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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아파트 ‘두 얼굴’…청약은 후끈, 기존 주택시장은 썰렁

서울 아파트 ‘두 얼굴’…청약은 후끈, 기존 주택시장은 썰렁

김태이 기자
입력 2018-03-18 11:22
업데이트 2018-03-18 11: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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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건축 5천만∼2억원 내려도 안 팔려…개포주공1 관리처분 앞두고 거래 실종

지난 주말 ‘로또 아파트’로 불리는 서울 강남구 일원동 ‘디에이치 자이 개포’(개포 주공8단지) 견본주택이 예비 청약자들로 인산인해를 이룬 반면, 서울·수도권의 기존 아파트 매매시장은 꽁꽁 얼어붙었다.
서울 아파트 단지 [연합뉴스 자료사진]
서울 아파트 단지 [연합뉴스 자료사진]
특히 초과이익환수제 등 악재가 터진 재건축 추진 아파트는 매수세가 끊겨 1억∼2억원씩 떨어진 매물도 거래가 잘 안 된다.

당장 시세차익이 가능한 새 아파트에는 중도금 대출 불가 방침에도 수요자들이 몰리는 반면, 기존 주택시장은 집값이 더 하락할 수 있다는 우려에 관망세가 확산하는 모양새다.

강남구 개포동 주공1단지는 다음달 초 관리처분인가 승인이 날 예정이지만 매수세가 자취를 감췄다.

통상 재건축 아파트는 관리처분인가 전에 매매계약을 체결해야 양도소득세 등 절세가 가능해 매매가 활발하게 이뤄지는 게 보통이다.

그러나 이 아파트는 최근 장기 보유자의 매물이 나와도 살 사람이 없어 매물이 쌓이고 있다.

전용 42㎡의 경우 올해 초 15억4천만∼15억5천만원을 호가하던 것이 14억8천만원으로, 6천만∼7천만원 내렸으나 거래가 안 된다.

개포동의 인근 중개업소 사장은 “관리처분인가 날짜가 잡혀서 초과이익환수제를 피할 것이 확실하고 급매물도 나오는데, 사겠다는 사람은 없다”면서 “인근 개포 주공8단지 분양 문의는 많이 오는데 재건축 아파트 매수 문의는 거의 없다”고 말했다.

이 중개업소 사장은 “작년 강동구 둔촌 주공아파트만 봐도 관리처분인가 직전 거래가 급증했는데, 개포는 지금 그런 특수를 전혀 못 누리고 있다”며 “장기보유자 매물로 거래 가능한 매물도 한정돼 있는데 그마저도 안 나간다”고 덧붙였다.

송파구 잠실 주공5단지도 최근 호가가 5천만∼1억원 이상 내렸지만 거래가 잘 안 된다.

112㎡의 경우 올해 초 19억원까지 팔리던 것이 현재 18억∼18억5천만원으로 떨어졌고, 최고 20억1천만원까지 팔렸던 119㎡는 현재 19억2천만∼19억6천만원에 매물이 나와 있지만 찾는 사람이 없다.

인근 중개업소 대표는 “주공5단지는 이달 말 국제설계현상공모 결과도 나오고 건축심의도 나올 예정이어서 호재가 있는데 매수문의는 급감한 상태”라며 “초과이익환수제에 대한 부담도 있고, 앞으로 집값이 떨어질 것을 우려해 매수자들이 덤비질 않는 것 같다”고 말했다.

강남구 대치동 은마아파트도 최근 다주택자들이 시세보다 1억∼1억5천만원가량 싸게 내놓은 급매물만 일부 팔렸을 뿐 정상 매물은 팔리지 않고 쌓이고 있다.

대치동의 중개업소 관계자는 “10억원대 중반의 자금으로 강남권에서 살 아파트가 마땅찮다 보니 은마아파트에 관심은 많은데 집값이 떨어질까 봐 망설이는 분위기”라며 “개포 주공8단지 청약으로 관심이 쏠린 것도 영향을 미친 것 같다”고 말했다.

서초구 반포동 일대 재건축 추진 단지들도 관리처분인가 여부가 아직 불투명한 가운데 고점 대비 1억∼2억원 이상 내린 급매물이 나와 있지만 거래가 잘 안 된다.

안전진단 강화 조치의 직격탄을 맞은 양천구 목동신시가지 1∼3단지와 11, 12단지 등지에는 2천만∼3천만원가량 내린 매물이 나오기 시작했지만 매수 문의는 거의 없다.

한국감정원 시세에 따르면 목동신시가지 아파트의 호가가 조정되면서 지난주 양천구의 아파트 매매가격은 24주 만에 0.06% 하락했다.

강남권이 주춤하면서 비강남권 아파트들도 전반적으로 거래가 위축되는 모습이다.

서울 마포구 아현동 마포래미안푸르지오 전용 84㎡는 13억∼13억5천만원에 매물이 나오지만 거래가 뚝 끊겼다. 성동구 옥수동의 인기 단지인 e편한세상 옥수파크힐스 마찬가지다.

인근 중개업소 대표는 “설 이후 매수 문의가 실종돼 거래가 안 된다”며 “매수자들은 시세보다 싼 아파트를 원하는데 가격은 아직 그대로여서 매수-매도자간 호가 격차가 크다”고 말했다.

뉴타운 일대도 가격이 단기 급등하면서 매수세가 관망하는 분위기다.

용산구 한남뉴타운 일대 중개업소 사장은 “강남의 주택 거래가 위축돼서인지 이곳도 거래가 확 죽었다”면서 “최근 열흘 정도 매수문의도 거의 없을 정도”라고 말했다.

동작구 흑석뉴타운의 한 중개업소 사장도 “최근 가격이 너무 올라서인지 매수자들이 관망하고 있다”며 “거래 침체가 두 달째 접어들면서 매도자도, 중개업소도 다 걱정스러워 한다”고 말했다.

분당신도시도 최근 들어 상승세가 주춤해졌다.

서현동의 한 공인중개사는 “단기간에 가격이 오르면서 매수자들이 쫓아오질 못하는 분위기”라며 “설 이후 매수문의가 거의 없고 거래도 안 된다”고 말했다.

반면 신규 분양 아파트 시장에는 예비 청약자들이 몰려들고 있다.

당첨만 되면 5억∼7억원의 시세차익이 가능할 것으로 알려진 강남 일원동 개포 주공8단지 ‘디에이치 자이 개포’ 견본주택에는 지난 16∼17일 이틀 동안에만 2만7천여명이 다녀갔다.

과천 주공2단지 재건축 아파트인 ‘과천 위버필드’ 견본주택에도 실수요자들의 발길이 이어지고 있다.

전문가들은 돈 되는 ‘로또 아파트’에는 청약자들이 대거 몰려들고, 기존 주택시장은 거래가 침체되는 양극화가 한동안 이어질 것으로 보고 있다.

특히 다음달부터는 양도소득세 중과가 시행돼 시장에 나오는 매물은 더 줄어들 것으로 보이는 반면, 종합부동산세 논의가 본격화되며 다주택·고가주택 보유자들을 압박할 것으로 예상되면서 기존 매매시장은 더욱 위축될 가능성이 있다.

국민은행 WM스타자문단 박원갑 수석전문위원은 “다주택자 급매물이 거의 다 소화된 상태여서 한동안 거래 공백이 지속될 것”이라며 “반면 주택도시보증공사의 분양가 관리로 시세차익이 보장되는 새 아파트 청약에는 청약자들이 몰리는 양극화 현상이 나타날 전망”이라고 말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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