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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인 선장에 맞고 서로 싸우고’ 예멘인·고용주 모두 힘들어

‘한국인 선장에 맞고 서로 싸우고’ 예멘인·고용주 모두 힘들어

신성은 기자
입력 2018-07-23 11:41
업데이트 2018-07-23 11: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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폭행 피해신고 후 시설 이주 요청…언어·문화 차이로 현장서 마찰 잦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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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주도가 태풍의 영향권에 든 지난 3일 한쪽 어깨에 가방을 둘러맨 예멘인 남성이 비를 맞으며 제주시 도로변에 우두커니 서 있다. 이 남성은 서울신문 취재진에게 “돈도 없고, 숙소도 없다”고 말했다. 그의 오른편에 옷가지 등이 담겨 있는 큰 비닐봉지 2개가 놓여 있다. 제주 류재민 기자 phoem@seoul.co.kr
제주도가 태풍의 영향권에 든 지난 3일 한쪽 어깨에 가방을 둘러맨 예멘인 남성이 비를 맞으며 제주시 도로변에 우두커니 서 있다. 이 남성은 서울신문 취재진에게 “돈도 없고, 숙소도 없다”고 말했다. 그의 오른편에 옷가지 등이 담겨 있는 큰 비닐봉지 2개가 놓여 있다. 제주 류재민 기자 phoem@seoul.co.kr
예멘인 난민신청자들이 임시 취업한 농어업 및 요식업 현장에서 문화 차이 등으로 잦은 갈등이 발생하고 있다.

지난 10일 제주시 한림에서 선원으로 취업한 20대 예멘인이 선장에게 폭행을 당했다며 경찰에 신고했다.

이 예멘인은 경찰에서 “조업 준비로 그물 정리 작업을 하는데 한국인 선장이 일을 제대로 하지 못한다며 뒷머리를 쳤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선장에 대한 처벌은 원치 않지만 선원 일을 그만하고 싶으며 시설로 거처를 옮길 수 있도록 도와 달라”고 요청했다.

경찰은 이주민센터 등의 도움을 받아 이 예멘인 등 2명이 시설에서 안전하게 보호되도록 했다.

지난 9일에도 도내 농장에서 일하는 예멘인 2명이 농장주와의 마찰로 일을 시작한 지 이틀 만에 그만두겠다면서 제주출입국·외국인청으로 찾아왔다.

이들을 고용했던 농장주는 “이들 예멘인에게 동력 예취기를 줬더니 완전히 망가뜨렸다. 의사소통과 문화 이해 부족 등으로 예멘인들과 같이 일하기에 힘들다”고 말했다.

지난 1일에는 선원으로 일하며 공동 거주하던 예멘인 2명이 설거지 문제로 흉기로 위협하며 싸움을 했다가 강제 출국 위기에 놓이기도 했다.

제주에 온 예멘인들은 한국어를 전혀 하지 못해 고용주와 말이 통하지 않는 데다 1차산업 일자리에 익숙하지 않은 이들이 대부분이다.

여기에 종교적 문제로 마찰도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난민법상 난민 신청 이후 6개월간 외국인은 취업할 수 없으나 법무부가 생계 등을 고려해 지난달 중순 1차산업과 요식업에 한해 취업을 허용했다.

그러나 임시 취업 소개를 시작한 지 한 달여 만인 현재 제주 체류 예멘인 466명 중 228명만 취업한 것으로 조사됐다. 절반 이상이 일자리가 없는 상태다.

예멘인 난민신청자에 대한 취업지원이 처음 이뤄진 지난달 14∼18일 직후 382명이 취업한 것에 견줘서는 40.3%(154명)의 예멘인 난민신청자가 취업을 자체 포기하거나 해고됐다.

김도균 제주출입국·외국인청장은 지난달 25일 기자간담회에서 “예멘인에 한해 제한적으로 취업 허가를 해주고 있다”며 “중도에 일을 그만두더라도 본인이 원하면 다시 취업할 수 있도록 안내하고 있다”고 말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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