뷰페이지

파키스탄 ‘최악의 날’

파키스탄 ‘최악의 날’

하종훈 기자
하종훈 기자
입력 2017-06-25 22:34
업데이트 2017-06-26 09:04
  • 글씨 크기 조절
  • 프린트
  • 공유하기
  • 댓글
    14

전복된 유조차서 기름 쟁탈전 벌이다 폭발, 담배꽁초 원인 가능성… 최소 148명 사망

이미지 확대
25일(현지시간) 오전 파키스탄 동부 물탄시에서 남서쪽으로 100㎞ 떨어진 바하왈푸르 지역 고속도로에서 전복된 유조차가 폭발해 화염이 일고 있다. 폭발은 담배꽁초 불로 발생한 것으로 추정되며 주민들이 기름을 얻기 위해 유조차로 몰려들면서 최소 148명이 사망했다. 바하왈푸르 신화 연합뉴스
25일(현지시간) 오전 파키스탄 동부 물탄시에서 남서쪽으로 100㎞ 떨어진 바하왈푸르 지역 고속도로에서 전복된 유조차가 폭발해 화염이 일고 있다. 폭발은 담배꽁초 불로 발생한 것으로 추정되며 주민들이 기름을 얻기 위해 유조차로 몰려들면서 최소 148명이 사망했다.
바하왈푸르 신화 연합뉴스
25일(현지시간) 오전 파키스탄 남부 항구도시 카라치에서 펀자브주의 라호르로 향하던 한 유조차가 동부 물탄시 남서쪽으로 100㎞ 떨어진 바하왈푸르의 고속도로에서 중심을 잃고 전복됐다. “유조차의 타이어가 터지는 바람에 뒤집어졌다”거나 “과속이 원인이었다”는 등 증언이 지오TV 등 현지 언론 보도를 통해 나왔다. 사고 지역을 통제하려고 경찰이 즉각 출동했다. 여기까지였다면, 사고는 일상적인 수준에서 정리될 수 있었다.
이미지 확대
그러나 현장은 통제되지 못했다. 유조차에서 흘러나오는 기름을 담아 가기 위해 람잔푸르 조야 등 인근 마을에 사는 주민들이 순식간에, 너무 많이 몰려들었기 때문이다. 경찰은 마을 이슬람 사원(모스크)에 설치된 확성기를 통해 ‘기름이 새고 있다’는 경고 방송을 했지만, 오히려 이 방송을 들은 주민들이 기름을 담아 가려고 저마다 물통을 챙겨 오토바이를 타고 현장으로 몰려들었다. 주민들은 제각기 휴대전화를 들고 친지와 이웃들에게 “빨리 와서 기름을 담아 가라”고 재촉하기도 했다.

유조차 탱크에 들어 있던 기름은 4만ℓ로 추정된다. 수백명의 주민이 물통에 기름을 담는 데 여념이 없는 사이 순간, 유출된 기름에서 불길이 치솟았다. 순식간에 불이 번지면서 가까이 있던 주민들은 검은 화염과 불길에 휩싸였고 유조차 기름탱크가 폭발하면서 아비규환의 현장이 됐다.

현장에 있던 일부 주민이 담배를 피우고 있었다는 목격자의 진술이 나옴에 따라 담배꽁초가 원인일 가능성에 무게를 두고 있다. 최소 148명이 사망하고 117명 이상이 부상을 당했다. 주민들이 타고 온 오토바이 75대와 인근에 있던 자동차 6대 등도 파손됐다.

피해자들은 바하왈푸르 빅토리아 병원 등 인근 병원들로 나뉘어 후송됐으나, 부상자 대부분이 심각한 화상을 당해 사망자가 더 늘어날 것으로 관측된다. 구조 당국 고위 관계자는 AP통신에 “병원으로 옮긴 부상자 대다수가 전신의 70% 이상에 화상을 입었다”면서 “부상자 중 50여명이 위독한 상태”라고 전했다. 상당수 사망자는 심하게 불에 타 신원 확인이 쉽지 않은 상황이다. 당국은 현장에서 사망자 DNA 확보에 총력을 기울이고 있다. 나와즈 샤리프 파키스탄 총리는 성명을 통해 “수많은 목숨이 희생된 데 대해 깊은 슬픔을 표한다”고 말했다.

하종훈 기자 artg@seoul.co.kr

2017-06-26 12면

많이 본 뉴스

  • 4.10 총선
저출생 왜 점점 심해질까?
저출생 문제가 시간이 갈수록 심화하고 있습니다. ‘인구 소멸’이라는 우려까지 나옵니다. 저출생이 심화하는 이유가 무엇이라고 생각하시나요.
자녀 양육 경제적 부담과 지원 부족
취업·고용 불안정 등 소득 불안
집값 등 과도한 주거 비용
출산·육아 등 여성의 경력단절
기타
광고삭제
위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