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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터키 독자에게 영감 주는 것이 곧 연대”

“터키 독자에게 영감 주는 것이 곧 연대”

조희선 기자
조희선 기자
입력 2017-11-06 22:22
업데이트 2017-11-06 22: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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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설 ‘이슬람 정육점’ 손홍규, 이스탄불국제도서전서 화제

“터키인들 문화적으로 유연… 한국 문학 잘 받아들여 놀라”

“상처받은 사람들에게 주목한 이 소설을 읽으면서 고통을 겪는 터키인들을 떠올렸습니다. 터키는 역사적으로 쿠데타가 많았는데 그런 게 국민에게 늘 상처였죠. 이런 상황에서 트라우마를 치료하기조차 힘들죠. 소설의 화자인 소년이 극단적인 고통에 내몰려도 동정을 자아내기보다 오히려 독자를 웃게 만들었다는 점이 감동적이었습니다.”
터키 이스탄불국제도서전에 초청받은 손홍규(가운데) 소설가가 5일(현지시간) 한국관 이벤트홀에서 진행된 ‘작가와의 만남’에서 터키의 영화감독이자 소설 평론가인 르자 카르치(오른쪽)와 소설 ‘이슬람 정육점’에 대해 이야기를 나누고 있다. 왼쪽은 이 작품을 터키어로 번역한 괵셀 튀르쾨주 에르지예스대학교 문과대학 한국어문학과 교수.
터키 이스탄불국제도서전에 초청받은 손홍규(가운데) 소설가가 5일(현지시간) 한국관 이벤트홀에서 진행된 ‘작가와의 만남’에서 터키의 영화감독이자 소설 평론가인 르자 카르치(오른쪽)와 소설 ‘이슬람 정육점’에 대해 이야기를 나누고 있다. 왼쪽은 이 작품을 터키어로 번역한 괵셀 튀르쾨주 에르지예스대학교 문과대학 한국어문학과 교수.
●한국전 참전했던 터키인 이야기

소설가 손홍규의 장편소설 ‘이슬람 정육점’에 대한 터키 영화감독이자 소설 평론가인 르자 카르치의 평이다. 2010년 출간된 이 작품은 터키군으로 한국 전쟁에 참전했다가 한국에 남아 정육점을 운영하게 된 터키인 하산이 주인공이다. 그가 마음속 상처가 큰 고아 소년을 입양해 함께 생활하면서 세상의 따뜻함을 알아 간다는 내용이다. 터키에는 2013년 소개됐다.

5일 이스탄불국제도서전이 열리고 있는 튜얍전시장 내 한국관에서 진행된 ‘작가와의 만남’에서 카르치 감독과 손 작가는 40여명의 독자 앞에 앉았다. 대부분 참석자들이 젊은 학생들이어서 눈길을 끌었다. 행사 이후 이어진 사인회에서도 현지 독자들의 발길이 이어졌다. “할아버지가 한국전쟁 때 참전했고, 온 가족이 한국 문학에 관심이 있어서 나왔다”는 22세 청년(얄츤 오주유렉)부터 “고등학교 1학년인 딸이 책 읽기를 좋아하고, 한국에 가는 것이 소원일 정도로 한국 문화에 대한 관심이 많아 책을 샀다”는 40대 중년 여성(귤친 요르군)까지 연령대도 다양했다.

●“한국·터키 문학인들 소통 중요”

이날 서울신문과 만난 손 작가는 “한국 문학에 대한 터키 독자들의 관심은 아무래도 한류의 덕인 것 같다”고 공을 돌렸다. 손 작가는 “문학에 대한 관심이든 케이팝에 대한 관심이든 아무래도 괜찮다”면서 “터키인들이 한국에 대해 폭넓은 호기심을 가지게 되면 양국 관계를 돈독히 하는 데 도움이 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손 작가는 특히 “문학을 알게 된다는 것은 우리를 이해하게 된다는 것이며, 이는 곧 소통의 기회가 확대되는 것”이라고 말했다.

손 작가는 터키인들이 문화적으로 융통성이 있고 개방적이어서 우리 문학을 수월하게 받아들일 준비가 되어 있다고 했다. 그는 “무슬림이 정육점을 운영하는 설정에 대한 거부감 때문에 이곳 인터넷 서평 별점이 박하다고 들었는데, 많은 터키인들이 소설의 설정을 충분히 일어날 수 있는 이야기로 받아들여서 놀랐다”면서 “터키는 이슬람 문화권이지만 세속주의를 추구해 유연하다는 걸 느꼈다”고 전했다.

터키 독자들에게 한국 문학의 매력을 알리려면 우선 양국의 문학인들이 소통, 교류하는 장이 필요할 터다. 카르치 감독과도 이에 대한 고민을 공유했다는 손 작가는 “촛불 혁명을 거치고, 험난한 시국에도 당당히 맞서 온 한국 작가들이 작품을 통해 터키 작가와 독자들에게 간접적으로나마 영감과 힘을 전해 주는 것이야말로 최소한의 방식이지만 이것이 곧 연대”라고 힘주어 말했다.

글 사진 이스탄불 조희선 기자 hsncho@seoul.co.kr
2017-11-07 25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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