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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한킴벌리 ‘을’ 눈물 닦아준 공정거래위원회 위원들

유한킴벌리 ‘을’ 눈물 닦아준 공정거래위원회 위원들

김태이 기자
입력 2018-02-22 09:33
업데이트 2018-02-22 09: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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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처벌 덤터기’ 대리점주에 사과 편지 보내고 최대한 선처

‘대리점 처벌 덤터기’ 논란이 빚어진 유한킴벌리 사건을 심의한 공정거래위원회 소회의 위원들이 ‘을’의 눈물을 닦아주는 역할을 해 눈길을 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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약자인 대리점을 위로하고, 불이익을 법률의 테두리 안에서 최대한 줄여주려 노력했다는 것이다.

22일 관련 업계 등에 따르면 지난달 공정위 A 위원은 유한킴벌리의 한 대리점주 앞으로 편지 한 통을 보냈다.

이 대리점주는 유한킴벌리와 함께 담합을 했다는 혐의로 적지 않은 과징금을 부과받았다. 담합을 주도한 ‘갑’인 유한킴벌리 본사는 ‘리니언시’(담합 자진 신고자 감면 제도)로 처벌에서 빠져나가게되자 “신종 갑을 문제이며 과징금과 오명을 떠넘긴 부도덕한 행위”라는 비판을 받은 바 있다.

편지를 보낸 A 위원은 이 사건을 심의한 공정위 소회의 소속 위원이다.

A 위원은 “현행법상 구제할 수 없어서 너무 가슴이 아프다”며 “그래서 이렇게 편지로나마 안타까운 마음을 전할 수밖에 없는 상황을 이해해달라. 힘내라”고 썼다.

이 편지를 받은 대리점주는 “대리점은 힘이 없어 본사에서 하자고 하면 따를 수밖에 없는 처지인데 처벌을 받게 돼 격한 감정이 들었다”며 “공감을 해주시고 힘내라고 편지까지 보내주셨다”며 감사의 마음을 표현했다.

지난달 12일 공정위 과천 심판정에서 열렸던 이 사건 심의 때 분위기는 이러한 편지 내용과 다름없었다는 게 참석자들의 전언이다.

심판정에 출석한 대리점주들은 위법인지 몰랐으며 본사의 지시에 따를 수밖에 없었다며 억울한 심경을 드러냈다. 일부는 왈칵 눈물을 쏟아내기도 했다.

공정위 관계자는 “형식상 대리점이었지만 부부가 1∼2명의 종업원을 데리고 일하며 경영 상황이 매우 열악한 곳도 있었다”며 “심의 과정에서 말을 채 잇지 못하는 위원들도 있었다”고 말했다.

이 사건을 조사한 공정위 사무처는 심사보고서(검찰의 공소장에 해당)에 유한킴벌리 임직원과 함께 대리점주들까지 검찰에 고발해야 한다는 의견을 제시했다.

공정위 위원들은 기계적으로 심사보고서 의견을 따르는 대신, 유한킴벌리 임직원 5명만 고발하기로 하고 대리점주들에게는 과징금만 부과하는 결정을 내렸다.

영세한 대리점들이 수천만원에 달하는 과징금에 형사 처벌까지 받으면 너무 가혹하기에 법률이 허용하는 범위 안에서 최대한 선처한 것으로 분석된다.

위원들은 또 도의적인 책임에 따라 유한킴벌리 측에 거액의 과징금으로 대리점이 도산하지 않도록 조치를 취해야 하는 것이 아니냐고 제안했다.

유한킴벌리가 이 사건이 알려지자 과징금 대납을 포함한 대리점 지원 방안을 고려하겠다고 밝힌 것은 이러한 배경이 작용한 것으로 보인다.

대리점주에 사과 편지를 보낸 A 위원은 연합뉴스 통화에서 “억울한 약자의 눈물을 제대로 닦아주지 못해 지금도 송구한 마음”이라면서 “성실하게 살아온 피심인들을 그 추운 날 심판정까지 오게 하고 감당하기 힘든 처벌을 할 수밖에 없는 현실이 너무나도 마음이 아파 위로하고 싶었다”고 말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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