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늦깎이 ‘아재래퍼’ 강대표, 가장의 삶을 노래하다

늦깎이 ‘아재래퍼’ 강대표, 가장의 삶을 노래하다

오달란 기자
오달란 기자
입력 2018-08-18 11:43
업데이트 2018-08-18 21: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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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재래퍼’ 강대표의 첫번째 미니앨범 파이어니어(개척자)의 표지. 직장인이자 두 아이의 아빠, 맞벌이 가정의 남편으로서의 삶을 랩 가사에 녹여냈다. 2018.8.18  강대표 제공
‘아재래퍼’ 강대표의 첫번째 미니앨범 파이어니어(개척자)의 표지. 직장인이자 두 아이의 아빠, 맞벌이 가정의 남편으로서의 삶을 랩 가사에 녹여냈다. 2018.8.18
강대표 제공
“내 시간이 너무 없어요”, “게임을 좋아하는데 아내 눈치가 보여서…”

어린 아이를 키우는 30~40대 유부남이라면 공감할 만한 하소연이다. 육아에 시달리느라, 남편의 소임을 다 하느라 개인시간을 갖거나 취미를 유지할 수 없는 ‘아재’(아저씨)들이 적지 않다.

그런데 아이 둘을 키우면서 음악에 대한 열정을 포기하지 않은 평범한 회사원이 여기 있다. 자작곡을 만들고 뮤직비디오를 찍어 정식 래퍼로 데뷔까지 했다. IBK기업은행에 다니는 강희철(38) 대리다.

회사에서의 직급은 대리지만, 마이크를 잡으면 신분(?)이 달라진다. 그의 랩네임은 강대표(GDP)다.

강대표는 18일 첫 미니앨범 ‘파이어니어(개척자)’의 음원과 뮤직비디오를 공개했다.

2000년대 초반, 벙벙한 티셔츠, 무릎까지 내려오는 허리띠, 질질 끌리는 통 넓은 바지로 거리를 쓸고 다니던 힙합마니아가 아재가 되어 래퍼의 꿈을 이룬 것이다.

강대표가 직접 가사를 쓴 곡 ‘개척자’에는 자전적 이야기가 담겨 있다. 두 아이의 아빠인 월급쟁이가 성공한 래퍼, 존경받는 사회적기업가가 되기 위한 도전을 멈추지 않겠다고 외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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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계와 육아를 책임지는 30대 가장의 삶을 랩으로 표현한 래퍼 강대표(강희철·38)와 아들 래언(5)군. 2018.8.18  강대표 제공
생계와 육아를 책임지는 30대 가장의 삶을 랩으로 표현한 래퍼 강대표(강희철·38)와 아들 래언(5)군. 2018.8.18
강대표 제공
고단한 현실을 “동물의 왕국”으로 표현하면서도 “육아일기를 쓰면 랩하는 앙트프러너(기업가)”인 자신은 남들과 다르다며 자신감을 보인다.

“내 비록 생계형 뱅커”, “내 드라마를 들으려면 번호표를 뽑아”라는 위트 있는 대목에선 은행원인 강대표의 정체성이 드러난다.

‘아재 래퍼’ 강대표를 만나봤다.

Q. 취미로 해도 충분할 것 같은데 음원을 내고 뮤직비디오까지 찍은 이유가 뭔가.

A. 힙합 1세대인 30~40대 아빠들도 할 수 있다는 걸 보여주고 싶었다. ‘쇼미더머니’를 시즌1부터 애청했다. 일상생활 중 영감이 떠오르면 랩가사를 썼고 그 중 몇 곡은 녹음도 하며 취미로 즐겼다.
‘후회 없이 행복하게 즐기며 살자’가 인생목표다. 어느덧 마흔을 바라보는 나이가 됐는데 가족의 생계를 책임지고 육아도 적극적으로 하는 평범한 젊은 아버지도 주인공이 될 수 있다는 걸 보여주려고 앨범을 냈다.

Q. 강대표 랩의 특징은?

A. 랩은 가사가 잘 들리는 ‘딜리버리’가 잘 돼야 대중과 함께 소통할 수 있다고 생각한다. 겉멋에 치중하기보다는 가사를 끊어서 뱉더라도 단어와 문장 전체 내용이 잘 들리게 하려고 노력한다. 특히 내 나이가 30대 후반이라 같은 세대가 쉽게 따라하며 즐길 수 있었으면 한다. 후속곡들도 같은 방향일 거다.

Q. 좋아하는 뮤지션은 누구인가.

A. 1990년대부터 드렁큰타이거, 지누션, 듀스 등 국내 힙합뮤지션을 좋아했다. 최근에는 특정래퍼만 좋아하지는 않는다. 누군가를 비슷하게 따라한다는 느낌을 주고 싶지 않다. 다이나믹듀오, 일리네어, 그레이, 지코, 지드래곤 곡을 자주 듣는다. 해외뮤지션으로는 맥클모어 앤 라이언루이스 곡을 많이 듣는 편이다.

Q. 자신이 꼽는 매력 포인트는 무엇인가.

A. 재치 있는 입담과 호감가는 귀염상? 살찐 유지태, 살찐 지진희 닯았다는 말을 꽤 듣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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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대표는 아이들과 함께 힙합 음악을 즐겨 들으며 공감대를 만드는 것을 자신의 육아비법이라고 소개했다. 2018.8.18  강대표 제공
강대표는 아이들과 함께 힙합 음악을 즐겨 들으며 공감대를 만드는 것을 자신의 육아비법이라고 소개했다. 2018.8.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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Q. 인생에서 가장 힘들었던 순간이 있다면.

A. 외환위기때 부친의 사업으로 경제적으로 힘들었을때다. 그래서 제대 후 학생 신분으로 창업해 무역업 사업을 하기도 했다. 이때부터 이어폰을 꽂고 음악을 자주 들었다. 음악이 많은 위로가 됐다.

Q. 강대표에게 랩이란?

A. 멀리건이다. 골프에서 최초의 티샷이 잘못됐을 때 주는 두번째 기회를 뜻하는 말이다. 개척자에도 이 단어를 집어 넣었다. 사실 인생에 멀리건은 없다. 인생은 한번 뿐, 지나버리면 끝이다. 랩은 그런 것이다. 놓치지 않겠다.

Q. 랩하는 아빠, 남편에 대한 가족들의 반응은 어떤가.

A. 아내와 연애시절부터 함께 랩을 들었다. 내 취미생활을 지지해준다. 첫째 아들 래언이(5)는 가장 열렬한 팬이다. 어릴 때부터 힙합을 들었고 지금은 랩도 잘 한다. 이번에 뮤직비디오에도 특별 출연했다.

Q. 직장도 다니고 앨범 작업을 하면 육아에 시간을 내긴 어려울 것 같다.

A. 맞벌이부부이기 때문에 육아는 철저한 공동분업이다. 퇴근 후 어린이집 하원시키고 집안일도 나눠서 한다. 나는 아이들과 놀아주기, 씻기고, 재우는 일을 도맡는다. 육아는 영감의 원천이다. 소홀히 했다면 래퍼가 될 수 없었을 거다.

Q. 앞으로 앨범을 더 낼 계획이 있나.

A. 물론이다. 두번째 미니앨범의 제목은 해결사(Trouble Shooter)이다. 개척자가 젊은 가장인 나를 위로하는 희망가라면, 추석이 지난 뒤 나올 ‘해결사’는 현대사회에서 일과 가정의 경계에서 워라밸(일과 삶의 균형)을 고민하는 아빠와 엄마가 공감할 수 있는 경쾌한 느낌의 비트곡이 될 것 같다.

Q. 마지막으로 하고 싶은 말은.

A. 나는 랩을 주업으로 하는 전문 래퍼는 아니다. 그렇지만 ‘딴따라’의 끼를 주체하지 못하고 사내댄스동아리, 아이들 어린이집 축하공연 등 기회가 있을 때마다 무대에 뛰어 올랐다. 평범한 직장인, 한 가정의 아빠도 억누르고 포기했던 꿈과 열정을 꽃피울 수 있다는 걸 보여주고 싶다. 강대표의 행보를 주목해달라.

오달란 기자 dallan@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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