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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진건 유배의 뒤안길] 단절을 넘어 소통의 유배섬으로

[양진건 유배의 뒤안길] 단절을 넘어 소통의 유배섬으로

이도운 기자
입력 2016-12-13 22:50
업데이트 2016-12-14 01: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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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진건 제주대 교수
양진건 제주대 교수
유럽의 유형은 유배형(流配刑)의 준말이기는 하지만 우리 조선시대의 유배와는 좀 다르다. 개인의 자유를 제한하고 어떤 특정 지역으로 죄인을 쫓아낸다는 점에서는 비슷하지만 유럽의 유형이 집단적이라면 동양이나 조선의 유배는 개인적이다. 유형은 강제 노동의 수단으로 18세기 식민지를 가진 유럽 국가들이 대부분 ‘사회의 쓰레기’들을 청소한다는 명분으로 활용했다.

영국의 존 힐이라는 사람은 6펜스짜리 리넨 손수건 한 장을 훔친 혐의로 유죄 판결을 받고, 오스트레일리아로 7년 유배형에 처해졌다. 그런가 하면 영국의 제임스 바틀릿이라는 사람은 밧줄용 실 1000파운드를 훔친 혐의로 유죄 판결을 받고 7년 유배형에 처해지기도 했다. 이런 식으로 유죄 판결을 받고 영국에서 오스트레일리아로 유배된 사람의 수가 무려 16만명 정도였다.

18세기 유럽은 많은 사회적 변화를 겪었고, 그로 인해 범죄가 증가했다. 당국에서는 이를 억제하려고 엄격한 법과 형벌을 도입했다. 특히 죄수를 식민지로 보내는 법령이 통과되면서 해마다 약 1000명이 미국으로 유배를 갔다. 그러다 1776년 미국이 독립하자 영국은 런던의 템스강에 감옥선을 운영하기도 했지만 탐험가 제임스 쿡 선장의 도움으로 1786년부터 오스트레일리아를 영국의 유형 식민지로 활용하기 시작하게 됐다.

이 때문에 오래지 않아 유형수 정착지가 오스트레일리아에 여러 곳에 생겨났는데 그중에는 시드니에서 북동쪽으로 1500킬로미터 떨어진 노퍽섬도 마찬가지였다. 노퍽섬은 면적이 34㎢, 인구가 약 2000명 정도밖에 안 되는 작은 화산섬으로 1774년 제임스 쿡이 발견한 이후 유형지로 이용됐다. 1914년 이래 오스트레일리아령이 됐으며 1960년대 중반 이후 관광이 중요한 산업이 됐다. 관광산업의 일환으로 노퍽섬의 유배문화를 세계문화유산으로 등재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현재 노퍽섬과 태즈메이니아를 포함한 오스트레일리아의 주요 유배지들 또한 오스트레일리아 중앙정부와 노퍽섬 지방정부에 노력에 의해 세계유산 등재 신청 리스트에 올라가 있다. 남아프리카공화국 대통령을 지낸 넬슨 만델라의 유배지로 유명한 로벤섬이 1999년 12월 유네스코에 의해 세계유산으로 지정된 예가 있다.

이를 위해 노퍽섬 지방정부에서는 매년 ‘유배의 섬 콘퍼런스’를 개최하고 있다. 이 콘퍼런스에서는 노퍽섬을 비롯해 오스트레일리아와 태평양에 있는 많은 섬과 유배지로서의 유산을 공유할 것을 제안했다. 대표적인 섬으로 태즈메이니아, 뉴칼레도니아, 괌, 파나마의 코이바섬, 칠레의 도슨섬, 페루의 이슬라고르고나, 하와이의 몰로카이, 러시아의 사할린섬 등이 있다.

‘유배의 섬 콘퍼런스’는 오늘날 유배지로서의 이 섬들이 갖는 중요한 역사와 유산에 대해 관심을 가져야 한다고 강조하면서 각 유배지들의 유산을 보호보존하고 이해하여 다음 세대들이 지속적으로 찾을 수 있는 장소로 만들기 위한 관련 이슈들을 중심으로 진행된다.

이런 연장선에서 제주도에서도 제주학회를 중심으로 2017년 1월 12일 ‘단절을 넘어 소통으로: 유배 섬의 역사와 문화교류’라는 주제로 이색적인 국제학술대회를 개최하는데 11일에는 제주도 유배지를 견학할 예정인, 매우 뜻깊은 행사라 하지 않을 수 없다. 중국과 만주 그리고 일본과 유배문화의 차이를 비교할 수 있고 나아가 유배문화를 어떻게 교류하고 활용할 수 있을지에 대한 논의를 하는 자리라는 점에서 의미가 크다. 노퍽섬처럼 이런 자리가 계속 마련되기를 바라며 많은 분들의 적극적인 참여를 기대해 본다.

제주대 교수
2016-12-14 30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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