뷰페이지

24년 만에 대통령 찾은 여주 세종 영릉

24년 만에 대통령 찾은 여주 세종 영릉

강경민 기자
입력 2018-10-09 15:25
업데이트 2018-10-09 15:25
  • 글씨 크기 조절
  • 프린트
  • 공유하기
  • 댓글
    14

1469년 서초구서 현 위치로 옮겨…조선 최초 합장릉

이미지 확대
세종 영릉 둘러보는 문 대통령
세종 영릉 둘러보는 문 대통령 문재인 대통령과 부인 김정숙 여사가 한글날인 9일 오후 경기도 여주 세종대왕 유적지를 방문, 세종 영릉을 둘러보고 있다. 2018.10.9 연합뉴스
문재인 대통령이 제572돌 한글날을 맞아 9일 방문한 여주 영릉(英陵)은 조선 제4대 임금 세종과 그의 비 소헌왕후가 함께 묻힌 합장릉이다.

영릉 옆에는 제17대 임금 효종과 인선왕후가 잠든 영릉(寧陵)이 있다. 사적 제195호로 지정된 두 무덤을 합해 ‘영녕릉’이라 칭하기도 한다.

현직 대통령이 여주 영릉을 방문하기는 김영삼 전 대통령이 1994년 5월 15일 열린 세종대왕 숭모제전에 참석한 이후 24년 만이다.

‘역사덕후’로 알려진 문 대통령은 집권 이후 문화재에 대한 관심을 지속해서 드러냈다. 고대사에서 소외된 가야와 청와대 경내에 있는 신라 불상의 가치 재평가를 당부했고, 지난 5월 국무회의에서는 문화재 안내판 개선을 지시했다.

미국 워싱턴 방문 일정 중에 복원을 마친 대한제국공사관에 들르고, 여름휴가를 이용해 세계유산에 등재된 안동 봉정사를 찾기도 했다. 창덕궁에 조코 위도도 인도네시아 대통령을 초청해 공식 국빈 환영식을 연 것도 화제가 됐다.

여주 영릉은 단종 무덤인 영월 장릉을 제외하면 서울에서 가장 멀다. 올해 즉위 600주년을 맞은 세종(1397∼1450)은 부인 소헌왕후가 1446년 세상을 떠나자 태종과 원경왕후 무덤인 헌릉(獻陵)이 있는 서울 서초구 내곡동에 무덤을 조성했다.

이후 세종은 1450년 승하하고 소헌왕후 서쪽에 묻혔다. 봉분 아래에 무덤방 두 개를 둔 조선 최초 합장릉이었다.

그러나 세종 뒤를 이은 문종 대부터 묏자리가 좋지 않다는 지적이 이어졌다. 결국 세종 손자인 예종이 즉위한 이듬해인 1469년 여주로 무덤을 옮겼다.

문화재청이 발간한 조선왕릉 종합학술조사 보고서Ⅱ에 따르면 영릉은 모란이 반쯤 핀 듯한 모란반개형(牧丹半開形) 명당으로, 묏자리가 길지여서 조선왕조가 100년 더 연장됐다는 이야기가 돌기도 했다.

조선왕릉 세계유산 등재 작업에 참여한 이창환 상지영서대 교수는 “영릉 터는 산에서 돌아 나온 용이 다시 산을 바라본다는 회룡고조형(回龍顧祖形) 명당으로 평가하기도 한다”며 “조선은 도성 10리 밖, 100리 안에 왕릉을 설치했으나, 영녕릉은 100리 바깥에 있는 길지였다”고 강조했다.

이 교수는 이어 “자연 친화적으로 무덤을 조성한 조선왕릉 특징이 가장 잘 나타난 곳이 세종 영릉”이라고 말했다.

영릉은 세종 지시에 따라 봉분 가장자리에 두르는 병풍석이 없고, 난간석만 설치했다. 난간석에는 십이지 동물 조각 대신 글자를 새겨 방위를 표시했다.

서초구에 무덤을 조성했을 당시에는 석양(石羊)·석호(石虎) 같은 석물을 두 개씩 마련했으나, 여주로 옮기면서 합장릉이 아닌 단릉처럼 석물을 하나씩 만들었다. 다만 혼이 노는 널따란 돌인 혼유석(魂遊石)만 두 개를 뒀다.

이 교수는 “석물은 시기에 따라 변화했다”며 “세종 영릉에서는 문인석(文人石)을 무인석(武人石)보다 높은 자리에 세웠다”고 설명했다.

그는 “영릉 뒤편에 소나무가 무성한데, 소나무를 뜻하는 한자 ‘송’(松)을 보면 사적인 것을 버리고 공적인 것을 추구한다는 뜻”이라며 “소나무는 십장생 중 유일한 식물이어서 왕조의 전통이 오래 이어지길 바람을 담아 심었다”고 덧붙였다.

효종 영릉은 세종 영릉과 달리 왕과 왕비 무덤을 능선을 따라 앞뒤에 각각 만들었다. 이러한 무덤을 동원상하릉(同原上下陵)이라고 하는데, 조선왕릉 중 최초다.

효종 무덤도 원래는 1659년 구리 동구릉(東九陵) 내 태조 무덤인 건원릉(健元陵) 서쪽 산줄기에 조성했으나, 병풍석에 틈이 생기면서 무덤을 옮겨야 한다는 천장론이 힘을 얻어 1673년 현 위치에 자리 잡았다.

세종 영릉처럼 무덤 양식을 간소화해 봉분은 병풍석 없이 난간석만 둘렀고, 방위는 십이지신상 대신 글자로 나타냈다.

한편 연말까지 세종 영릉 정자각(丁字閣)과 주차장 사이 구역은 복원공사로 인해 관람이 제한된다. 세종릉을 보려면 효종릉 옆으로 난 왕의 숲길을 따라 걸어야 한다.

연합뉴스

많이 본 뉴스

의료공백 해법, 지금 선택은?
심각한 의료공백이 이어지고 있습니다. 의대 증원을 강행하는 정부와 정책 백지화를 요구하는 의료계가 ‘강대강’으로 맞서고 있습니다. 현 시점에서 가장 먼저 필요한 것은 무엇일까요?
사회적 협의체를 만들어 대화를 시작한다
의대 정원 증원을 유예하고 대화한다
정부가 전공의 처벌 절차부터 중단한다
의료계가 사직을 유예하고 대화에 나선다
광고삭제
위로