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통일장관이 유감까지 밝혔는데…핵실험장 南방북취재 막판 성사

통일장관이 유감까지 밝혔는데…핵실험장 南방북취재 막판 성사

신성은 기자
입력 2018-05-23 10:47
업데이트 2018-05-23 10: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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北, 南취재진 명단 제출 엿새 만에 접수…“입장 바뀐 이유는 설명 안 해”

북한의 풍계리 핵실험장 폐기 행사에 배제될 것이 확실시되던 남측 취재진이 막판에 합류하는 반전이 연출됐다.

북측은 23일 오전 판문점 연락 채널을 통해 핵실험장 폐기 행사를 취재할 남측 공동취재단의 명단을 접수했다.

통일부가 지난 18일 명단 전달을 처음 시도한 지 엿새 만에 이뤄진 것이다.

정부는 전날 오전 외신기자들을 태운 고려항공 전용기가 베이징에서 출발해 원산으로 향하자 남측 공동취재단의 핵실험장 방문 취재는 사실상 무산된 것으로 판단하는 분위기였다.

이는 정부가 베이징에서 고려항공 전용기가 남측 기자들은 태우지 않은 채 이륙한 것을 확인한 뒤 ‘유감’을 담은 입장문을 발표한 데서도 확인할 수 있다.

정부는 조명균 통일부 장관 명의의 입장문에서 “풍계리 핵실험장 폐기행사에 우리측 기자단을 초청하였음에도 불구하고, 북측의 후속조치가 없어 기자단의 방북이 이루어지지 못한 데 대해 안타깝고 유감스럽게 생각한다”고 밝혔다.

반전을 예고하는 복선이 없지는 않았다. 북한 노동신문 베이징 특파원인 원종혁 기자는 전날 낮 베이징 공항에서 취재진에게 “제가 보기에는 희망을 품고 내일까지 기다려 보면 좋은 소식이 있지 않을까 생각한다”고 말하기도 했다.

그러나 정부 당국자들은 이때까지도 “관련 동향이 없다”면서 별도 방북 가능성을 크게 보지는 않는 분위기였다.

분위기 반전의 기류가 외부로 알려진 것은 전날 밤 통일부 공지를 통해서다.

통일부는 기자공지에서 “북측이 밝힌 풍계리 핵실험장 폐기행사 일정에는 아직 시간이 남아있는 만큼 내일 아침 판문점을 통해 우리측 취재단 명단을 다시 전달할 예정”이라며 “북측이 수용한다면 지난 평창올림픽 전례에 따라 남북 직항로를 이용하여 원산으로 이동할 수 있을 것”이라고 밝혔다.

통일부 당국자들은 “마지막까지 최선을 다한다는 취지”라며 확대해석을 경계했지만, 방북 경로까지 언급된 점에 비춰 남북 간 물밑 접촉을 통해 상당한 논의가 이뤄졌을 것이라는 관측이 나왔다.

남측 공동취재단도 당초 베이징에서 23일 오후에 귀국하려던 계획을 바꿔 이날 새벽에 들어왔고, 전망대로 북한은 이날 오전 판문점 연락 채널 개시와 함께 남측 취재진 명단을 수령했다.

북한은 왜 갑자기 방침을 바꿨는지를 따로 설명하지 않은 것으로 전해졌다.

통일부 당국자는 “북한이 그간 명단 접수를 하지 않다 오늘 수용한 이유에 대해선 특별히 밝히지 않은 것으로 안다”고 말했다.

이와 관련,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지난달 27일 남북정상회담에서 문재인 대통령에게 직접 ‘남측 기자 초청’ 의사를 밝혔는데 이를 지키지 않는 데 대해 부담이 있었을 것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고유환 동국대 교수는 “남측만 떼어놓고 가기는 껄끄러웠을 수 있다”면서 “한국의 역할이 매우 중요한 상황인데 우리를 빼놓고 하면 의미가 반감된다고 봤을 수 있다”고 말했다.

우리 시간으로 이날 새벽에 열린 한미정상회담 결과도 북한이 최종적인 결정을 내리는 데 영향을 미쳤을 수 있다는 관측도 나온다.

문재인 대통령과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워싱턴에서 열린 회담에서 북한의 체제불안 해소방안에 대해 논의한 것으로 전해졌다.

조성렬 국가안보전략연구원 수석연구위원은 “북한은 한미정상회담 결과에 자신들이 원했던 체제안전 보장 방안이 담길지를 두고 한국을 압박해 온 측면이 있다”면서 “북한으로선 적어도 한국이 성의있게 나왔다고 볼 수 있다”고 말했다.

그러나 한편에선 ‘남한 길들이기’ 아니냐는 지적도 나온다. 남측 취재진이 원산행 비행기 탑승을 위해 베이징에까지 가서 대기한 사실을 알면서도 마지막 순간까지 애를 태우다가 방북을 승인했기 때문이다.

이로 인해 남측은 기자단을 별도로 원산으로 수송하기 위해 상당한 비용을 치러야 할 것으로 보인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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