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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대형 명성교회, 낯 뜨거운 ‘父子 세습’

초대형 명성교회, 낯 뜨거운 ‘父子 세습’

김성호 기자
입력 2017-11-02 17:40
업데이트 2017-11-02 22: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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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하나 ‘담임목사 청빙안’ 전격 통과… 노회원들 “총회헌법 위반” 무효 소송

개신교 단체도 세습 철회 요구 빗발… 명성교회 측 “적법한 청빙” 강행할 듯

초대형 교회인 명성교회가 세습 논란에 휩싸였다. 아버지가 아들을 담임목사로 청빙한다는 ‘부자 세습’ 논란이다. 노회원들이 반발해 소송에 돌입한 데 이어 개신교 단체들이 이에 동조해 세습 반대와 저지의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종교개혁 500주년의 해에 또 불거진 교회 세습에 개신교계가 심한 몸살을 앓고 있다.
지난달 27일 교회세습반대운동연합과 장신대 총학생회가 대한예수교장로회 통합 총회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명성교회의 세습 시도를 철회할 것을 요구하고 있다. 교회개혁실천연대 제공
지난달 27일 교회세습반대운동연합과 장신대 총학생회가 대한예수교장로회 통합 총회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명성교회의 세습 시도를 철회할 것을 요구하고 있다.
교회개혁실천연대 제공
명성교회는 국내 최대 교세를 지닌 보수장로교단 예장통합의 대표적인 교회로 통한다. 2015년 정년퇴임한 김삼환 원로목사가 35년간 시무하면서 교인 8만명의 대형 교회로 키웠다. 세습 의혹이 꾸준히 제기됐지만 교회 측은 번번이 부인해 왔다. 김삼환 목사가 은퇴한 2015년 말 이후에도 교회 측은 ‘세습은 없다’며 담임목사청빙위원회를 꾸리기까지 했다. 명성교회 지부 격인 새노래명성교회의 담임인 아들 김하나 목사도 같은 입장을 견지하며 세습 의혹을 부인해 왔다. 그러던 중 지난달 24일 예장통합 서울동남노회 정기총회에서 명성교회가 청원한 ‘김하나 목사 청빙안’이 전격 통과하면서 논란이 급속도로 확산되고 있다. 개신교계에 따르면 이날 총회에는 재적 451명 중 회의장에 167명이 남아 있었다.

따라서 서울동남노회 일부 노회원들은 이날 청빙안 통과를 정족수 미달로 인한 무효이며 세습 방지를 규정한 총회 헌법에 위반한다며 반발하고 있다. 비대위를 결성한 이들은 동남노회와 총회에 명성교회의 부자 세습 포기와 함께 법 절차에 따른 총회 헌법 순종을 요구했다. 특히 동남노회에 대해선 김하나 목사 청빙안 결정을 무효화할 것을 요구하면서 서울동부지방법원에 ‘노회 결의 효력정지가처분’ 소송을 신청했다. 예장통합 소속 목회자 538명이 세습 규탄 성명을 발표했고 교회세습반대운동연대, 기독교윤리실천운동 등 개신교 시민단체들도 잇따라 성명과 기자회견을 통해 명성교회 세습을 비판하고 있다.

이에 대해 명성교회 측은 김하나 목사 청빙을 강행할 태세다. 실제로 명성교회의 일부 장로는 명성교회 측의 입장을 적극 두둔하고 있다. 한 장로는 인터넷 신문에 입장을 발표, “명성교회의 경우는 세습이 아니라 교회가 주체가 돼 교회를 이끌어 갈 2대 목사를 찾는 중에 마지막으로 선정한 분이 초대 목회자의 아들”이라고 밝혔다. 김삼환 원로목사가 아닌 명성교회가 아들을 담임으로 청빙하는 만큼 세습이 아니라는 주장이다. 여기에 김하나 목사는 최근 자신이 담임하는 새노래명성교회의 사임서를 서울동남노회에 제출한 것으로 알려지면서 세습 과정을 진행할 것이란 관측이 우세하다.

이처럼 명성교회의 세습 논란이 확산되면서 개신교계에는 우려와 자조 섞인 목소리가 높아 가고 있다. 특히 종교개혁 500주년을 맞는 해에 재차 불거진 대형 교회의 세습 논란을 못마땅해하는 시선이 적지 않다. 가뜩이나 명성교회가 소속된 예장통합총회 헌법 제28조는 ‘해당 교회에서 사임 또는 은퇴하는 위임(담임) 목사의 배우자 및 직계비속과 그 직계비속의 배우자를 위임목사 또는 담임목사로 청빙할 수 없다’고 명시하고 있다. 이와 관련해 지난달 31일 ‘새로운 500년의 시작’이란 주제로 열린 개신교계 심포지엄의 한 참석자는 “이번 사건으로 가장 피해를 받는 존재는 바로 하나님과 한국교회”라며 “목회자로서 깊이 사과한다”고 말했다.

김성호 선임기자 kimus@seoul.co.kr
2017-11-03 24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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