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장 블로그] ‘행정가’ 아닌 ‘정치가’에 가까운 조희연

입력 : 2017-09-14 17:48 ㅣ 수정 : 2017-09-14 18: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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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시교육청이 내년 공립 초등교사 선발 인원을 385명으로 확정했습니다. ‘임용절벽’ 사태를 불렀던 지난달 사전 예고 105명에서 한 달 만에 무려 280명이 늘어난 겁니다. 현직 교사들의 휴직을 독려하고 파견을 확장해 160명, 교사 1인당 학생 수를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평균 수준으로 낮추겠다는 문재인 정부 계획을 미리 반영해 120명, 이렇게 확보했습니다. 이 숫자가 정교한 추산에서 나왔다기보다는 ‘막연한 기대’가 바탕이 됐습니다. 휴직을 몇 명이나 할지, 정부가 교원 정원을 얼마나 늘릴지 계산하지 않았기 때문입니다. 서울교육청 담당 국장도 기자회견에서 ‘모험’이라는 단어를 언급하기도 했습니다. 조희연 서울교육감이 교대생들의 불만에 ‘정책적’ 결정을 하지 않고 ‘정치적’ 결정을 했다는 비판이 나오는 이유입니다.

선발 규모가 교육대 학생들의 요구에는 못 미치지만 당초 계획보다는 늘었으니 다행이라는 생각을 할지도 모르겠습니다. 하지만 현재 서울지역 미발령 교사가 851명이나 되는 것을 떠올리면 환영할 수만은 없습니다. 선발 시험에 합격하고도 3년 동안 발령이 나지 않은 상태면 합격이 취소됩니다. 이렇게 벼랑 끝에 몰린 합격자들이 수두룩한데 신규 인원을 280명을 추가했으니, 올해는 어찌 넘어가더라도 내년엔 부담이 더욱 커질 수 있습니다. 공공연히 내년 교육감 선거에서 ‘재선’을 거론하는 조 교육감이 연임하면 또 모를까, 만약 새 교육감이 들어앉는다면 그는 대형 폭탄을 떠안을 수도 있는 겁니다.

앞서 서울교육청은 지난해 813명, 그 전년도엔 992명의 초등교사를 뽑았습니다. 자신의 지난 결정에 대해 조 교육감은 “교육부가 강요해 어쩔 수 없었다”고 합니다. 그런데 얼마 전에는 자신의 페이스북에 “김상곤 교육부 장관이 올해 교원 정원을 늘려달라”고 요구했다가 비판을 받기도 했습니다.

조 교육감은 지난 6월 취임 3주년 기자회견에서 “이제는 나를 교수가 아닌 행정가로 불러달라”고 자신 있게 말했습니다. 지금까지 일을 돌아보자니, 조 교육감은 ‘행정가’보다 ‘모험가’나 혹은 ‘정치가’가 더 어울릴 듯합니다.

김기중 기자 gjkim@seoul.co.kr
2017-09-15 10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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