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블케이 가장 견제…‘디스전’ 우디고차일드와 실제론 친해”

“디즈니 스토리 작가가 되는 게 꿈이에요. 할리우드 영화 카메오, 봅슬레이 선수, 소설 쓰기…살면서 버킷리스트는 다 해보고 싶어요.”
래퍼 킬라그램이 지난 29일 서울 종로구 수송동 연합뉴스 사옥에서 인터뷰에 앞서 포즈를 취하고 있다. <br>연합뉴스
엠넷 ‘쇼미더머니 6’에서 독특한 스타일로 화제가 된 래퍼 킬라그램(본명 이준희·25)을 30일 종로구 수송동에서 만났다. 지난 18일 방송에서 탈락한 이후 첫 언론 인터뷰다.

치열한 경쟁은 끝났다. 여유를 되찾자 머릿속에 악상이 휙휙 날아다닌다고 했다. 로봇이 주인공인 시나리오도 구상 중이라는 그의 표정은 소풍을 앞둔 아이처럼 설레 보였다.

‘쇼미더머니’에서는 새로운 시도를 많이 했다고 털어놨다.

경쟁자들이 화려한 랩을 선보인 것과 달리 자신은 느리고 텅 빈 느낌의 랩을 했다면서 “대중의 반응이 좋지는 않았지만 음악을 업으로 하는 사람들은 신기해하더라”고 말했다.

가장 견제했던 후보로는 더블케이를 꼽았다.

“워낙 더블케이의 랩을 좋아했어요. 더블케이가 가사를 틀려서 탈락한 게 참 아쉬워요. 하지만 ‘쇼미’가 그만큼 사람을 긴장시켜요. 15시간씩 대기실에서 경쟁자와 나란히 앉아 가사를 외운다는 게 보통 일이 아니거든요.”

‘디스’(험담한다는 힙합 용어) 대결에 대해서는 “디스 랩은 권투와 같은 일종의 스포츠”라고 표현했다.

이어 “무대에서 내려오면 어떠한 앙금도 남지 않는다. 맞붙었던 우디고차일드와 요즘도 사랑한다는 메시지를 주고받는다”고 덧붙였다.

함께 작업했던 프로듀서 지코, 딘에 대해 묻자 “최고의 아티스트”라고 극찬하며 “동갑이지만 굉장히 많이 배웠다. 더 열심히 해야겠다는 자극을 받았다”고 말했다.

미국 시민권자인 킬라그램은 한국에서 태어났지만 돌도 지나지 않은 1992년 9월 캘리포니아주(州) 코로나 시로 이주했다. 우리말을 배우러 잠시 한국에 왔다가 초등학교 2학년 때 돌아갔고, 오렌지카운티에서 쭉 학창시절을 보냈다.

힙합에 매료된 건 에미넴(Eminem)의 히트곡 ‘루즈 유어셀프’(Lose yourself)를 들었던 10살 때. 미국 대학에서 토목공학을 전공하면서도 래퍼의 꿈을 키우다 2012년께 혼자 한국에 왔다.

“한국에 막 왔을 때 참 자신감이 없었어요. 랩을 만든다고 돈이 되는 건 아니니까 학원에서 영어 강사를 했거든요. 그런데 학생들 방학이 끝나면서 일감이 뚝 끊긴 거에요. 편의점에서 파는 500원짜리 사과잼쿠키를 사 먹으려고 했는데, 저금통 동전까지 싹싹 긁어모아도 490원밖에 없던 날도 있었어요. 밑바닥을 쳤죠.”

그래도 포기할 수는 없었다. ‘쇼미더머니6’의 경쟁자이자 고교 동창인 주노플로 등과 함께 이태원에서 꾸준히 공연했다. 차차 기회가 왔고 음원을 내기 시작했다. 올해에는 같은 소속사 키위미디어그룹의 선배인 이효리 정규 6집 앨범 ‘블랙(BLACK)’에서 ‘서울’과 ‘러브 미’(LOVE ME) 피처링에도 참여했다.

“대박이었죠. 아직도 어안이 벙벙하고 꿈같아요. 처음 피처링을 제안받은 건 ‘러브 미’였어요. 효리 누나가 들어보시고는 칭찬하면서 ‘서울’의 가사도 써보라면서, 언제까지 쓸 수 있냐길래 5분 만에 썼어요. 그 자리에서 쓰고 그 자리에서 녹음한 곡이죠.”

킬라그램은 “음악은 결국 제가 좋아서 하는 일”이라며 활짝 웃었다.

“제 노래의 일관된 메시지는 ‘걱정하며 살지 말라’에요. 돌이켜보면 한국에서 혼자 자취할 때 했던 고민이 멍청해 보여요. 도전해보고 안 되면 다른 걸 하면 되잖아요. 실패를 두려워하지 말고 자신을 사랑하라는 메시지를 계속 전하고 싶어요.”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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