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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7 서울미래유산 그랜드투어] 바뀐 겉모습만큼 근로자의 삶은 나아졌을까

[2017 서울미래유산 그랜드투어] 바뀐 겉모습만큼 근로자의 삶은 나아졌을까

입력 2017-07-26 23:18
업데이트 2017-07-27 02: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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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래유산 답사기

오전 10시가 가까워지자 밝은 미소로 서로 눈인사를 나누며 참가자들이 모여들었다. 교통방송에서 투어를 따라다니며 촬영을 하는데도 해설을 맡은 전혜경 서울도시문화지도사는 시종 나지막하고 차분한 음성을 유지했다. 구로공단의 내력을 하나하나 들려주었고, 모두들 고개를 끄덕였다.
이지현 서울도시문화연구원 서울미래유산팀
이지현 서울도시문화연구원 서울미래유산팀
첫 번째 코스는 ‘구로공단 생활체험관’(순이네 집)이었다. 체험관에는 무표정한 얼굴로 작업하는 앳된 소녀들의 사진들이 전시돼 있었다. 신문지 4장만 한 방에 10명씩 거주하던 쪽방, 낮이고 밤이고 계속되던 노동에 햇빛을 볼 수 없었고, 꿈도 얼굴도 허옇게 말라 갔다는 어린 노동자들의 이야기에 여기저기서 탄식이 터져 나왔다.

노동자들의 과거가 만든 현재 이야기인 ‘패션거리’로 이동했다. 예전에는 공장 건물들이 즐비했고 기계 소리만 들렸다고 한다. 마리오아울렛 3관 벽면에는 구로공단에 첫발을 내디뎠던 업체들의 명칭이 새겨져 있었다. 신경숙의 자전적 소설 ‘외딴방’에서 주인공이 근무했던 ‘동남전기 주식회사’, 아직도 상호가 그대로인 ‘국도화학공업’이라는 이름도 보였다. 마리오아울렛 꼭대기에 서 있는 구로공단의 옛 상징 굴뚝이 거대해 보였다.

가산디지털 2단지와 3단지를 잇는 ‘수출의 다리’에 오르자 양쪽으로 갈린 옛 1공단과 2·3공단의 전경이 한눈에 들어왔다. 구로동맹 파업의 현장인 가리봉 로데오사거리를 지나 10분여 걸으니 즐비하게 늘어선 쪽방촌과 공장들이 사라진 자리에 현대적이고 햇빛에 번쩍이는 유리 건물이 펼쳐졌다. 겉모습만큼 지금 이곳에서 근무하고 있는 근로자들의 삶도 나아졌을까. 밤늦게 야근을 하는 이곳을 ‘도시의 오징어 배’라고 했던 표현이 떠올랐다.

디지털단지오거리의 옛 명칭이 가리봉오거리였다고 한다. 가리봉동에 산다는 것을 감추고 싶었던 사람들의 어두운 기억을 꺼내서 어루만진 듯한 하루였다. 애벌레가 나비로 변하듯 변화를 겪고 있는 이곳이 화려한 겉모습뿐만 아니라 행복하고 환한 미래로 가득 찼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해 본다.

이지현 서울도시문화연구원 서울미래유산팀

2017-07-27 21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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