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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론] 국민연금은 왜 스튜어드십 코드 참여해야 하나/조명현 한국기업지배구조원장

[시론] 국민연금은 왜 스튜어드십 코드 참여해야 하나/조명현 한국기업지배구조원장

입력 2017-07-03 22:34
업데이트 2017-07-03 22: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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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관투자자의 수탁자 책임을 강조하는 한국형 스튜어드십 코드가 새 정부 출범과 맞물려 다시 조명받고 있다. 스튜어드십 코드는 쉽게 말해 자산운용사 및 국민연금과 같은 기관투자자가 고객과 수탁자의 돈을 자기 돈처럼 여기고 관리·운용해야 한다는 연성 규범이다. 스튜어드십이라는 이름에서 알 수 있듯이 주인 재산을 충직하게 관리하는 ‘청지기의 정신’을 바탕으로 해 고객과 수탁자 자금을 운용할 때 어떻게 최선을 다해야 하는지를 알려주는 원칙이다. 이 코드는 현재 영국, 일본 등 전 세계 16개국에서 다양한 형태로 도입돼 시행되고 있다.
조명현 한국기업지배구조원장
조명현 한국기업지배구조원장
지난해 말 스튜어드십 코드가 한국에도 도입됐지만, 제도의 정착과 확산에 중추적 역할을 할 것으로 기대됐던 국내 기관투자자의 맏형격인 국민연금이 여러 이유로 소극적인 행보를 보여 다른 기관투자자도 서로 눈치를 보았다. 하지만 새 정부 탄생 이후 국민연금이 스튜어드십 코드 가입을 위한 준비 작업을 시작하고 있다. 이는 다른 기관투자자들에게도 자극이 되면서 스튜어드십 코드의 연내 정착이 기대되고 있다.

스튜어드십 코드의 성공적 정착과 확산에 국민연금의 적극적 참여는 필수적이다. 한국의 대표적 기관투자자이며 국민의 노후 자금을 관리·운용하는 국민연금이 스튜어드십 코드를 준수하지 않는다면 누가 이를 준수하겠는가. 국민연금은 운용사를 선정하고 관리·감독하는 주체로서도 코드에 우선 가입해 적극적으로 역할할 필요가 있다. 최근 불거진 삼성물산·제일모직 합병 관련 의결권 행사 논란과 같은 불미스러운 일에 다시 휩싸이지 않기 위해서라도 하루빨리 스튜어드십 코드 준수를 천명해야 할 것이다.

한국에서는 그간 기관투자자들이 주주의 입장에서 의결권 행사를 적극적으로 하지 않았다. 또 자신들이 투자한 회사와의 대화 및 주주 제안 등의 주주권 행사에도 상당히 소극적이었다. 그 결과 자신들에게 자산을 맡긴 고객 또는 수익자의 수익은 극대화되지 못했다. 이것이 한국에서 스튜어드십 코드가 도입된 배경이라 할 수 있다. 어떤 제도이든 도입 초기에는 이런저런 말들이 나오는 경우가 많고 스튜어드십 코드 또한 예외는 아니다. 하지만 스튜어드십 코드에 대한 대부분의 우려와 논란은 코드에 대한 올바른 이해를 하면 문제가 되지 않는 것들이다.

우선 스튜어드십 코드가 활성화하면 국민연금이 정치권에 휘둘려 정치적 의사 결정을 하게 되는 경우 연금사회주의가 확산한다는 우려다. 그러나 이런 우려를 불식시킬 방안은 얼마든지 존재한다. 가장 쉬운 방법은 국민연금이 현재 절반 정도인 직접 운용 비중을 확 줄이고 외부의 위탁 운용사를 더 많이 활용하고 이들 위탁 운용사가 스튜어드십 코드에 따라 각자 의결권을 행사하면 된다. 이는 여러 금융 선진국에서 하는 방식이고 앞으로 법과 제도의 개정을 통해 뒷받침하면 된다. 이런 방안은 국내 자산운용업의 발전과 활성화에도 기여할 수 있을 것이다.

또 다른 우려는 스튜어드십 코드 탓에 국민연금 등 기관투자자들의 영향력이 커져 이들이 경영에 간섭하고 과도한 배당을 요구하게 되면 기업의 경영과 투자활동이 위축돼 중장기적 경쟁력이 훼손될 것이라고 주장한다. 하지만 이는 명백한 오해다. 스튜어드십 코드는 기관투자자들이 투자 기업의 중장기적 가치향상과 지속 가능성 제고를 위해 노력해야 한다고 명시하고 있다.

따라서 기업의 중장기적 경쟁력을 훼손하는 과도한 경영 간섭과 배당 요구는 스튜어드십 코드의 정신에 부합하지 않는다. 스튜어드십 코드를 제대로 이행하는 기관투자자는 이런 행태를 보이지 않을 것이며 오히려 투자 기업과의 건설적 대화를 통해 함께 기업의 중장기적 가치를 높이는 방안을 찾을 것이다. 기업도 기관투자자의 대화 요구를 간섭이 아니라 기업 가치 제고를 위한 쌍방향 소통의 장으로 인식하는 열린 마음을 가져야 한다.

스튜어드십 코드가 빨리 활성화돼 우리 기업과 한국자본시장의 중장기 발전에 이바지하는 하나의 주요 축으로 자리매김하기를 진심으로 기대한다.
2017-07-04 31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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