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베일 벗은 통합사회·통합과학…친근한 소재로 체감난이도 완화

베일 벗은 통합사회·통합과학…친근한 소재로 체감난이도 완화

입력 2017-09-19 12:21
업데이트 2017-09-19 14: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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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습량 줄인 수학, 실생활 연관성 강조…“이런 게 왜 필요할까”

내년 고1 학생부터 배울 신설과목인 통합사회와 통합과학 교과서가 모습을 드러냈다.

통합과학은 ‘백화점식 나열’ 대신 스포츠·영화 등 실생활에서 접할 수 있는 소재를 써 흥미를 느낄 수 있도록 했고, 통합사회는 역사와 윤리 등 다양한 영역에 걸친 논의 주제를 던져 토론수업을 이끄는 방식을 택했다.

학습량을 줄인 수학은 주요 개념이 일상생활에 어떻게 쓰일 수 있는지 강조했다.

◇ 영화 마션·그래비티로 배우는 통합과학

5개 출판사가 내놓은 통합과학 교과서는 각각 약 340쪽 분량이다. 480쪽가량인 현재의 고등학교 1학년 과학 교과서보다 두께가 얇아졌다.

내용은 크게 ▲ 물질과 규칙성 ▲ 시스템과 상호작용 ▲ 변화와 다양성 ▲ 환경과 에너지 등 4개 영역으로 나뉜다.

가장 눈에 띄는 것은 과학과 관련된 익숙한 소재를 활용해 토의·토론을 할 수 있도록 구성한 것이다.

특히 기존에 물리·화학·생물·지구과학을 따로 나눠 배웠다면 새 교과서에서는 여러 과목에 걸친 주제를 골라 종합적으로 분석할 수 있도록 했다.

예컨대 A출판사는 ‘시스템과 상호작용’ 단원에서 황사의 영향에 대해 공부하는 내용을 실었다.

황사가 지구 시스템의 어떤 특징 때문에 이동하는지 생각해보고, 한국에는 어디서 발생한 황사가 어떤 길을 거쳐 도착하는지 그려본다. 환경뿐 아니라 보건부문에서 나타나는 황사 피해를 토론하는 부분도 있다.

B출판사는 ‘환경과 에너지’ 단원에서 화석연료를 줄일 방법을 토의하는 순서를 마련하면서 집 벽·창문으로 빠져나가는 열을 막을 방법을 토론해보도록 했다.

친숙한 소재로 과학의 유용성을 소개하는 부분도 눈에 띈다.

C출판사는 역학적 시스템을 설명하며 두 가지 야구 글러브의 사진을 실었다.

글러브는 공을 잡을 때 받는 충격을 줄여 부상을 막아주는데, 투수용 글러브보다 포수용 글러브가 두꺼운 이유를 바탕으로 자동차 에어백 같은 안전장치의 원리를 공부해보자고 제안한다.

학생들의 흥미를 불러일으키는 영화도 소재로 많이 등장한다.

C출판사는 화성에 고립된 우주비행사가 화성 흙과 자신의 대변으로 감자를 키우는 영화 ‘마션’의 내용을 실었고, A사는 사고로 우주를 떠돌게 된 주인공이 소화기를 분사해 우주선까지 유영하는 ‘그래비티’의 장면을 묘사했다.

교육부 관계자는 “백화점식 지식 나열 대신에 핵심 개념 중심으로 내용을 간추렸다”며 “현 교과서는 실생활과 연관된 소재가 거의 없는데 새 교과서는 이런 부분을 개선했다”고 말했다.

◇ “윤리침해 논란이 있는 문화에 대해 생각해보자”

300쪽 분량의 통합사회 교과서(5개 출판사)는 ▲ 삶의 이해와 환경 ▲ 인간과 공동체 ▲ 사회 변화와 공존 등 3개 영역에 행복·생활공간·인권·시장·정의·문화 등의 핵심개념을 실었다.

통합사회의 경우 기존 교과목대로라면 윤리+역사 또는 지리+일반사회 등 여러 영역에 걸쳐 있었을 법한 ‘통합적 관점’의 주제를 던져 토론을 유도하는 내용이 눈에 띈다.

D출판사의 경우 머드 축제·산천어 축제 등 연간 2천400여개에 달하는 전국 지역축제를 주제로, 각 지역이 이런 축제를 하게 된 기후·지형적 특성, 지방자치제도처럼 축제를 활성화하는 데 도움이 된 제도, 소음 등 축제 기간에 지역 주민들이 겪는 불편함 등을 종합적으로 생각해보자고 제안한다.

A출판사는 여성의 발을 천으로 동여매 성장을 멈추게 했던 중국의 전족을 소개하며 한국에도 현재의 보편윤리 기준에서 벗어나는 관습이 있었는지 찾아보는 순서를 마련했다.

사회뿐 아니라 국어·과학영역과 통합된 논의 주제도 등장한다.

E출판사의 경우 조세희 작가의 ‘난장이가 쏘아올린 작은 공’을 통해 이 시대의 시간·공간적 배경을 살펴보고 도시 재개발에 대해 생각을 정리해보도록 했다.

2000년대 들어 급부상한 사회적 논란의 주제도 다뤄졌다.

A출판사는 인터넷에 올라온 자신의 정보 삭제를 요구하는 ‘잊힐 권리’에 대해 언급하며 신상털기 우려, 범죄자의 신분세탁 가능성 등 다양한 의견을 제시해볼 것을 제안했다.

통합과학처럼 영화와 노래 등 다양한 소재를 활용한 점도 눈에 띈다.

E출판사는 인간과 자연의 관계를 기술하며 영화 아바타를 언급하거나, 산업화·도시화를 설명하며 1980년대에 나온 노찾사의 노래 ‘사계’와 1990년대에 나온 넥스트의 노래 ‘도시인’을 예로 들기도 했다.

◇ 수학, 분량 줄이고 실험·실생활 연계에 집중

9권이 전시되는 공통수학은 기존에 1∼2학년 학생들이 배웠던 일부 개념을 학습범위에서 제외해 학생들의 부담을 줄였다.

교과목 자체가 바뀌어 현재 교과서와 정확히 비교하기는 어렵지만 기존에 수학1·수학2에서 배우던 내용 대부분을 공통수학으로 통합했다는 게 교육부의 설명이다.

교육부 관계자는 “기존 수1에 들어가 있던 ‘부등식의 영역’이 공통수학에서 빠졌고, 수2에 있던 ‘수열의 극한’과 ‘구분구적법’도 제외됐다”고 말했다.

새 교과서에서는 다소 어려운 개념이라도 직접 실험을 하면서 이해할 수 있도록 구성한 부분이 눈에 띈다.

B출판사의 경우 종이를 직접 잘라 삼각함수 그래프를 공부할 수 있게 했고, E출판사는 종이로 사각뿔과 사각기둥에 물을 부어 뿔과 기둥의 부피 차이를 알아볼 수 있도록 했다.

수학의 주요 개념을 일상 속에서 어떻게 활용할지 설명하는 부분도 많다.

B출판사는 스마트폰 보안을 위한 4자리 암호 설정과 패턴 설정을 비교하며 ‘경우의 수’를 설명했다.

4자리 숫자 암호는 0000부터 9999까지의 숫자를 입력하면 되는 데 비해 패턴 방식은 9개의 점 가운데 4개 이상의 점을 연결해야 하므로 경우의 수가 38만 가지 이상이라는 것이다.

교육부의 다른 관계자는 “학생들이 대체 이런 개념을 배워서 어디다 쓰냐는 의구심을 갖기 쉬운데 일상 속 소재를 활용해 흥미를 불러일으킬 수 있도록 하는 데 신경 썼다”고 전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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