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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프리카서 여성·아동 돕는 한국 女경찰들

아프리카서 여성·아동 돕는 한국 女경찰들

이민영 기자
이민영 기자
입력 2016-07-25 22:42
업데이트 2016-07-25 23: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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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승화 경사·김세희 경위, 유엔 평화유지활동으로 파견

“라이베리아에서 발생하는 범죄의 절반 이상이 성폭력, 가정폭력이에요. 주로 여성이나 아동·청소년이 범죄 피해자라는 뜻입니다. 전국 경찰서에 여성·청소년과를 운영하며 쌓은 우리나라 경찰의 노하우를 최선을 다해 전수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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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세희(가운데) 경위가 라이베리아에 있는 유엔경찰(UNPOL) 인사과에서 근무하는 잠비아, 러시아, 우크라이나, 중국, 이집트, 터키 등 동료 경찰들과 함께 부채를 들고 포즈를 취했다. 경찰청 제공
김세희(가운데) 경위가 라이베리아에 있는 유엔경찰(UNPOL) 인사과에서 근무하는 잠비아, 러시아, 우크라이나, 중국, 이집트, 터키 등 동료 경찰들과 함께 부채를 들고 포즈를 취했다.
경찰청 제공
지난 5월 유엔 평화유지활동(PKO)으로 서아프리카 라이베리아에 파견된 편승화(38) 경사는 25일 진행한 이메일 인터뷰에서 “라이베리아에서 여성의 지위는 정말 열악하고, 특히 분쟁 지역에서 성폭력이나 아동학대가 많다”며 “이런 피해자를 조사하거나 상담하는 데 있어 여경(女警)이 절실한 상황”이라고 말했다. 여성과 아동을 대상으로 한 인신매매도 발생하는 상황이다.

그는 현재 라이베리아 경찰청 정보수사국 여성·청소년과에서 수사 자문관으로 근무 중이다. 성폭력, 성차별, 실종아동 업무를 담당한다. 또 현지 법무부 및 여성가족부와 함께 우리나라 경찰의 실종아동 찾기 매뉴얼을 현지화하고 있다. 아동 진술녹화실을 만드는 것도 준비 중이다.

편 경사는 매일 아침 다른 부서의 현지 경찰관들을 찾아 수사 상황과 인권 보호에 대해 귀찮을 정도로 꼬치꼬치 묻는다. 수사 과정에서 여성이나 아동 피해자의 기본 인권이 지켜지지 않을 가능성이 있기 때문이다. 편 경사는 “하도 끈질기게 확인하니까 요즘에는 일일이 찾아가지 않아도 먼저 다가와 수사 방법 등을 묻는 경우도 늘었다”고 말했다.

함께 현지에 파견된 김세희(31) 경위는 유엔경찰(UNPOL) 인사과에서 인사 담당관으로 일한다. 러시아, 중국, 이집트, 네팔, 터키, 가나, 스리랑카 등 25개국에서 온 경찰관의 전·출입 및 업무 조정, 회계 업무를 맡고 있다. “유엔 평화유지활동을 위해 세계 각국에서 이곳으로 파견 온 경찰의 20%가 여경입니다. 최근에는 여성·청소년 업무뿐 아니라 다양한 분야에서 활동하는 추세죠.”

파견 경찰에게 가장 두려운 것은 에볼라, 말라리아 등 전염병이다. 현지에서는 2013년 말부터 에볼라가 유행해 최소 1만 3000명이 사망했다. 지난 6월 라이베리아 정부는 에볼라 종식 선언을 했지만 재발할 가능성이 있다. 김 경위는 “라이베리아에 도착하니 순직 시 시신과 유품을 받을 국내 연락처를 적어 내라는 말을 들었는데, 그때 파병됐다는 사실을 실감했다”고 밝혔다.

라이베리아는 1989년부터 2003년까지 내전을 겪었고 유엔은 내전 종식 후 평화유지활동을 시작했다. 전 세계에서 10만 4000여명이 평화유지활동에 파견돼 활동 중이며 그중 경찰은 1만 2600명이다.

경찰청은 현지 상황을 감안해 하반기에 더 많은 여경을 파견할 계획이다.

어윤빈 경찰청 국제협력계장은 “하반기에 파견할 후보 10명 중 7명이 여경”이라며 “우리나라 경찰은 현지에서 여성·청소년 업무뿐 아니라 선거 경비 시스템, 수도 경비 작전, 교통관리 및 사고 조사, 컴퓨터 활용 능력 등도 전수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민영 기자 min@seoul.co.kr
2016-07-26 6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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