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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경근 기자의 서울&평양 리포트] 방한하는 北 예술단, 남한 가요 부를까

[문경근 기자의 서울&평양 리포트] 방한하는 北 예술단, 남한 가요 부를까

문경근 기자
문경근 기자
입력 2018-01-19 17:54
업데이트 2018-02-11 15: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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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 예술단 해외 공연과 선곡

“우에노역에서 떠나는 밤 열차 탔을 때부터 아오모리역은 하얀 눈세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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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5년 12월 12일 북한 모란봉악단이 중국 베이징 국가대극원 공연을 몇 시간 앞두고 돌연 귀국하기 위해 베이징의 한 호텔을 나서는 모습. 모란봉악단은 김정은 노동당 위원장의 지시로 중국 공연에 나섰지만, 공연 무대 배경 화면에 북핵과 장거리 미사일 등 체제 선전물이 등장한 것에 대해 중국 당국이 난색을 표하자 공연을 취소하고 귀국했다.  서울신문 BD
2015년 12월 12일 북한 모란봉악단이 중국 베이징 국가대극원 공연을 몇 시간 앞두고 돌연 귀국하기 위해 베이징의 한 호텔을 나서는 모습. 모란봉악단은 김정은 노동당 위원장의 지시로 중국 공연에 나섰지만, 공연 무대 배경 화면에 북핵과 장거리 미사일 등 체제 선전물이 등장한 것에 대해 중국 당국이 난색을 표하자 공연을 취소하고 귀국했다.
서울신문 BD
1991년 9월 중순부터 약 한 달간 북한 보천보전자악단이 일본 공연 때 부른 현지 노래인 ‘쓰카루해협의 겨울풍경’의 가사 첫 소절이다. 보천보전자악단은 왕재산경음악단과 더불어 북한 김정일 국방위원장의 위대성을 선전하는 예술 분야 창구로 활용됐다. 일본 공연 당시 이 노래를 불렀던 가수가 이분희인지, 이경숙인지는 가물가물하다. 다만 북한에서 보천보악단의 일본 공연을 녹화 방영했을 때 받았던 충격은 아직도 새록하다. 그 모습을 보며 들던 첫 생각은 ‘어, 조선 가수가 쪽발이 노래를 불러?’라는 것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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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이 다음달 평창동계올림픽에 예술단을 포함한 대표단의 파견을 확정한 가운데 북한 만수대예술단 삼지연악단이 2015년 설을 맞아 평양 인민문화궁전에서 공연하고 있다. 연합뉴스
북한이 다음달 평창동계올림픽에 예술단을 포함한 대표단의 파견을 확정한 가운데 북한 만수대예술단 삼지연악단이 2015년 설을 맞아 평양 인민문화궁전에서 공연하고 있다.
연합뉴스
그도 그럴 것이 북한 내에서 반일 교육은 대단하다. 북한에서 독도나 일본군 위안부 문제에 대해 일본을 비난하고 증오하는 것은 일상화돼 있다. 이는 일제 지배에서 신음하던 한민족을 ‘김일성’이란 구세주가 나타나 해방시켜 줬다는 북한 건립의 스토리와 맞닿아 있기 때문이다. 일본을 증오할수록 김일성 주석의 업적이 부각되는 것이기에 더욱 그랬던 것 같다. 그런 북한에서 지도자인 김정일이 가장 아끼던 악단의 가수가 일본 노래를 부른다는 것은 당시에 큰 충격이었다.

북한 삼지연관현악단이 다음달 평창올림픽을 계기로 방한하면서 북한 예술단 공연에 대한 관심이 뜨겁다. 이번 기회를 통해 북한의 예술 수준을 엿볼 수 있어 벌써 갖가지 추측과 해석들이 나온다. 그간 북한은 1991년 보천보악단의 일본 공연, 1995년 왕재산악단의 중국 공연과 2015년 공훈합창단과 청봉악단의 러시아 공연 등 여러 번 대외 공연을 했다. 이 과정에서 가수들은 매번 공연 중간에 그 나라 주민들이 좋아하는 현지 노래를 불러 국가 간의 친근감을 표시했다.

북한 악단들의 해외 공연은 크게 세 가지 의미가 함축돼 있다. 우선 북한 지도자의 리더십 과시다. 북한이 폐쇄적일 것이란 국제사회의 인식을 뒤집으며 우리도 외부에 나가 공연할 수 있는 악단이 존재하고, 이를 가능케 하는 밑바탕에는 지도자의 따뜻한 배려와 영도력이 있다는 것이다. 지금 보면 웃기는 논리지만, 그곳에서는 당연하게 받아들였다.

다음으로는 외화벌이다. 큰돈은 안 되지만, 그래도 공연 수익으로 돈을 받게 되면 국익에 보탬이 된다는 것이 악단 구성원들의 마음가짐이다. 1991년 첫 해외 공연인 일본에서는 공연마다 성황이었고, 수입도 그만큼 컸던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나 1995년 왕재산악단의 중국 공연에서는 기대한 것만큼의 수입은 올리지 못한 것으로 전해졌다. 다음달 평창올림픽에 참가하는 북한 예술단이 서울과 지방에서 여러 차례 공연을 할 예정이다. 북한이 우리 측에 공연 개런티를 요구할지도 주목된다.

마지막으로는 방문국과의 관계 개선이다. 예술단을 파견한다는 것 자체가 일종의 ‘화해 제스처’이기에 더욱 그렇다. 북한의 일본 공연과 중국 공연도 마찬가지였다. 보천보악단이 일본에 파견되기 1년 전인 1990년 9월 일본 자민당·사회당 대표단이 방북해 북한 노동당과 함께 북·일 관계 정상화 실현 등 8개 항의 3당 공동성명을 발표했다. 이후 1991년 1월부터 1992년 11월간 여덟 차례 수교회담을 진행했다. 중국도 1992년 한·중 수교 이후 불편한 북·중 관계가 지속되다 1995년 북한에 100년 만의 대홍수가 닥쳤고, 중국이 370만 달러를 지원하면서 관계가 조금씩 개선됐다. 평창올림픽 참가를 위한 북한 예술단의 대규모 방한에 대해 정치·외교적으로 해석이 분분한 것도 바로 이 때문이다.

북한이 그동안 경색된 남북 관계 개선을 위해 과거와 달리 어느 정도 전향적인 자세를 보일지도 관심이다. 혹시 알까. 방한한 북한 가수들이 남한 주민들이 감동할 만한 민중 가요를 부를지도. 북한에서 유행하는 많은 남한 가요 중 대중적으로 인기 높은 것은 양희은의 ‘아침이슬’인 것으로 알려졌다.

mk5227@seoul.co.kr
2018-01-20 20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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