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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성호 기자의 종교만화경 25] 프란치스코 교황이 다시 한국에 온다고?

[김성호 기자의 종교만화경 25] 프란치스코 교황이 다시 한국에 온다고?

김성호 기자
입력 2016-04-06 09:59
업데이트 2016-04-06 17: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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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프란치스코 교황이 한국에 다시 오신다는데, 사실입니까?” 얼마 전 편집국에 걸려온 독자의 전화. ‘천주교 신자’임을 밝힌 독자는 다소 흥분된 목소리로 재차 다그쳐 물었다. “정말입니까?” 프란치스코 교황이 다녀간 게 2014년 8월이다. 교황의 방한후 채 2년도 지나지 않은 시점에 재 방문 사실을 묻다니, 그 뜬금없는 문의가 몹시 당황스러웠다. 상식적인 차원에서 따져봐도 도저히 있을 것 같지 않은 일이다. 그래도 혹시나 하는 노파심에서 천주교계의 믿을만한 인사들에게 교황의 재 방한 사실을 확인했더니 한결같이 화들짝 놀라며 거꾸로 되물어온다. “그런 소문이 있나요?” 독자의 느닷없는 질문에 당황한 기자보다 더 놀란 기색들이다. 왜 그렇게 놀라워할까.

지난 2014년 8월 한국을 방문한 프란치스코 교황이 서울 광화문에서 집전한 한국 초기 순교자 124위에 대한 시복식에 앞서 카퍼레이드를 벌이던중 한 어린이의 이마에 축복 키스를 하고 있다. 서울신문 DB
지난 2014년 8월 한국을 방문한 프란치스코 교황이 서울 광화문에서 집전한 한국 초기 순교자 124위에 대한 시복식에 앞서 카퍼레이드를 벌이던중 한 어린이의 이마에 축복 키스를 하고 있다. 서울신문 DB
 사실 편한 지인들과의 사적인 모임에선 그 독자의 물음과 비슷한 대화들이 적지않이 오간다. ‘프란치스코 교황 다시 안 오시나?’ 같은 농담반 진담반의 우스갯소리 말이다. ‘다시 오니, 안 오니’하는 그 격론의 앞자락엔 대개 혼탁한 세상에 대한 푸념이 덜퍼지게 쏟아지기 마련이다. 왜 프란치스코 교황이어야 하는가. 정말 이 땅엔 지도자가 없다는 말이 맞는 걸까. 모임이 끝나고 헤어질 무렵 늘상 머릿 속을 맴돌곤 하는 씁쓸한 의문이다.

 교황으로는 요한 바오로 2세에 이어 두번째, 햇수로는 거의 30년만에 ‘순교의 땅’이라는 한국을 자청해 찾은 프란치스코 교황. 그 교황의 인기는 천주교 신자와 비 신자를 가리지 않는 공통의 화두인 것 같다. ‘가난한 자를 위한 가난한 교회’를 외치며 사제들에게 ‘거리로 나아가라’고 등을 떼미는 교황. 그 교황이 방한 때 보여준 ‘낮은 사목’ 행보는 ‘프란치스코 신드롬’이란 말까지 낳을 만큼 충격과 감동의 연속이었다. 격식과 허물을 팽개친 낮은 자세, 약하고 소외된 이들을 향해 몸을 낮춰 애써 눈을 맞추는 인정, 권력자와 권위의 사제들을 향해 거침없는 쏟아내는 질타?. 5일여의 짧은 체류가 남긴 교황의 ‘좋은 후유증’이 여전히 진행형임은 틀림없다.

그 ‘좋은 후유증’ 때문일까. 최근 갤럽국제조사기구가 발표한 ‘프란치스코 교황에 대한 인식’ 조사 결과는 이 땅에서의 프란치스코 인기를 거침없이 보여준다. 한국갤럽이 지난해 10월29일부터 11월21일까지 제주도를 뺀 전국 성인 1500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조사를 보자면 한국인의 65%가 교황에 대해 ‘호감이 간다’고 응답했다. 한국인 세 명중 2명꼴로 호감을 갖고 있는 것이다. 한국인의 호감도 순위는 세계 64개국 가운데 23위로 미국(58%), 독일(57%), 프랑스(62%), 영국(37%)보다도 높은 수준이다. 응답자중 가톨릭 신자(93%) 말고도 개신교 신자의 64%, 불교 신자와 비종교인의 62%가 호감을 밝혔다니 종교와 상관없는 보편적 인기도를 실감케 한다.

 그러면 천주교계는 교황의 재 방한을 묻는데 왜 그렇게 놀란 걸까. 곰곰히 따져보니 두 가지의 이유가 머릿 속에 떠오른다. 하나는 교황 인기에 대한 ‘반가운 놀라움’이고 또 하나는 천주교계가 감당해야 할 ‘처신의 부담’이다. 먼저 ‘반가운 놀라움’은 충분히 이유가 있을 것 같다. 며칠 전 천주교 주교회의가 발표한 ‘한국천주교 통계’의 반갑지 않은 소식에 얹혀서 말이다. 통계에 따르면 프란치스코 교황이 방한했던 2014년 5.0%의 증가율을 보였던 영세자 수가 2015년에는오히려 6.9%나 감소했다. 2014년 영세자 증가가 교황 방한의 영향을 받은 ‘일시적 현상’이 아니었느냐는 교회 내부적인 풀이와 고심이 늘어가던 차에 ‘교황 재 방한’ 타진이 들먹거려지니 반가울 수 밖에 없을 것이다.

 그 다음은 천주교 교회의 처신이다. 교황이 ‘순교의 땅’을 떠나면서 던진 지엄한 충고를 어떻게 해결할 지의 실천적 과제를 놓고 주교며 사제들의 고민이 이어지고 있는 형편이다. “군림하지 말고 봉사하라.” 실제로 천주교 인사들을 만나보면 ‘진지한 개선’의 몸부림들이 사방에서 한창이긴 하다. 가난하고 소외된 이들을 향한 ‘낮은 사목’의 사례를 들어 ‘많이 좋아졌다’고 높이 평가하는 관측도 있고, 다시 교황 방한 이전으로 회귀한다는 권위와 불평등을 향한 푸념도 적지 않다.

결국 ‘교황이 다시 오신다는데, 사실입니까’라고 물었던 독자의 전화는 한국 천주교계가 성찰하고 대답해야 할 큰 숙제의 여운을 진하게 남긴다. 프란치스코 교황을 다시 알현하고 싶다는 신도 입장의 들뜬 기대도 좋고, 종교가 사회 속에서 무엇을 할 지를 둘러싼 교회의 뼈 저린 개선과 쇄신의 책임도 좋다. 어차피 그 두 축은 한국천주교가 수레의 두 바퀴처럼 영원히 떠안고 살아가야 할 영원한 소명이자 숙제이기 때문이다. 그 독자는 또 언제 기자에게 다시 전화를 걸어올까. “교황이 한국에 오신다는 게 사실입니까?”

김성호 선임기자겸 논설위원 kimus@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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