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투표, 내일을 이끄는 통찰

투표, 내일을 이끄는 통찰

정서린 기자
정서린 기자
입력 2017-03-24 17:54
업데이트 2017-03-24 23: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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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 지도자 고르는 눈’ 길러주는 책 3권

누구를 뽑아야 하는가?/모리치오 비롤리 지음/김재중 옮김/안티고네/184쪽/1만 1400원
대통령 선택의 심리학/김태형 지음/원더박스/320쪽/1만 5000원

대통령의 철학/강수돌 지음/이상북스/276쪽/1만 5000원
올봄 우리는 절실한 물음 앞에 섰다. ‘누구를 뽑아야 하는가’이다.

시민 스스로가 밝힌 촛불의 물결은 새 시대를 여는 출발선을 마련했다. 하지만 상처투성이로 물 위에 떠오른 세월호처럼 다시는 반복돼선 안 될 부정과 적폐를 걷어 내야 하는 앞으로는 더 큰 진통이 예상된다. 혼란을 수습하고 불신과 갈등의 사회를 통합해야 한다는, 일견 불가능해 보이는 과제를 이끌어야 하는 지도자에 대한 검증이 더욱 정교해야 할 이유다. ‘어떤 지도자가 우리에게 필요한가’란 질문은 ‘우리가 어디로 나아갈 것이냐’란 미래와 운명처럼 엮여 있기 때문이다.

최근 ‘지도자를 고르는 눈’을 길러 주는 책들이 출판계에 잇따르는 이유다. 16세기 이탈리아 철학자 마키아벨리의 글과 말에서 투표 강령 20계명을 새겨듣는 책(누구를 뽑아야 하는가?)에서 오는 5월 주요 대선 후보들의 심리와 이들을 가려 뽑을 국민들의 현재 집단 심리를 분석한 책(대통령 선택의 심리학), ‘헬조선’을 갈아엎기 위해 지도자가 어떤 철학의 밑그림을 그려 나가야 하는지 살핀 책(대통령의 철학)까지 선택은 다양하다.

근대 정치학의 뿌리를 이루는 ‘군주론’은 시민이 아닌 군주에게 조언하는 책이다. 하지만 국가를 부패와 멸망에서 구하려는 ‘근대적 의미에서 혁명의 정신적 아버지’(한나 아렌트)로 불리는 그의 말과 글은 올바른 리더십이란 어때야 하는가를 되새기는 데 큰 울림을 지닌다. 프린스턴대 정치학과 명예교수이자 스위스 루가노대 정치 커뮤니케이션학과 교수인 모리치오 비롤리는 ‘주권자에게 일러 주는 마키아벨리의 투표 강령 20계명’을 현대 정치 사례들과 맞물려 설명한다. 특히 이번 책에서는 지도자의 무능과 부패에 상처 입은 국민들이 새겨들어야 할 만한 대목이 여럿 눈에 띈다.

정치인들은 감정을 가장하고 숨길 수 있는 위장술의 대가다. 비극적 사건에 대한 슬픔, 빈자들에 대한 연민, 불의에 대한 분노 등 자신이 느끼지도 않은 감정들을 ‘전시’할 수 있다. 때문에 마키아벨리는 “눈이 아니라 손으로 만져 보고 판단하라”고 조언한다. 외양이나 화술 대신 그가 무엇을 했으며, 무엇을 하고 있는지, 두 손으로 정직하게 일군 것을 보고 평가하라는 얘기다.

말솜씨를 리더십의 가장 중요한 자질로 꼽았다는 것도 눈여겨볼 부분이다. 사악한 의도를 번지르르한 말로 가리는 정치가가 아니라 사람들을 올바른 방향으로 행동하도록 영감을 주고 자극하는 힘을 단어로 옮길 지적, 도덕적 깊이를 지닌 정치가를 알아차리도록 노력하라는 조언이다.

‘대통령 선택의 심리학’의 저자 김태형 심리학자는 ‘박근혜·최순실 게이트’가 터지기 전 박근혜 전 대통령의 심리를 꿰뚫어 언론의 조명을 받았다. 그는 2015년 4월 한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박 대통령은 심리적으로 의존 상대가 필요하다. 하지만 사람을 믿지 못하기 때문에 그마저도 극소수다. 그리고 이들 소수는 박근혜를 다룰 줄 아는 사람들이다. 박 대통령 본인도 심리적으로 굉장히 의존하고 있을 것”이라고 말한 바 있다. 이 말은 지난해 국정농단 사건으로 입증됐다. 이번에는 문재인, 안철수, 이재명, 유승민 등 주요 대선 후보들의 성장 과정과 그간의 언행들을 조망하며 그들의 심리를 깊이 들여다본다.

방점은 변화를 이끌어 낸 ‘광장의 민심’이 요구하는 것이 무엇인지다. 이에 대한 통찰이 대선의 승리를 여는 열쇠이기 때문이다. 주권자들은 세월호 참사, 최순실 사건을 통해 한국 사회의 저열한 민낯을 직시했고 적폐 청산 없이는 무엇도 가능하지 않음을 깨달았다. 저자는 사회 양극화, 공동체 붕괴로 고통을 겪는 국민들의 표면적 요구가 ‘돈’으로 보일 수 있지만 본질적 요구는 ‘인간으로 존중받으며 살고 싶다’는 것이라고 강조한다. 이 시대정신에 충실히 응답하는 리더를 국민들은 기다린다.

‘대통령의 철학’은 대한민국을 사람 사는 나라로 바꾸기 위해 아예 ‘새집’을 지어야 한다며 ‘정의로운 대통령’이 지녀야 할 철학과 개혁 방안을 전 분야에 걸쳐 살펴본다. 저자는 헬조선을 빚어낸 ‘재벌·국가 복합체’를 총체적으로 뒤바꿔야 한다고 주장한다. 기득권 세력 주변에서 기생한 부역자뿐 아니라 기득권 세력이 제시한 프레임에 갇힌 국민들이 자신의 생각과 행위 전반까지 깊이 성찰해야 한다는 제언도 덧붙인다.

정서린 기자 rin@seoul.co.kr
2017-03-25 18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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