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살충제 공포증 여전… “달걀 한 판 500원” 농가 줄폐업 위기

살충제 공포증 여전… “달걀 한 판 500원” 농가 줄폐업 위기

김헌주 기자
김헌주 기자
입력 2017-09-14 22:08
업데이트 2017-09-15 00: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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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직 끝나지 않은 달걀 파동

“뭔가 잘못된 것 같습니다. 이건 아닙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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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매업체엔 달걀 쌓이고…
도매업체엔 달걀 쌓이고… 14일 경기 수원의 한 달걀 도매업체에서 상인이 키보다 높이 쌓인 달걀판을 정리하고 있다. 박지환 기자 popocar@seoul.co.kr
지난 13일 경기 여주의 한 산란계 농장 주인은 ‘살충제 달걀’ 검사를 위해 농장을 찾은 공무원을 붙잡고 절절하게 하소연했다. 지난달 살충제 달걀 파동 당시 전수조사에서 적합 판정을 받았는데 정부의 추가 조사에서 살충제 성분이 검출된 것이다. ‘적합’에서 ‘부적합’으로 바뀐 사례는 이번이 세 번째다. 농장 주인은 “몇 달 전 닭이 없는 상태에서 기생충을 잡으려고 살충제를 뿌리긴 했지만, 닭진드기 때문에 살충제를 뿌린 적은 없다”고 소리쳤지만 소용없었다.
도매업체엔 달걀 쌓이고… 마트는 ‘텅텅’
도매업체엔 달걀 쌓이고… 마트는 ‘텅텅’ 서울의 한 대형마트에선 여전히 달걀 환불 안내문구가 걸려 있다. 한 달 전 불거진 ‘살충제 달걀’ 파동으로 달걀 수요가 급감하면서 대형마트에선 달걀 한 판(30구) 가격이 4000원대까지 떨어졌다. 최해국 선임기자 seaworld@seoul.co.kr
전국을 떠들썩하게 한 살충제 달걀 파동이 14일로 한 달이 지났는데도 여진은 계속되고 있다. 한바탕 홍역을 치른 산란계 농장 주인들은 지금도 ‘살충제 공포증’에 허덕이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충남 홍성의 ‘살충제 검출’ 농장 3곳은 이날 최종 검사에서 합격 판정을 받았다. 하지만 농장 주인들의 일그러진 표정은 그대로였다. 농장 주인 윤모씨도 씁쓸한 웃음만 지어 보였다. ‘살충제 농장’이라는 꼬리표가 떨어졌는데도 차마 웃을 수 없는 이유는 달걀값이 폭락했기 때문이다. 농장 이름까지 바꾸고 새 출발을 시도했지만 상처는 쉽게 아물지 않고 있다.

경기 지역에서는 부적합 농장 18곳 가운데 11곳이 강제 털갈이(환우) 조치에 들어가 달걀을 판매하지 못하고 있다. 경기 양주의 한 농장 주인은 “한 달째 수입이 제로 상태”라면서 “아직 닭들이 달걀을 낳지 못해 다음주나 돼야 재검을 받을 수 있을 것 같다”고 말했다. 이런 가운데 충남과는 달리 경기에서는 최종 합격 판정을 받기 전까지 농장의 이름을 바꾸는 것을 허용하지 않아 농장 주인들의 불만이 가득한 것으로 나타났다. 서상교 경기도 축산산림국장은 “최종 결과가 나오기 전에 농장의 이름을 바꾸는 것은 소비자를 기만하는 행위라 판단하고 ‘관리 농장’에서 해제된 후에 변경을 허용하기로 했다”고 말했다.

소비자 불신에 달걀 수요가 급감하면서 한 판에 1만원까지 치솟던 달걀값은 5637원(특란 기준)까지 떨어졌다. 대형마트들도 4000원대 달걀을 내놓고 특판 행사를 하고 있다. 도매가는 더욱 열악한 상황이다. 3000원을 웃돌았던 한 판 가격은 1000원으로 떨어졌다. 심지어 500원에 팔리기도 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달걀 1개당 가격이 10~30원인 셈이다. 홍성군청 관계자는 “이대로라면 농장은 문을 닫을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재고가 열흘 치 이상 쌓여 있는 농장도 있었다. 이런 상황에서 대한양계협회는 농장에 일주일 이상 보관된 달걀을 모두 폐기처분하라고 공문을 보냈다. 이홍재 양계협회장은 “살충제 달걀에 이어 ‘상한 달걀’이 문제가 되면 소비자 불신이 극에 달할 수 있다는 판단 아래 내린 극약 처방”이라고 배경을 설명했다. 지난달 25일 이후 폐기처분한 달걀을 도매가로 환산하면 약 700억원에 이르는 것으로 알려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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식품의약품안전처는 난각 표시 변경안을 행정예고했지만 현장의 반발은 거센 상황이다. 우유처럼 생산에서 소비 단계까지 ‘콜드체인’(저온유통체계)이 마련돼 있지 않아 달걀에 산란일을 표기하게 되면 영세 달걀 유통업체들이 직격탄을 맞을 수 있다는 이유에서다. 안영기 계란자조금관리위원장은 “달걀에 산란일 표기를 하는 국가는 전 세계에 없다”면서 “산란일 표기 도입에는 신중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김헌주 기자 dream@seoul.co.kr
2017-09-15 2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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