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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파원 생생 리포트] ‘범죄 온상’ 된 불법 민박…규제는 난센스

[특파원 생생 리포트] ‘범죄 온상’ 된 불법 민박…규제는 난센스

이석우 기자
입력 2018-03-16 22:38
업데이트 2018-03-17 00: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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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정법 시행 앞두고 사업자 신고 받아
지자체 까다로운 규제에 음성 영업 기승
민박 금지 아파트 증가…음성화 부추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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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음, 쓰레기, 안전 등의 이유로 집 문 앞에 민박 반대 표어를 써 붙여 놓은 도쿄의 한 가정집 앞 모습.
소음, 쓰레기, 안전 등의 이유로 집 문 앞에 민박 반대 표어를 써 붙여 놓은 도쿄의 한 가정집 앞 모습.
일본에 불법 민박, 음성 민박 비상이 걸렸다. 오는 6월 민박 활성화를 위한 개정 주택숙박사업법(민박법)의 시행을 앞두고, 불법 민박, 지하 민박 문제가 화두로 떠올랐다. 각 지방자치단체는 민박 사업자에 대한 신고를 받는데, 벌써부터 까다로운 규제를 피하려고 신고하지 않고 몰래 영업하는 불법 민박이 가파르게 늘고 있다.

최근 오사카 시내 민박에서 일어난 일본 여성 살해 및 시신 유기 사건은 이 문제를 더 부각시켰다. 용의자로 체포된 미국인 바이락탈 에프게니(26)는 1월 말 일본에 온 뒤 허가를 받지 않은 불법 민박을 전전하면서 살해와 시신 유기를 저지른 것으로 경찰 조사 결과 드러났다고 최근 NHK 등은 전했다.

행정 감시를 피한 불법 민박이 범죄의 온상이 되기 쉽다는 우려가 사실로 드러나면서 사회적 근심거리가 되고 있다. 경찰은 오사카 시내에만 불법 민박이 최소 1만곳 이상이 될 것으로 추산했다. 후생노동성은 이미 영업 중인 도쿄의 민박 가운데 합법적인 물량은 20%인 2만곳에 불과하고, 나머지는 모두 불법으로 운영하는 것으로 보고 있다. 민박 업자들이 신고 없이 음성 영업을 하는 이유는 자치단체들의 까다로운 규제 때문이라는 지적도 있다.

소음과 쓰레기, 이웃과의 마찰 등 민박 활성화로 인한 부작용을 막기 위한 지자체 조례 등이 오히려 민박 음성화를 부추기고 있다는 것이다. 민박법은 생활 환경 악화를 막기 위해 지자체에 독자 조례 제정을 인정하고 있다. 도쿄 23개 구 가운데 80% 이상이 독자 규정을 검토 중인데, 더 까다로워지는 ‘추가조례’가 민박 사업자들의 등록 의욕을 꺾고, 민박 음성화로 이어진다는 지적이다. 민박법은 영업일수 상한을 두어 연간 180일만 운영하도록 했고, 주거 전용 지역에서는 영업을 금요일부터 일요일로 한정하고 있다. 하지만 도쿄 신주쿠구 등 지자체들은 영업 일수 상한을 156일 등으로 하는 등 더 엄격하게 규정하고 있다.

도쿄 시부야의 부동산업자 간다 미유키(46)는 “숙박 요일에 따라 제한하고, 총 영업일수 등을 법으로 묶는 것은 난센스”라고 반발했다. 민박에 관심을 가졌던 간다는 까다로운 지자체 조례를 이유로 6채의 아파트를 그냥 보통의 월정 임대 아파트로 운영하고 있다.

게다가 아파트 주민회, 맨션 단지 등 지역공동체들이 자신들의 아파트 단지에서는 민박을 금지하는 결정을 속속 내리고 있는 것도 역설적으로 민박 음성화를 부추긴다. 도쿄 맨션 관리업협회에 따르면 민박을 금지한 아파트 관리 조합은 80%를 넘었다. 지자체들도 민박 관련 전담 부서와 콜센터 등을 만들고 있지만, 늘어나는 민박 수에 비해 담당 직원이 턱없이 적은 것도 음성화를 막기 어려운 이유 중 하나라는 지적이다.

글 사진 도쿄 이석우 특파원 jun88@seoul.co.kr
2018-03-17 17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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