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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길섶에서] 꼰대/박건승 논설위원

[길섶에서] 꼰대/박건승 논설위원

박건승 기자
입력 2017-05-25 20:52
업데이트 2017-05-25 22: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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집 근처 공원에 나뒹구는 음료수 깡통이나 과자 봉지를 보고는 그냥 지나치는 법이 없다. 누가 보든 말든 일일이 주워 쓰레기통에 집어넣어야 직성이 풀린다. 아파트 1층에 널브러진 구청 홍보물이나 판촉물도 예외일 수 없다. 지하철의 분홍색 임신부 배려석에 거리낌 없이 앉는 젊은 여성들을 보는 일은 정말 힘들다. 임신부일 수 있겠으나 내 ‘뛰어난 촉’으로는 전혀 그런 것 같지 않다. 얼굴 두껍기는 젊은 남성들도 매한가지다. 털썩 주저앉아 바로 눈 감아 버리는 중년 아저씨는 마음이 편할까. 약자 배려의 사회적 약속인 만큼 지켜야지 않겠느냐고 한마디하고 싶지만 마음뿐이다. 그저 ‘레이저’ 두 방쯤 날리는 게 그만이다.

설거지 당번 날엔 식기뿐 아니라 가스레인지 얼룩까지 닦아 내지 않으면 꺼림칙하다. 담배 재떨이가 멀쩡히 있건만 꽁초를 제멋대로 바닥에 내던지고, 거기에 가래침까지 내뱉는 젊은 사람들은 레이저가 세 방감이렷다. 넉넉하고 멋진 어른이 될 줄 알았는데 웬걸, 나도 어느새 꼰대가?. 세상살이에 익숙해지다 보면 누구나 꼰대가 될 수 있다는 합리화로 위안 삼을 뿐이다.

박건승 논설위원
2017-05-26 31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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