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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악취가 지진 영향?” 울산에 나흘째 가스냄새 신고

“악취가 지진 영향?” 울산에 나흘째 가스냄새 신고

입력 2016-07-25 15:48
업데이트 2016-07-25 17: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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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진에 흔들린 시민, 여름철 잦은 악취에 민감해 신고 잇따라

불과 20여 일 사이에 지진과 가스 냄새를 경험한 울산시민의 불안감이 확산하고 있다.

울산소방본부에 따르면 22일 이후 나흘째 “악취가 난다”는 신고가 들어오고 있다.

지난 5일 울산 앞바다에서 규모 5.0의 지진이 발생해 울산 전역에서 건물이 흔들리는 공포를 느낀 터라 ‘자라 보고 놀란 가슴 솥뚜껑 보고 놀란다’는 속담처럼 시민이 예민하게 반응할 수밖에 없다.

울산은 여름철에 악취 민원이 많지만 신고를 받고 출동하면 대부분 원인이 밝혀지지 않기 때문에 전문가들은 악취의 종류와 양을 즉시 측정할 수 있는 정밀장비를 갖춰야 한다고 지적했다.

◇ ‘혹시나…’ 석유화학공단 주변 주민 불안 심각

울산시소방본부에 따르면 지난 22일 22건, 23일 22건 등 “가스 냄새가 심하게 난다”, “뭔가 타는 냄새가 나서 머리가 아프다‘는 등의 신고가 집중됐다. 악취 신고는 24일 5건에 이어 25일에도 4건이 들어왔다.

신고는 석유화학공단이 인접한 울주군 온양과 남구에서 시작돼 이후 동구, 울주군 범서, 굴화 등으로 넓어졌다.

소방본부 관계자는 ”평소 악취 신고가 하루 1∼2건 들어오지만 이 정도로 많은 것은 드문 일이다“며 ”현장으로 출동했지만, 막상 도착했을 때는 냄새가 나지 않는 경우가 많았다“고 말했다.

이틀 전인 21일 가까운 부산에서 가스 냄새로 200건이 넘는 신고가 들어 왔지만 원인이 밝혀지지 않아 시민 불안감이 더 컸던 것으로 풀이된다.

게다가 지난 5일 울산 앞바다에서 규모 5.0의 지진이 발생해 울산 전역에서 건물이 흔들리는 공포를 느낀 터라 걱정하는 목소리가 많았다.

인터넷 카페나 SNS에는 ’지진의 전조가 아니냐‘, ’울산 앞바다 지진 때 땅이 흔들리면서 석유화학공단 지하 배관이 영향을 받은 게 아니냐‘는 글들이 잇따랐다.

박장호 울산대병원 정신의학과 교수는 ”공포심을 경험하면 비슷한 부정적인 자극에 더 쉽게 반응하는 경향이 있고, 특히 원인을 알 수 없을 때 더 불안해 질 수 있다“며 ”즉각적으로 반응하기보다 진짜 위험한 것인지 냉정할 필요가 있다“고 25일 조언했다.

◇ 겨울 빼고 늘 악취 민원…바람·온도 영향

악취는 울산시가 늘 겪는 민원이다.

시에 따르면 지난해 200건 가량의 악취 민원이 들어왔으며 올해는 6월 말까지 124건이 접수됐다.

계절적으로 보면 겨울보다 상대적으로 봄부터 가을까지 민원이 많다.

올해 1월은 8건, 2월은 8건이었으나 3월 들어 19건, 4월 18건, 5월 29건, 6월에는 42건으로 늘었다.

지난해 역시 1월은 4건, 2월은 7건에 불과했으나 4월은 21건, 5월 19건, 6월 22건, 7월 20건, 8월 22건, 9월 20건, 10월 27건이 접수됐다.

이는 바람 방향, 기온 등과 연관이 있는 것으로 풀이된다.

울산기상대는 지난해 풍향 분석 결과, 겨울에는 비교적 북서풍이 강하지만 다른 계절에는 뚜렷한 풍향을 규정하기가 어렵다고 밝혔다.

석유화학공단과 온산공단이 울산 중심가의 남동쪽에 있다는 것을 고려하면 북서쪽에서 바람이 들어오는 겨울을 제외한 계절에 악취 신고가 많은 것이다.

실제 악취 신고가 집중됐던 지난 23일 오후에는 남동풍이 불었다.

석유화학단지가 주로 봄부터 가을까지 정기보수를 집중적으로 하면서 파이프에 남은 연료들을 태워버리기 때문에 악취 민원이 잦을 수 밖에 없다는 점도 언급된다.

울산시는 이번 가스 냄새가 석유화학공단에서 들어 온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시 관계자는 ”바람 방향 등을 고려했을 때 석유화학단지에서 배출허용기준 미만의 화학물질이 유입된 것으로 보고 있다“며 ”공단 관계자들과 악취 저감 대책 회의를 열었다“고 말했다.

◇ 전문가 ”악취 발생 즉시 관측할 시스템·장비 필요“

전문가들은 악취 원인을 제대로 파악하고 시민 불안감을 줄이기 위한 시스템이 필요하다고 제시했다.

악취는 일단 사라져 버리면 원인을 확인할 길이 없는 만큼 발생 즉시 이를 확인할 수 있는 인력과 장비가 필요하다는 것이다.

김형근 울산환경운동연합 사무국장은 ”악취가 자주 발생하는 지역 주민에게 간이 대기측정기를 보급해 곧바로 대기 중 화학물질 농도 등을 측정할 수 있도록 하고, 바람의 방향 등을 확인하도록 하는 것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울산의 특성을 고려해 실시간으로 악취 종류와 양을 정확히 측정하고 분석하는 가스크로마토그래피나 질량 분석기 등 정밀장비 도입이 시급하다는 지적도 있다.

최성득 UNIST(울산과학기술원) 도시환경공학부 교수는 ”악취는 대기 상태, 풍향, 기온 등 여러 요소에 영향을 받을뿐만 아니라 다양한 화학물질이 섞여서 나는 경우가 많다“며 ”정밀장비가 1대에 5억∼6억 원씩 하는 등 고가라는 점이 걸림돌이긴 하지만 지역 특성상 도입 필요성이 크다“고 말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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