습니다. 이어 안 대표가 “총선에서 새누리당 의석을 과반 밑으로 떨어뜨리겠다”고 말한 뒤 주먹을 쥐어보이며 “소외된 80% 국민을 위해 싸우겠다”고 말했습니다. 샌더스의 트레이드마크인 ‘분노의 주먹’을 따라한 겁니다. 안 대표는 지난 2일 대표 수락 연설 때도 주먹을 불끈 쥐어보인 바 있습니다.

안철수 공동대표, 지난 2일 대표 수락 연설 당시 쥐어보인 ‘불끈 주먹’. MBN 캡처.
안철수 공동대표, 지난 2일 대표 수락 연설 당시 쥐어보인 ‘불끈 주먹’. MBN 캡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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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월 1일(현지시간) 민주당 대선주자인 버니 샌더스 상원의원이 아내 제인(오른쪽)과 함께 지지자들의 환호에 답하고 있다. ⓒ AFPBBNews=News1
2월 1일(현지시간) 민주당 대선주자인 버니 샌더스 상원의원이 아내 제인(오른쪽)과 함께 지지자들의 환호에 답하고 있다.
ⓒ AFPBBNews=News1
결과적으로 안 대표는 직접적으로 ”샌더스와 비슷하다“는 말을 한 적은 없지만, 샌더스 연상법을 계속해서 이어가는 중입니다. 자신의 트위터에도 미국 샌더스 대선후보의 ‘분노의 주먹’ vs 안철수의 ‘싸움의 주먹’ 이라는 제목으로 기사 링크를 올리기도 했습니다.

안 대표의 샌더스 드립은 한다하는 말쟁이들에 좋은 떡밥이 됐습니다.

말 안하고는 못 배기는 성미의 진중권 교수부터 나섰습니다. 진 교수는 자신의 트위터에 “안철수 씨가 자신이 샌더스와 비슷하다고 개그를 하셨다”고 꼬집었습니다. 이어 진 교수는 ‘안철수와 샌더스가 다른 점 세 가지’를 열거합니다. 첫째, 샌더스는 (안 대표처럼) 탈당해 다른 살림 차리지 않았다는 점. 민주당 소속이 아닌데도 민주당 경선에 들어가 경쟁하고 있다는 것. 둘째, 샌더스는 민주당보다 진보적이어서 민주당을 왼쪽으로 견인하고 있지만 안 대표는 그렇지 않다는 점. 진 교수는 ”안철수는 종편과 보수언론의 극찬을 받으며 새누리당과 발을 맞추고 있다. 어디 샌더스가 공화당이랑 손잡고 ‘쎄쎄쎄’하던가?”라고 반문했습니다. 셋째는 “지지율이 샌더스는 0%에서 시작해 50%로 올라가는 반면 안철수 씨는 50%에 시작해 0%로 내려가고 있다”고 했습니다. 어디까지나 진 교수 워딩입니다. 그러면서 “탈당 때는 스티브 잡스, 창당 후에는 샌더스라고 하니 총선 후에는 조지 클루니라고 할까봐 겁이 난다”며 비수를 꽂습니다.

진중권 트위터 캡처
진중권 트위터 캡처
최근 창원 성산 출마를 선언한 노회찬 전 국회의원도 여기에 한 마디 얹습니다. 노 전 의원은 5일 CBS 라디오 ‘김현정의 뉴스쇼’ 인터뷰에서 “지금 안 대표는 (야권) 선거연대 자체를 거부하고 있다”며 “샌더스와 노선도 다르고 정책도 다르면서 샌더스의 지지율만큼은 닮고 싶다는데 이것은 마치 공부 안 하고 성적이 좋기를 바라는 그런 이상한 학생관”이라고 했습니다. 기본적으로, 진 교수와 비슷한 맥락의 지적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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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회찬 전 국회의원
노회찬 전 국회의원
조국 서울대 로스쿨 교수도 페이스북을 통해 한 마디 했습니다. 조 교수는 샌더스와 안 대표의 두 가지 차이점에 대해 언급하며 “누구든 표현의 자유가 있다. 그리고 되고 싶은 사람을 자신과 비유하는 것, 자연스럽다, 안철수가 자신과 비슷하다고 공언한 버니 샌더스의 길을 배우길 바란다.”는 뼈아픈 말로 이야기를 마무리 지었습니다. 그 두가지 차이점은 진교수나 노 전 의원의 지적과 비슷합니다.

조국 서울대 로스쿨 교수 페이스북 캡처.
조국 서울대 로스쿨 교수 페이스북 캡처.
세 사람 다 비판의 맥락은 비슷합니다. 샌더스는 좌클릭이지만 안 대표는 우클릭이며, 샌더스는 수십년간 무소속을 고수하다 민주당 경선에 참여했지만 안 대표는 새정치민주연합에서 탈당해 새로운 당을 창당했다는 점은 세 사람 모두 공감하는 대목입니다. 안 대표는 ‘소외된 80%의 국민을 위해 싸우는 새로운 정치세력’ 이라는 의미의 샌더스를 본인과 동일시 하는 것 같은데요. 그런 의미에서 요즘 안 대표는 말 끝마다 (트위터에서) 주먹을 외친다는 소식입니다. (주먹)

이슬기 기자 seulgi@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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