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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드 수렁’ 현대차도 中 철수설 고개

‘사드 수렁’ 현대차도 中 철수설 고개

이은주 기자
이은주 기자
입력 2017-09-17 22:12
업데이트 2017-09-17 23: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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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달 中 판매 전년比 35.4%↓ 올 글로벌 판매량 700만대 ‘비상’

전문가 “유지·철수 효율성 따져야”
현대차 측 “최대 시장 철수는 없다…합작 관계 파기 땐 양측 모두 손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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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드(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 보복’ 등으로 한국 기업의 중국시장 철수 결정이 잇따르는 가운데 현대자동차도 중국 내 합작공장을 접을 가능성이 제기되고 있다. 현대차는 올 들어 지난달까지 중국시장 판매가 1년 전에 비해 40% 이상 줄어든 가운데 중국 측 합작회사와의 갈등도 커지고 있다.

17일 현대차와 기아차에 따르면 지난달 두 회사의 중국 판매량은 총 7만 6010대로 집계됐다. 이는 지난해 같은 달(12만 4116대)보다 39%가 줄어든 것이다. 현대차가 5만 3008대로 작년 8월(8만 2025대)보다 35.4% 감소했고, 기아차도 같은 기간 4만 2091대에서 2만 3002대로 45.4% 줄었다.

8월까지 현대·기아차 중국 내 누적 판매량(57만 6974대)도 지난해 같은 기간(104만 3496대)보다 44.7%가 줄었다. 이에 따라 현대·기아차의 올해 전체 자동차 판매량이 6년 전 수준인 700만대에도 미치지 못할 것이라는 우려가 현실로 굳어지고 있다.

지난 3월 이후 7개월 가까이 계속된 실적 부진으로 인해 현대차의 중국 합작법인 베이징현대의 중국 파트너인 베이징기차와의 갈등도 커지고 있다. 중국 공산당 기관지 인민일보의 자매지 글로벌타임스는 지난 6일 “베이징기차가 비용 절감을 위해 베이징현대의 납품사를 한국 업체에서 중국 현지 기업으로 교체할 것을 요구했으나 현대차가 이를 거부해 갈등이 촉발됐다”면서 “베이징기차가 베이징현대와의 관계를 끝내는 것을 고려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두 회사 간의 갈등은 2002년 합작회사 설립 이후 계속 있었지만 최근 베이징현대의 판매량이 급감하면서 커졌다는 것이다.

베이징기차는 사드 사태 이후 실적이 나빠지자 협력 업체들에 납품 가격을 깎아 주면 밀린 대금을 지급하겠다며 무리하게 납품가 인하 압박을 가했다. 이는 베이징현대의 4차례 공장 중단으로 이어졌다. 지난 13일부터 밀렸던 협력사 부품 대금을 지급하면서 상황은 일단락됐지만 중국 내 현대차 판매가 회복되지 않는 한 극단적인 상황은 언제든 되풀이될 수 있는 상황이다.

일각에서 제기되는 중국 철수설에 대해 현대차 고위 관계자는 “단순히 판매가 부진하다고 한 해 200만대가 팔리는 제1수출 시장인 중국에서 철수할 수는 없으며, 다른 회사들이 줄줄이 철수한 러시아에서도 현대차가 끝까지 버텨 상황이 반전된 적이 있다”면서 철수 가능성을 일축했다. 또한 “디자인 등 소프트웨어는 현대자동차의 비중이 높기 때문에 합작 관계 파기는 우리나 베이징기차 모두에 손해”라고 말했다.

업계 관계자들은 철수가 무조건적인 답은 아니지만 효율성을 철저히 따져야 할 시점이라고 입을 모은다. 대림대 자동차학과 김필수 교수는 “유통업계와 달리 자동차업계는 시설 투자비 및 네트워크망에 들어가는 비용이 크고 단기간에 판매 증진이 어려운 특성이 있으므로 중국 내 9개 공장을 철수 또는 유지했을 때의 기회비용을 따져 필요시 일부 구조조정 조치를 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은주 기자 erin@seoul.co.kr
2017-09-18 15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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