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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씨줄날줄] 삼성·애플 7년 전쟁/김성곤 논설위원

[씨줄날줄] 삼성·애플 7년 전쟁/김성곤 논설위원

김성곤 기자
입력 2018-06-28 22:18
업데이트 2018-06-28 23: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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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9년 휴대전화에 컴퓨터처럼 모바일 운영 체제를 도입한 아이폰을 출시해 세계를 충격에 몰아넣은 애플은 2011년 4월 15일(이하 현지시간) 삼성전자가 자사의 디자인 등의 특허를 침해했다며 미국 캘리포니아 지방법원에 제소한다. 갤럭시 S2를 선보이기 한 달 전 일이다. 후발 주자인 삼성전자의 갤럭시 S가 맹렬한 기세로 추격을 해오자 초동에 싹을 자르려는 의도였을 것이다.

2010년 6월 안드로이드 기반 첫 스마트폰인 갤럭시S를 출시, 미국 시장에서 기반을 다진 삼성전자는 1년여의 준비 기간을 거친 S2로 아이폰을 따라잡으려던 차였다. 삼성전자는 “터무니없다”며 그해 6월 애플이 자사의 표준특허 등을 침해했다고 맞제소한다. 삼성과 애플의 7년 특허 전쟁은 이렇게 시작됐다.

그런 삼성전자와 애플이 지난 27일 특허 분쟁 종결에 합의했다고 한다. 합의 금액 등 구체적인 내용은 공표되지 않았지만, 그 배경은 소송에 대한 피로감과 함께 더이상 소송을 통해 얻을 수 있는 실익이 없어졌기 때문으로 보인다. 소송 첫해 최지성 전 삼성전자 부회장은 2년 동안 소송 비용만 2억 달러가 들 것이라고 말한 적이 있다. 그 후 5년이 더 지났으니 두 회사의 분쟁에 글로벌 로펌들만 떼돈을 번 셈이다. 삼성전자는 2015년 애플에 지급한 5억 4800만 달러를 포함해 최소 7억~8억 달러는 줬을 것으로 업계에서는 추정한다. 당초 평결(10억 5000만 달러)보다 줄어들긴 했지만, 재판 비용까지 감안하면 10억 달러 넘게 들었을 것이라는 분석이다.

그럼 삼성전자는 이 전쟁에서 진 것일까. 의도했든 안 했든 삼성전자는 애플과의 특허전쟁을 통해 글로벌 2강 스마트폰 업체로 자리를 굳혔다. 이는 광고나 마케팅비로 환산할 수 없다. 지난해 삼성전자는 광고·판촉비로 12조 6128억원을 썼다고 한다. 이에 비하면 10억 달러는 조족지혈이다. 애플도 비록 삼성전자를 주저앉히지는 못했지만, 특허 소송을 통해 자사의 혁신 이미지를 강조하고, 스마트폰 시장을 양강 구도로 묶어 두었으니 손해 본 장사는 아니었다. 게다가 화웨이와 샤오미 등 중국 업체들이 치고 올라오는 판이니 서로 싸울 이유가 없어졌다. 특허는 인류의 창의성과 기술의 진보를 위해 보호받아야 하지만, 이것이 되레 혁신을 가로막고, 경쟁 업체를 공격하기 위한 수단으로 활용돼서는 안 된다. 이제라도 애플과 삼성전자가 소송을 종결하기로 했다니 다행이다. 앞으로는 두 회사가 사용자의 편의성과 스마트폰 생태계의 진보를 위해 그 비용과 시간, 열정을 썼으면 한다.

김성곤 논설위원 sunggone@seoul.co.kr

2018-06-29 31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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