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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럼프 옆의 볼턴, 藥인가 毒인가…세기의 담판에 ‘볼턴 변수’

트럼프 옆의 볼턴, 藥인가 毒인가…세기의 담판에 ‘볼턴 변수’

김태이 기자
입력 2018-05-17 13:44
업데이트 2018-05-17 17: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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잇단 강경발언속 폼페이오와 ‘톤’ 차이…개인소신? 역할분담?

“볼턴이 북미 정상회담의 잠재적 철거공(wrecking ball·건물을 부술 때 사용하는 크고 무거운 쇠 공)으로 떠오르고 있다”(블룸버그 통신), “트럼프의 노벨상이 볼턴과 함께 사라질 수 있다”(폴리티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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존 볼턴 백악관 국가안전보장회의 보좌관 로이터 연합뉴스
존 볼턴 백악관 국가안전보장회의 보좌관
로이터 연합뉴스
역사적 첫 정상회담을 앞두고 북한과 미국 간 기싸움이 가열되는 흐름 속에서 워싱턴 외교가의 시선이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의 외교·안보 책사인 존 볼턴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으로 향하고 있다.

대화의 상대방인 북한이 ‘슈퍼 매파’로 불리는 볼턴 보좌관을 협상의 걸림돌이라고 콕 찍어 거론하면서 다음 달 12일 북미정상회담을 ‘보이콧’할 수 있다고 경고한 데 따른 것이다.

특히 트럼프 대통령으로서는 세기의 담판을 앞두고 뜻하지 않게 부상한 ‘볼턴 변수’에 어떻게 대응하느냐가 중요한 과제가 됐다. 볼턴 보좌관이 주창해온 대북 강경 협상노선을 따라가느냐, 아니면 한발 물러서 전략적 유연성을 발휘하느냐가 회담의 성공 여부와 북미관계의 진전에 결정적 영향을 끼치게 됐다는 분석이 나온다.

외교가가 우선 주목하는 것은 북한의 김계관 외무성 제1부상이 지난 16일 발표한 담화에서 트럼프 대통령과 볼턴 보좌관을 ‘분리 대응’한 대목이다. 일방적인 핵포기만 강요한다면 북미정상회담 개최를 재고려할 수 있다고 경고하면서도, 트럼프 미국 대통령 개인을 비난하지는 않고 대신 볼턴 보좌관을 ‘사이비 우국지사’로 지칭하며 맹비난한 것이다.

로라 로젠버거 전 백악관 국가안보회의(NSC) 한국·중국 담당 국장은 17일 트위터에 “북한의 속셈은 트럼프 대통령과 볼턴 보좌관 사이에 간극이 있다고 보고 이를 노린 것 같다”고 지적했다. 북미정상회담에 열의를 가진 트럼프 대통령이 여전히 대북 강경론을 견지하는 볼턴 보좌관의 존재감을 약화시키려는 의도라는 해석이다.

조지 W. 부시 행정부에서 ‘네오콘’(신보수주의)의 이론가였던 볼턴 보좌관은 북한을 이란, 이라크와 함께 ‘악의 축’으로 규정하고, 대북 선제 타격론 등 대북 강경발언을 쏟아냈던 인물이다. 지난달 트럼프 정부에 합류한 그는 취임 후 방송에 잇따라 출연해 북한 비핵화 방식으로 ‘일괄타결식 해법’인 리비아 모델을 언급하며 북한을 압박했다.

그러나 외교가가 보다 중요하게 관찰하고 있는 대목은 볼턴 보좌관의 잇따른 강경발언이 개인적 소신에 근거한 것인지, 아니면 백악관 내부에서 치밀한 조율을 거쳐 나온 것이냐다.

볼턴 보좌관이 트럼프 대통령의 ‘복심’인 마이크 폼페이오 국무장관과 다른 톤의 대북 메시지를 보내고 있기 때문이다. 일괄타결식 ‘리비아 모델’을 강조하는 볼턴 보좌관과 달리, 폼페이오 장관은 북한이 핵폐기에 동의한다면 제재를 해제하겠다는 식의 유연한 태도를 보이고 있다.

만일 볼턴 보좌관이 폼페이오 장관과 일정한 역할분담을 하고 스스로 악역을 자처한 것이라면, 미국이 당근과 채찍을 동시에 들고 북한과 협상력을 극대화하겠다는 전략을 펴고 있다고 평가할 수 있다.

그러나 워싱턴 외교소식통들 사이에서는 트럼프 정부 안에서 두 사람이 표면적으로 역할 분담을 하는 수준을 벗어나, 실제로 견해 차이가 불거지고 있는 것 아니냐는 분석이 제기되고 있다.

볼턴 보좌관의 연이은 강경발언이 다가오는 북미정상회담을 깎아내리려는 의도는 아닌지 의심하는 시각과 함께 앞으로의 대북협상에서 가장 큰 걸림돌이 될 수 있다는 관측마저 대두하고 있다.

심지어 볼턴이 오랫동안 대북 강경론을 견지하며 레짐 체인지와 선제타격 정당화, 북미정상회담 반대 등의 입장을 밝혔다는 점에 비춰볼 때 그의 언행이 고의적일지도 모른다고 블룸버그 통신은 보도했다.

북한 전문가인 제프리 루이스 미들버리 국제학연구소 동아시아 비확산프로그램 소장도 자신의 군축 전문 블로그 팟캐스트를 통해 “볼턴이 리비아 스타일의 합의를 이야기함으로써 트럼프와 김정은의 정상회담을 고의로 방해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루이스 소장은 “볼턴은 김정은이 북한의 모든 무기가 어디에 있는지 말해줄 것으로 트럼프 대통령이 기대하게 만들고, 트럼프 대통령이 비행기를 타고 가 (북한의) 무기들을 가져오라고 독려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조 시린시온 플라우쉐어펀드(핵무기확산방지를 위한 비영리재단) 사무총장도 블룸버그 통신에 “볼턴이 잘 돌아가는 북한과의 외교를 망가뜨렸다”고 비판했다.

볼턴의 반복된 리비아 언급은 그가 자기 능력을 넘어서는 이번 일에 대해 버거워하고 있으며, 다가올 싱가포르 정상회담 전에 다른 고위 참모들에게 자리를 내주고 밀려날 것임을 잘 보여준다고 시린시온 사무총장은 내다봤다.

시린시온 사무총장은 “볼턴은 이 문제를 ‘우리가 사람들을 때려눕히면 그들의 항복을 받아낼 수 있다’는 식의 원시인 같은 외교 견해(Neanderthal view of diplomacy)로 접근하고 있다”며 “미국이 그런 입장을 고수한다면 정상회담은 실패할 것”이라고 우려했다.

미국군축협회(ACA) 킹스턴 리프 군축부장은 “트럼프 대통령은 노벨상을 원하고 있고, 그의 안보보좌관은 그가 덫에 빠졌다고 생각한다”고 트윗했다.

그는 특히 “볼턴은 틀림없이 트럼프 대통령에게 ‘거봐, 내가 그렇게 말했잖아’라고 말하고 있을 것”이라고 말하기도 했다.

북핵협상의 역사를 꿰고 있고 북한과 남다른 ‘악연’을 맺었던 볼턴 보좌관과 달리, 최종결정권자인 트럼프 대통령은 이러한 ‘역사’를 제대로 이해하지 못하고 있다는 분석이다. 다만 “북미정상회담이 성공적일 것”이란 말로 회담에 대한 기대감을 드러냈고, 내심 노벨평화상 수상도 꿈꿨다는 게 외교소식통들의 얘기다.

과거 북핵협상에 참여했던 전 정부 관료는 “북한은 트럼프 대통령으로부터 이득을 취하고 있다”며 “트럼프 대통령은 (북핵협상의) 전체 역사를 모른다”고 말했다고 미 정치전문매체 폴리티코가 보도했다.

이에 따라 북한과의 ‘핵 담판’ 성공으로 노벨평화상 수상을 노리는 트럼프 대통령과 협상을 망치는 일까지 불사하는 것처럼 보이는 볼턴 보좌관 사이의 갈등이 표면화할 수 있다는 전망도 나온다.

만약 볼턴 보좌관이 리비아 모델을 고집해 북한과의 협상을 정말로 망칠 우려가 제기된다면 결국 트럼프 대통령이 그를 내칠 가능성도 있다.

영국 일간 인디펜던트는 볼턴 보좌관이 자기 자신을 과신해서 일을 망치게 되면 한때 ‘트럼프의 오른팔’로 불리다 쫓겨난 스티븐 배넌 전 백악관 수석전략가와 같은 운명을 겪을 수 있다고 예상했다.

미 정치전문매체 폴리티코는 트럼프 대통령이 노벨상을 가져다줄 것으로 기대하는 북한과의 핵합의를 추구하는 가운데 북한이 볼턴 보좌관을 명시한 담화를 내놓은 것은 트럼프 행정부 내부의 중요한 갈등을 조명한다고 진단했다.

과연 트럼프 대통령과 볼턴 보좌관이 건설적인 균형을 이룰 수 있을지, 아니면 미 역사상 가장 중요한 외교실험인 이번 협상에서 두 사람의 목적이 엇갈리는 파국을 맞을지가 가장 중요한 문제라고 이 매체는 전했다.

뉴욕타임스(NYT)에 따르면 백악관과 가까운 소식통들은 중구난방식의 대북 메시지가 나오는 것은 트럼프 외교안보팀이 새로 구성됐기 때문이라며 일각에서 트럼프 대통령이 볼턴 보좌관을 억제할 필요가 제기된다고 전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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