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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길섶에서] D-7310/손성진 논설고문

[길섶에서] D-7310/손성진 논설고문

손성진 기자
입력 2018-06-22 22:40
업데이트 2018-06-22 22: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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만물의 끝은 소멸인데도 우리는 그 소멸을 느끼지 못한다. 100억년 태양의 수명도 이미 절반은 지나갔다. 무한한 것은 없다. 인간의 삶은 찰나에 불과하다. 끝을 모르는 사람들은 오늘도 아등바등 살아간다.

나무는 죽을 때 슬픈 쪽으로 쓰러진다/ 늘 비어서 슬픔의 하중을 받던 곳/ 그쪽으로 죽음의 방향을 정하고서야/ 꽉 움켜잡았던 흙을 놓는다(중략)/ 죽지 못하는 것들은 모두 서 있다/ 아름다운 듯 서 있다/ 참을 수 없는 무게를 들고/ 정신의 땀을 흘리고 있다(‘닿고 싶은 곳’, 최문자)

성공이 실패이고 실패가 성공이다. 훗날 먼 발치에서 돌아보면 그게 그거다. 실패했다고 낙담할 것도 없고, 성공했다고 너무 기뻐할 것도 없다. 아무것도 아니다.

20년을 더 산다면 지금부터 D-7310일이다. D-5000, D-1000, D-100…. 끝을 향해 가고 있음을 안다면 매 순간 감사하며 열심히 살 일이다. 거친 밥도 고마워할 일이다. 그때가 되면 부끄럼도 후회도 없을 것이다. 그저 이렇게 독백할 수 있을 것이다. 그래도 아름다운 삶을 살았노라고.

sonsj@seoul.co.kr
2018-06-23 23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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