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루돌프는 왜, 라스트 키스가 되었나

루돌프는 왜, 라스트 키스가 되었나

조희선 기자
조희선 기자
입력 2017-12-03 17:36
업데이트 2017-12-03 17: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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뮤지컬 개명의 심리학

이름을 바꾸면 운명도 바뀔까. 뮤지컬에 대한 이야기다. 내용은 같지만 시간이 흐른 후 새 간판을 달고 무대에 오르는 작품들이 있다. 관객들에게 좋은 인상을 남기고 최대한 무대에서 장수하기 위해 제작진들이 고심 끝에 택한 전략이다. 자연스러운 내용 연상, 자극적인 이미지 순화, 타 작품과의 차별화 등 개명에 얽힌 사연은 제각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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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 이름으로 무대에 오르는 뮤지컬들에 얽힌 사연은 가지각색이다. 뮤지컬 ‘황태자 루돌프’는 3년 만에 ‘더 라스트 키스’로 이름을 바꿔 돌아왔다. 사진은 2014년 공연의 한 장면. EMK뮤지컬컴퍼니 제공
새 이름으로 무대에 오르는 뮤지컬들에 얽힌 사연은 가지각색이다. 뮤지컬 ‘황태자 루돌프’는 3년 만에 ‘더 라스트 키스’로 이름을 바꿔 돌아왔다. 사진은 2014년 공연의 한 장면.
EMK뮤지컬컴퍼니 제공
#‘더 라스트 키스’… 쉽게 떠올리도록

뮤지컬 ‘황태자 루돌프’가 ‘더 라스트 키스’라는 제목으로 3년 만에 돌아온다. 오는 15일 서울 강남구 LG아트센터 무대에 오르는 ‘더 라스트 키스’는 오스트리아 합스부르크 왕가의 황후 엘리자베스의 아들인 황태자 루돌프와 그가 유일하게 사랑한 여인 마리 베체라가 마이얼링의 별장에서 동반 자살한 실제 사건을 모티브로 만든 작품이다. 2006년 헝가리에서 초연된 이후 오스트리아와 일본 등지에서 공연된 이 작품은 한국에서는 2012년 11월 ‘황태자 루돌프’라는 이름으로 관객과 처음 만났다. 2014년 재연 이후 3년 만에 이름을 바꾼 이유는 뭘까. 제작사인 EMK뮤지컬컴퍼니 관계자는 “헝가리 등 유럽에서는 작품 제목을 ‘루돌프’라고 표기하는데 유럽 사람들은 이 이름을 들으면 바로 황태자를 떠올리지만, 우리나라에서는 사람의 이름으로 생각하기 쉽지 않다”면서 “특히 겨울에 작품이 개막하면서 크리스마스를 떠올리게 된다는 의견이 많아 제목을 바꾸게 됐다”고 말했다. EMK뮤지컬컴퍼니는 작품의 오리지널 제작사인 빈극장협회(VBW)와의 합의를 거쳐 프레드릭 모튼이 1980년 발표한 소설의 한국판 제목인 ‘황태자의 마지막 키스’에서 따온 ‘더 라스트 키스’를 사용하게 됐다. 대신 관객들이 작품의 대략적인 내용을 가늠할 수 있도록 ‘황태자 루돌프의 마지막 사랑’이라는 부제를 달았다.
#‘잭 더 리퍼’… 잔혹함 잊히도록

제목의 자극적인 분위기를 순화하고 긍정적인 이미지를 심으려고 제목을 바꾼 경우도 있다. 2009년 11월 국내 관객에게 첫선을 보인 뮤지컬 ‘살인마 잭’은 이듬해부터 ‘잭 더 리퍼’라는 이름을 달고 나왔다. 1888년 영국 런던에서 엽기적인 방법으로 여성들을 살해한 연쇄 살인범 잭 더 리퍼 이야기를 바탕으로 만들어진 체코 뮤지컬이 원작이다. 아무래도 한국 뮤지컬 시장의 주요 관객층이 여성인 데다가 ‘살인마’라는 단어에서 잔혹함을 느낄 수 있다는 반응 때문에 순화되고 세련된 표현인 ‘잭 더 리퍼’로 바꾸게 됐다. 제목을 바꾼 이후 2012~2013년, 2016년 꾸준히 무대에 올랐다.

#‘리걸리 블론드’… 헷갈리지 않도록

다른 뮤지컬 작품과의 차별화를 위해 이름을 바꾸기도 한다. 2001년 국내에서 개봉한 동명의 영화로 먼저 알려진 뮤지컬 ‘금발이 너무해’는 2009년 초연, 2010년 재연 때 사용한 ‘금발이 너무해’라는 제목을 2012년 11월~2013년 3월 공연 당시 한 차례만 ‘리걸리 블론드’라는 이름으로 공연했다. 2007년 미국 브로드웨이에서 초연한 원작 뮤지컬 제목을 그대로 옮긴 것인데, 당시 앞서 2012년 2월에 폐막한 창작 뮤지컬 ‘미녀는 괴로워’와 비슷한 이미지가 연상되는 데다 서로 다른 내용임에도 두 작품을 헛갈려 한다는 여론 때문에 작품명을 교체했다.

공연평론가 이유리 서울예대 예술경영전공 교수는 “제작사 입장에서 익숙한 공연명을 변경하는 것은 쉽지 않은 일이지만 작품에 대한 기본적인 신뢰도가 있는 상황이라면 보다 긍정적인 결과를 이끌어낼 수 있는 제목에 신경 쓰게 되는 법”이라면서 “꾸준한 수익 창출을 위해 장기적인 생명력을 얻는 작품을 만들어야 하는 제작사들이 고심하는 마케팅 전략 중 하나”라고 설명했다.

조희선 기자 hsncho@seoul.co.kr
2017-12-04 19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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