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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GM 사태’ 갈리는 여론…“조건부 지원”vs“말기 암, 늦었다”

‘한국GM 사태’ 갈리는 여론…“조건부 지원”vs“말기 암, 늦었다”

김태이 기자
입력 2018-02-18 10:29
업데이트 2018-02-18 10: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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냉철한 협상 태도 주문 ‘한목소리’…트럼프 정부 개입 가능성 우려도

군산 공장을 폐쇄한 제너럴모터스(GM)가 한국GM을 살릴 신차 배정 등 ‘추가 투자’의 조건으로 우리 정부의 지원을 내걸면서 여론이 찬반으로 크게 나뉘고 있다.

인터넷과 사회관계망서비스(SNS) 등에서 네티즌들 사이에 “일자리 차원에서라도 살려야 한다”는 지원론과 “부실경영·고비용 탓인데 내 세금을 넣을 수 없다”는 회의론이 팽팽한 가운데 전문가들의 견해도 엇갈리기는 마찬가지다.

◇ “GM의 확실한 자구·회생안 있다면 지원”

지원을 지지하는 쪽은 대체로 고용, 지역경제 타격 등을 고려할 때 불가피하다는 입장이다.

하지만 지원하더라도 한국GM의 확실한 자구안, GM의 현실성 있는 신규 투자 방안 등을 확인한 뒤 ‘조건부’로 이뤄져야 한다는 의견이 절대적으로 우세하다.

이호근 대덕대 자동차학과 교수는 “한국GM이 노조원의 자구 노력과 합리적 회사 정상화 방안을 내놓을 경우에만 지원을 검토해야 한다”며 “정상화 방안에는 임금 삭감, 정리 해고 등의 내용과 내년부터 흑자를 낼 수 있는 세부적 계획이 당연히 담겨야 한다”고 강조했다.

만성적인 적자 구조에 대한 해결이 선행되지 않고는 정부 지원이 ‘언 발에 오줌 누기’식으로 급한 불만 끌 뿐 부채가 다시 쌓일 수밖에 없다는 게 이 교수의 우려다.

주원 현대경제연구원 경제연구실장도 “최소한 앞으로 일정 기간 철수하지 않겠다는 등의 약속을 반드시 받고 나서 지원해야 한다”며 “그렇지 않다면 사태가 반복될 것”이라고 말했다.

아직 GM과의 본격적 협상이 시작되지 않았지만 현재 정부의 기본 입장도 이와 비슷하다.

지원을 고려할 수는 있지만 GM이 내놓는 자구안, 투자계획 등 회생안을 먼저 면밀히 들여다보겠다는 얘기다.

백운규 산업통상자원부 장관은 지난 13일 “이 문제(한국GM 문제)는 전반적 경제에 미치는 긍정적 요소와 외국인투자기업의 문제점도 종합적으로 봐야 할 것 같다”고 밝혔다.

동시에 “(GM의) 신규 투자의 규모나 기간이 정확하지 않은 상태에서 제가 함부로 ‘(GM이) 이렇게 하면 (정부가) 이렇게 한다’고 약속하지 못한다”며 신중한 입장을 내비쳤다.

◇ “생존기간 일시적 연명뿐…GM 경쟁력 자체 의문”

한국GM의 ‘지속 가능성’이 낮기 때문에 추가 자금 지원과 투자가 오히려 우리 경제의 손실만 키울 수 있다는 ‘강경한’ 반대 목소리도 있다.

김필수 대림대 자동차학과 교수는 “지금 한국GM은 ‘암 4기’ 정도로, 이미 손 쓰기엔 너무 늦었다”며 “개인적으로는 지원해선 안 된다고 생각한다. 암 4기 환자의 생존 기간을 6개월∼1년 정도 연명시켜주는 것에 불과하기 때문”이라고 주장했다.

그는 다른 나라에서 속속 철수한 GM의 ‘전력’도 문제 삼았다.

김 교수는 “(현재 한국GM 상황은) 호주 사례와 완전 판박이로, 한국에서도 정부 지원이 중단되면 가차 없이 철수할 것”이라며 “오히려 지금 GM은 돈이 있다면 상하이GM을 키우는 데 주력하지 않을까 추정된다”고 말했다.

그는 “지금 정부가 지원한다면 한국GM이 당장 연명은 하겠지만 결국 다음 정권에서 같은 문제가 또 발생할 것”이라며 “폭탄 돌리기나 마찬가지고, GM의 경영 스타일은 바뀌지 않을 것”이라고 경고했다.

GM 제품의 경쟁력 차원에서 추가 지원이 ‘밑 빠진 독에 물 붓기’라는 견해도 있다.

한 민간 경제연구원 연구위원은 “정치 논리만 아니라면 지원해선 안 된다”며 “무엇보다 실적을 근거로 봤을 때 한국GM에서 비중이 큰 수출이 많이 줄어드는 것은 해외시장 경쟁력이 그만큼 떨어진다는 얘기”라고 강조했다.

그는 “글로벌 GM 전체로 봐서도 GM은 미국 본토 등에서만 괜찮지, 나머지 시장에서는 모두 고전하고 있다”며 “그래서 각 시장에서 철수나 축소 등 구조조정을 추진해온 것 아니냐”고 반문했다.

◇ “끌려다니지 말아야…미국 정부 개입도 대비”

지원에 찬성, 반대하는 쪽 모두 일차적으로 이달 말까지 치열하게 전개될 GM과의 지원 논의에서 “끌려다니지 말 것”을 정부에 주문했다.

이항구 산업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GM이 호주에서 받아낼 것 다 받고 나가겠다고 한 적이 있고, 굉장히 협상 ‘전략’에 능하다”며 “한국 정부는 포커페이스(본심을 드러내지 않는 태도)를 유지하면서 ‘한국GM을 이렇게 만든 것은 GM 탓도 있다’는 점을 명확히 지적하면서 요구할 것은 요구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그는 미국 정부의 개입 가능성도 우려했다.

이 위원은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한국GM 군산 공장 철수를 언급한 것처럼, GM과의 협상 테이블에는 GM만 나오는 것이 아니다”며 “한미 통상 마찰 등 미국 정부는 한국 정부를 압박하기 위해 움직일 수 있는 채널이 많은 만큼 미국 정부의 압박에도 대비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이호근 교수는 “2월 말까지 정부가 내릴 결정은 한국GM 사태를 풀어나가는 데 매우 중요한 첫 단추”라며 “정부는 반드시 정치적 논리나 민심을 떠나 경제적, 합리적 판단을 해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한국GM에 대한 정부 실사가 2~3개월 걸린다는데, 정부가 정상화 방안을 먼저 제시해선 안 된다”며 “GM으로부터 먼저 자구안을 받은 뒤 그 내용이 실현 가능한지 또는 합리적인지를 검토하는 방식이 돼야 한다”고 제안했다.

아울러 신차 배정 모델 등까지 까다롭게 따져봐야 한다고 그는 주장했다.

이 교수는 “GM이 (한국GM에) 신차 배정을 할 경우 수익을 낼 수 있는, 판매량이 많은 모델이 배정돼야 한다”며 “전기차처럼 상징성이 있지만 판매량은 적은 차라면 한국GM에서 생산하는 게 의미가 없다”고 주장했다.

김필수 교수는 “일자리를 중시하고 호남에 지지기반을 둔 현 정부가 결국 지원을 할 가능성이 크다고 본다”며 “적어도 올바른 과정을 통해 지원이 이뤄져야 한다. 정부는 금융감독원과 산업은행 등을 동원해 한국GM의 장부 기록을 투명하게 들여다보고 GM의 구체적 자구안을 먼저 받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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