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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영석 PD도 ‘좌파’로…국정원 CJ 사찰 후 청와대 보고

나영석 PD도 ‘좌파’로…국정원 CJ 사찰 후 청와대 보고

입력 2017-10-30 22:03
업데이트 2017-10-30 22: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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적폐청산TF 조사서 CJ그룹·이미경 부회장 외압 정황 확인

국가정보원이 예능계의 ‘마이다스의 손’으로 불리는 나영석 tvN PD를 좌파로 분류해 청와대에까지 보고한 사실이 드러났다.

또한 연예계 거물로 통하던 이미경 CJ그룹 부회장의 퇴진을 둘러싼 정부 외압설이 국가정보원에 의해 구체적으로 확인됐다.

30일 국정원개혁위원회가 공개한 ‘국정원 적폐청산 TF’의 조사 결과에 따르면, 국정원은 2013년 8월부터 CJ그룹을 사찰한 뒤 ‘CJ의 좌편향 문화사업 확장 및 인물 영입 여론’이란 보고서를 작성해 청와대에 보고한 것으로 드러났다.

이 보고서에는 CJ그룹 계열사인 CJ E&M이 나 PD를 예능감독으로 기용한 사실을 언급하며 KBS 노조파업을 지지했던 좌파 세력으로 규정한 내용이 담겼다.

나 PD가 정부의 불법 사찰 문건에 오른 건 처음이다.

tvN의 간판 예능프로그램인 ‘삼시세끼’를 4년째 이끌고 있는 나 PD는 신작 ‘알아두면 쓸데없는 신비한 잡학사전’(알쓸신잡) 등으로 승승장구하고 있다.

보고서에는 나 PD와 함께 MBC 출신 최일구, 오상진 아나운서, 탁현민, 김어준, 표창원, 진중권, 임수경 전 의원, 성한용 한겨레신문 기자 등도 파업을 지지하거나 종북좌파 입장을 대변하는 좌파 인물로 등장한다.

이와 함께 영화 ‘광해, 왕이 된 남자’를 비롯해 ‘살인의 추억’, ‘공공의 적’, ‘도가니’, ‘공동경비구역 JSA’, ‘베를린’ 등 CJ E&M이 제작한 영화들이 공무원과 경찰을 부패·무능한 집단으로 묘사하고 종북 세력을 친근한 이미지로 오도해 문제가 있는 것으로 지적하는 내용도 포함됐다.

또 좌파 영화 감독 장진에게 tvN의 ‘SNL코리아’의 연출·진행을 맡겨 대통령을 폄훼하고, 특히 ‘여의도 텔레토비’ 코너에서 대통령을 패러디한 캐릭터 ‘또’를 욕설을 가장 많이 하고 안하무인의 인물로 묘사해 정부 비판적인 시각을 조장했다는 지적도 있다.

보고서에는 이러한 ‘CJ 좌경화’의 가장 큰 원인을 ‘친노의 대모’ 역할을 해온 이 부회장이 회사의 좌성향 활동을 묵인·지시한 것이라고 분석하면서, CJ측에 시정을 강력하게 경고하고, 과도한 사업확장을 견제할 필요가 있다고 건의했다는 내용도 담겼다.

보고서가 작성될 당시만 해도 영화, 방송, 음악, 뮤지컬 등 국내 대중문화 전반에 큰 영향력을 행사하던 이 부회장은, 2014년 10월 돌연 CJ그룹 경영에서 손을 떼고 미국으로 떠나면서 외압설에 휩싸였다.

노무현 전 대통령을 연상시키는 영화 ‘광해, 왕이 된 남자’와 박근혜 전 대통령을 풍자한 TV 개그코너 ‘여의도 텔레토비’ 등을 CJ E&M이 제작해 정권의 눈 밖에 났기 때문이란 소문이었다. 이번 국정원 보고서는 이 같은 소문의 구체적인 정황을 확인한 셈이다.

한편 국정원이 이날 공개한 ‘국정원 적폐청산 TF’의 조사 결과에는 국정원이 박근혜 정부 출범 초기부터 ‘문화계 블랙리스트’ 작성과 집행에 적극적으로 관여한 정황도 드러나 있다.

국정원은 김기춘 전 대통령 비서실장이 부임한 직후 2013년 8월 ‘좌성향 문예게 인물들이 2014년 지방선거를 조직 재건의 호기로 보고 세력 확대를 시도하고 있어 면밀한 대처가 필요하다’는 취지의 보고서를 작성해 청와대에 보고했다.

또 2014년 1월 ‘문예기금 운용기관의 보조금 지원기준 보완필요 의견’이란 보고서를, 그해 2월에는 ‘문화진흥기금 지원사업 심사체계 보완 필요 여론’이란 보고서를 청와대에 제출했다.

그리고 그해 3월에는 좌성향 문제 단체 15개와 문제 인물 249명을 적시한 ‘문예계 내 좌성향 세력 현황 및 고려사항’이란 보고서를 제출했다.

15개 단체는 한국민족예술인총연합, 문화연대, 한국작가회의, 서울연극협회, 민족미술인협회, 한국민족극운동협회, 리얼리스트100, 한국문한평화포럼, 한국독립영화협회, 전국영화산업노동조합, 영화인회의, 한국영화감독조합, 디컴퍼니(구 다음기획), 피당(PR 전문업체), 한국문화유산정책연구소다.

249명에는 시인인 도종환 현 문체부 장관을 비롯해 고은, 공지영, 김용택, 김정환, 백낙청, 안도현, 조정래, 황지우 등 문인 48명과 신학철, 홍성담 등 미술작가 28명, 박근형, 박장렬 등 연극인 22명, 전인권, 정태춘, 신해철, 안치환, 윤도현, 이은미 등 음악인 30명이 포함됐다.

김기덕, 김규리, 김명곤, 김부선, 김여진, 류승완, 명계남, 문성근, 문소리, 박중훈, 변영주, 봉만대, 봉준호, 심재명, 여균동, 이은, 이준익, 이창동, 장항준, 차승재 등 영화인은 104명이다.

이밖에 김미화, 김구라, 김제동, 하리수 등 방송인 7명과 김용민, 조선희, 탁현민 등 기타 10명이 포함됐다.

조사 결과에 따르면 국정원은 2014년 2월부터 문체부와 함께 문예기금 지원 관련 인물 검증을 명목으로 ‘문화예술계 블랙리스트’ 작성에 더욱 본격적으로 나선 것으로 파악됐다.

국정원은 문체부 담당자로부터 검증요청 명단을 받은 후 검증 결과를 문체부에 통보했다.

국정원이 검증한 인물은 2014년 2월부터 2016년 9월까지 2년 7개월 동안 8천500여명에 달한다. 국정원 이 가운데 348명을 문제인물로 선별해 문체부에 통보했다.

‘국정원 적폐청산 TF’는 348명 중 181명의 실명을 확인했으나 나머지는 실명이 기재된 자료가 남아 있지 않아 확인하지 못했다고 전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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