檢 출두해 “참담… 감당할 부분 감당”
탈세의혹에 “제 불찰”… 수싸움 예고전직 대통령 모든 사건 수사 ‘명성’
‘검사선서’ 앞 지나는 홍만표
거액의 부당 수임료와 탈세 혐의를 받고 있는 홍만표 변호사가 피의자 신분으로 조사를 받기 위해 27일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검 청사에서 조사실로 향하고 있다. 서울중앙지검 특수3부장을 지내는 등 오랫동안 검찰에 근무한 홍 변호사가 지나는 건물 복도에 검사의 청렴 의무를 강조한 ‘검사선서’가 걸려 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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날 선 신문으로 법정에 선 전두환·노태우 두 전직 대통령을 코너에 몰아붙이며 1995년 일약 ‘스타검사’로 떠올랐던 검사장 출신 홍 변호사도 여느 피의자처럼 긴장한 모습이었다. 이날 서울중앙지검 청사 앞에서 취재진을 만난 홍 변호사는 한숨을 내쉬며 “제가 근무했던 곳에서 피조사자로서 조사를 받게 됐는데 이루 말할 수 없이 참담하다”면서 “저를 둘러싼 의혹에 제가 감당할 부분은 제가 감당하겠다”고 말했다.
검찰 내 대표 특수통으로 꼽힌 홍 변호사는 서울중앙지검 현 지휘라인과도 인연이 깊다. 이영렬 지검장과는 1995년 전직 대통령 비리 수사 때 한솥밥을 먹었다. 이동열 3차장 검사와는 2009년 ‘박연차 게이트’ 때 대검찰청 중앙수사부 수사기획관과 첨단범죄수사과장으로 함께했다. 이번 사건의 주임 검사인 이원석 특수1부장과는 2000년 서산지청장과 지청 검사로 함께 근무했다. 홍 변호사에 대한 조사는 고형곤 특수1부 부부장이 맡았다.
서울중앙지검 10층 영상조사실에서 이뤄진 조사에서 검찰은 홍 변호사가 2013년부터 지난해까지 정 대표의 원정도박 사건 등의 변호를 맡아 수사기관에 영향력을 행사하는 대가로 거액의 수임료를 받고도 이를 제대로 신고하지 않았다는 의혹에 대해 집중적으로 캐물었다. 홍 변호사는 탈세 의혹에 대해서는 일정 부분 인정한 것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홍 변호사가 혐의를 순수하게 인정한 것은 아닐 가능성이 높다. 특정범죄가중처벌법상 조세포탈 혐의가 성립되려면 미납 세금이 ‘5억원 이상’일 뿐 아니라 ‘사기 또는 기타 부정한 방법으로 세금을 내지 않았을 때’라는 조건이 따른다. 홍 변호사가 ‘불찰’이라고 언급한 것이 드러난 탈세 행위가 고의가 아닌 실수라는 점을 강조하기 위한 ‘선수’(先手)라는 분석이 나오는 이유다.
이 경우 미납 세금을 내면 형사처벌을 면할 수 있다. 선임계를 내지 않고 이른바 ‘몰래 변론’한 의혹에 대해선 “일부 언론에서 제기된 몰래 변론(의혹)은 상당 부분 해명될 것”이라고 밝혔다.
검찰은 홍 변호사를 상대로 수감 중인 정 대표의 감형 로비에 관여했는지도 추궁했다. 정 대표와 홍 변호사의 고교 후배인 브로커 이민희(56)씨와 대질신문도 진행한 것으로 전해졌다. 그러나 홍 변호사는 대체로 혐의를 부인했다.
검찰은 그동안 확보한 물증과 진술을 바탕으로 홍 변호사의 혐의 입증은 어렵지 않을 것이라는 입장이다. 검찰은 홍 변호사에 대한 조사를 마무리하는 대로 사전구속영장 청구를 검토하는 한편 실제 경찰·검찰·법원에 대한 불법 로비가 있었는지 수사를 확대할 계획이다.
이와 별도로 검찰은 ‘정운호 게이트’ 관련 또 다른 핵심 인물인 최유정 변호사를 재판에 넘겼다. 최 변호사는 지난해 6~9월 정 대표와 이숨투자자문 실질 대표인 송모씨에게서 보석 집행유예를 위한 재판부와의 교제나 청탁 등을 명목으로 50억원씩 모두 100억원대의 부당한 수임료를 챙긴 혐의(변호사법 위반)를 받고 있다.
김양진 기자 ky0295@seoul.co.kr
조용철 기자 cyc0305@seoul.co.kr
2016-05-28 2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